십자가에 순명하신 당신의 삶을 본받게 하소서.
제 삶의 고난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늘 기도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오늘의 기도지향
부부들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주님, 사랑으로 공동체를 이룬 부부들이
크고 작은 모든 어려움을 이기고 주님의 말씀을 따르면서
언제나 서로에게 충실하게 하소서.
오늘의 말씀
사순 제2주간 금요일 마태 21,33-43. 45-46
그때에 예수님께서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에게 말씀하셨다. 33“다른 비유를 들어 보아라. 어떤 밭 임자가 ‘포도밭을 일구어 울타리를 둘러치고 포도 확을 파고 탑을 세웠다.’ 그리고 소작인들에게 내주고 멀리 떠났다. 34포도 철이 가까워지자 그는 자기 몫의 소출을 받아 오라고 소작인들에게 종들을 보냈다. 35그런데 소작인들은 그들을 붙잡아 하나는 매질하고 하나는 죽이고 하나는 돌을 던져 죽이기까지 하였다. 36주인이 다시 처음보다 더 많은 종을 보냈지만, 소작인들은 그들에게도 같은 짓을 하였다.
37주인은 마침내 ‘내 아들이야 존중해 주겠지.’ 하며 그들에게 아들을 보냈다. 38그러나 소작인들은 아들을 보자, ‘저자가 상속자다. 자, 저자를 죽여버리고 우리가 그의 상속 재산을 차지하자.’ 하고 저희끼리 말하면서, 39그를 붙잡아 포도밭 밖으로 던져 죽여버렸다. 40그러니 포도밭 주인이 와서 그 소작인들을 어떻게 하겠느냐 ?” 41“그렇게 악한 자들은 가차 없이 없애버리고, 제때에 소출을 바치는 다른 소작인들에게 포도밭을 내줄 것입니다.” 하고 그들이 대답하자, 42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성경에서 이 말씀을 읽어본 적이 없느냐 ?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
43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너희에게서 하느님의 나라를 빼앗아, 그 소출을 내는 민족에게 주실 것이다.” 45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은 이 비유들을 듣고서 자기들을 두고 하신 말씀인 것을 알아차리고, 46그분을 붙잡으려고 하였으나 군중이 두려웠다. 군중이 예수님을 예언자로 여겼기 때문이다.
오늘의 묵상
의사 선생님의 보속
언젠가 갑자기 몸이 아파 신학교에서 가까운 병원에 간 적이 있다. 진료비를 받지 않아 의아해서 의사 선생님을 다시 뵙고 인사를 드리는데 사연이 있었다. 가톨릭 신자인 그분은 신앙생활을 성실하게 하지 못하는 점, 평소 부모님께서 신자들을 비롯해 성직자와 수도자들에게 잘해 드리라는 말씀 등을 염두에 두고 ‘보속’ 하는 심정으로 진료비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분이 진심으로 실행하는 듯한 보속의 행동은 인상 깊게 각인되었다.
오늘 복음에서 소작인들이 포도밭 주인에게 드려야 할 소출을 드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주인이 보낸 종들과 아들에게마저 폭력을 가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소작인들은 주인에게 당연히 드려야 할 몫을 드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은혜를 망각한 행동을 한다.
신앙인으로서 우리는 신앙을 통해 많은 은혜를 누리면서 산다. 하느님의 은혜를 입었기 때문에 당연히 갚아야 한다는 논리는 아니지만, 받은 은혜에 감사하면서 하루하루 삶의 여정 안에서 하느님께 돌려드리려는 자세는 은혜를 입은 사람으로서 당연한 도리일 것이다. 주님한테서 자신의 몫을 받아가는 데만 마음을 두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받은 몫에 대해 어떤 행위를 통해서든 기워 갚으려는 자세는 하느님뿐 아니라 보는 이를 흐뭇하게 한다. 주어진 몫에 충실하고 받은 은혜를 돌려드리려는 삶의 자세는 모두를 살게 하는 인간의 아름다운 행위 예술이다.
[송동림 신부 (광주가톨릭대학교)]
영적독서
성 치쁘리아노 주교의 순교에 관한 「총독의 기록문」
9월 14일 아침 갈레리우스 막시무스 총독의 명에 따라 세스티에는 큰 군중이 모여들었다. 총독은 그날 사우치오루스라고 하는 총독 관저로 치쁘리아노를 끌어내라고 했다. 치쁘리아노 주교가 그 앞에 대령했을 때 갈레리우스 막시무스는 그에게 "네가 타시오 치쁘리아노냐?" 하고 물었다. 그러자 치쁘리아노 주교는 "네, 그렇습니다." 고 대답했다.
총독이 "너는 그 불경한 자들의 집단에서 지도자로 일해 왔는가?" 하고 묻자, "그렇습니다." 하고 치쁘리아노 주교는 대답했다. 총독이 다시금 "거룩한 황제들에서는 네가 제사를 바치도록 명령을 내리셨다." 고 말하자, "나는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다." 고 그는 대답했다. "그럼 잘 생각하라." 하고 총독이 권고하자 치쁘리아노 주교는 "귀하가 명을 받은 대로 하십시오. 이렇게 명백한 사태에서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총독은 잠시 동안 자문관들과 판결에 대해 상의한 후 마지못해 이렇게 말했다. "너는 오랫동안 불경한 자세로 살아왔고 또 네 주위에 많은 범죄자들과 미신자들의 무리를 끌어 모았으며 로마의 제신들과 그분들께 바치는 예배 의식에 적대감을 드러내 왔었다. 그리고 경건하고 거룩한 군주들인 발레리아누스와 갈리에누스 아우구스투스 및 공경하올 발레리아누스 황제도 너를 공식적 예배에로 되돌이킬 수 없었다.
너는 엄청난 죄과의 장본인이요 그런 범죄를 충동한 자로서 네 죄에 가담한 자들의 표본이 되었다. 그래서 네 피로써 법 기강이 존중되어야 하겠다." 이 말을 끝내자 총독은 자기 자리에서 큰소리로 다음 판결문을 낭독했다. "타시오 치쁘리아노를 참수형에 처하기로 결의한다." 이때 치쁘리아노 주교는 "천주께 감사." 하고 말했다.
선언문이 떨어지자 형제들의 무리는 "우리도 그분과 함께 참수형을 받고 싶습니다. " 하고 부르짖어 형제들 가운데 큰 소동이 일어났고 거대한 군중이 그를 따라갔다. 이렇게 치쁘리아노는 세스티 평야로 끌려갔다. 거기에서 망토와 모자를 벗고는 땅에 무릎을 꿇고 겸손되이 하느님에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나서 달마티카를 벗어 부제들에게 건네 주고 다만 아마포로 만든 속옷 만을 걸치고 형 집행인을 기다렸다.
형 집행인이 도착했을 때 치쁘리아노는 형제들을 보고 그에게 금 스물다섯 냥을 주라고 했다. 형제들이 그 앞에 아마포 천과 수건을 깔았다. 그리고 나서 복된 주교는 수건을 가지고 눈을 자기 손으로 가리려고 했으나 매듭을 묶지 못하자 사제 율리아노와 차부제 율리아노가 매듭을 매주었다. 이렇게 하여 복된 치쁘리아노는 죽음을 맞았다.
그의 유해는 이교도들의 호기심에서 보호하고자 그 근처에다 놔두었다. 밤중에 거기에서 촛불과 횃불을 밝혀 들고 기도 가운데 장엄히 수영장 옆 마팔리우스 거리에 있는 조달관 마크로비우스 칸디디아누스 소유의 묘터로 유해를 옮겨 갔다. 며칠 후 갈레리우스 막시무스 총독은 세상을 떠났다.
복된 치쁘리아노는 발레리아누스와 갈리에누스 황제 치하에서, 그러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스리시는 가운데 9월 14일 치명했다. 그분께 영예와 영광이 세세토록 있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