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가득 내리쬐는 이 더운 여름날, 나는 천천히 지층 문학행사장으로 향했다. 故한고운선배의 약력이나 작품들이 담긴 팜플렛을 집어들고 자리에 앉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추모행사는 시작했고 나는 서서히 그의 세계에 빠져들어갔다.
큰 스크린으로 한 영상이 흘러나왔고 나의 눈은 그곳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故한고운선배의 삶이 담긴 영상. 내 마음 한편이 무거워진다. 20살, 나와 같은 나이의 선배는 저 멀리 세상을 등지고 사라졌다. 어떤 말을 꺼내야 할까. "선배, 잘지내시죠?" 혼자 멍하니 그에게 외쳐본다. 영상이 끝이 나고 故한고운선배를 회고하며 회관의 선후배들의 추모글 낭독이 시작되었고 듣는 내내 나는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큰선생님께서 故한고운선배에 대한 추모사를 하실 때, '선생님은 제자 한명, 한명을 소홀히 하지 않으시고 정말 우리들을 깊이 생각하시는 구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큰선생님께서 추모사 하시던 도중 눈물을 보이셨는데 나도 울컥했고 한편으론 마음이 너무 아팠다. 제자를 잃은 선생님의 안타까운 마음이 나에게까지 전달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경덕 선생님께서 故한고운선배의 작품세계를 말씀을 하시는데 제일 먼저 하시는 말이 "너무 안타깝다."였다. 아마 여기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큰선생님이 한 제자를 위해 유고시집도 내주시고 이런 행사까지 하신다는 것은 정말 제자 아끼신다."라는 말에 나는 정말 공감이 갔다. 그렇게 마경덕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고 추모공연으로 혜린이가 피아노를 치는데 그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이끌렸던 것 같다. 그렇게 1부의 순서가 끝이 나고 2부 순서로 넘어갔다.
故한고운선배의 작품 낭독, 나는 故한고운선배의 작품인 '귀'를 낭독을 하게 되었다. 먼저 하기 전의 내용을 보았지만 나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선배의 문체는 시니컬하고 인식이 뛰어났다. 시를 단지 한번 밖에 보지 않았는데 나의 입에선 '안타깝다' 이 말이 떠나질 않았다. 낭독순서를 모두 마치고 고운이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박정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노래가사들이 왠지 故한고운선배를 말하는 것 같았고 나는 가만히 그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모든 순서가 끝이 나고 우리는 회관 2층으로 올라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고 그 속에서도 괜히 선배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직도 故한고운선배의 모습이 담긴 영상들이 잊혀지지 않는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그에게 묻는다. "선배, 그래도 행복하시죠?"
비록 만나뵙지 못하였지만 선배를 기억하며 삼가 故人의 명복을 빕니다.
첫댓글 선배, 잘 지내시죠?
왠지 너무 언니다운 것 같아요. 따뜻한 은희언니… 보고싶어요! 돌아오세요 수토로!! ㅠㅠ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