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스터디로 모였던 아줌마들이
이젠 친목으로 업종 전환하여 첫 여행을 떠났습니다.
한 분의 안내로 문경으로 갔지요.
그렇지 않아도 템플 스테이를 함 해보고 싶던차에 우연히 이렇게 경험하네요.
문경서중학교 옆길로 꼬불거리는 길을 따라 1.9킬로를 올라갔는데
이렇게 경사가 급한 길인줄 꿈도 못꾸었기에 시간이 지나며 모두들 얼굴이 창백해지고 숨도 잘 안쉬어 지더군요.
게다가 급경사에 급 회전길에서 바퀴에 연기까지...
오 마이 갓.....
사실은 스님과 연락이 안되서 자고 갈거라고 말하고 맛있는 한우먹고 다시 올라가려했는데
혼구멍이 나서는 다시는 그 길을 되짚어 내려 갈 엄두가 안나더군요.
마침 우리가 도착했을 때 저녁공양을 끝내고 후식으로 옥수수를 찌셨다는데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맛있는 옥수수도 처음입니다.
따서 한 시간 안에 바로 쪄야 곡식의 당분이 전분으로 변하지 않는다는군요.
우리의 먹거리를 생각해 보니 결국 젤 맛없을 때 비싼 돈 주고 먹고 있는거였어요.
옥수수를 배고픈 김에 두세자루 아구아구 먹었는데 죄송하게도 난생첨 절밥까지 얻어먹고 산책도 하고
저녁에불을 드린다기에 구경꾼이 되어 지켜 보았는데 생전 처음인데도 예불 가락이 참 구성지더군요.
진묵스님이 저녁 예불 끝에 차 드시러 오라십니다.
좋은 말씀을 들으며 참 깊은 분이구나 하고 느껴지더군요.
오랜 시간 보이차와 작설차를 마시곤 화장실이 급해 숙소로 돌아왔지요.
정말 이런 차 마시는 시간을 갖는 경험도 첨이라 높은 절 방에서 은은한 차와 조근조근 말씨가 한 없이 좋더군요.
첨 하는거 진짜 많더라구요.
서울 촌 놈이라 그런지 말이죠^^
방으로 돌아 오니 구들이 따끈하게 데워져 있고 아줌마들의 네버엔딩 스토리가 시작되었죠.
난 어느샌가 모르게 새벽녘에 잠이 들었는데 얼마 되지도 않아 밥 먹으라 깨웁니다.
안 먹는것도 폐라 눈도 못뜨고 밥 한그릇을 해치우고 산사를 내려와 올갱이 해장국도 한그릇 먹어치우고
새들도 울고 넘었다는 문경세재로 갑니다.
산책길과 콸콸 흐르는 수로의 물이 시원하고 좋았습니다.
다시 작은 찻집에 들렀다 충주댐을 구경했지요.
와우, 그 규모를 보며 감탄하려다 갑자기 인간이 이러면 안될텐데 하는 생각이 퍼뜩 들더군요.
신이 되려는가....얼마나 큰 죄를 받으려고 이 수려한 물길을 자르고 가두었는지
이 높고 깊은 골을 보며 어느 놈 머리가 이런 계획을 세우고 만들었는지 무서워집디다.
그리고 빗길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물론 아줌니들의 네버엔딩 스토리는 허리 아래로 내려갔다 올라왔다 하며 끝이 없었지요.
참 오랫만에 즐겁고 홀가분한데다 자유롭기까지 한 여행이었습니다.
첫댓글 좋은모임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