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에게 가는 오후》
7부 ― 오늘은 가지 마
“오늘은 말로만 연애하지 말자.”
서윤이 그렇게 말해놓고 먼저 걸었다.
몇 걸음 뒤에서 민재가 따라오지 않았다. 이상해서 돌아보니 그는 여전히 카페 앞에 서 있었다.
“왜 안 와?”
민재가 한 손으로 이마를 쓸었다.
“지금 가도 되는 건지 생각 중이야.”
“어딜?”
“너한테.”
서윤이 웃었다.
“아까는 그렇게 큰소리치더니.”
“네가 갑자기 이러니까 그렇지.”
“내가 뭘.”
“사람 정신 못 차리게 하잖아.”
서윤이 그에게 다시 걸어갔다.
“강민재.”
“응.”
“겁나?”
“응.”
뜻밖의 대답이었다.
서윤이 눈을 조금 크게 떴다.
“뭐가?”
“내가 너 너무 좋아하는 게.”
장난기가 사라진 목소리였다.
“처음에는 손만 잡아도 좋았어. 그런데 안아보니까 더 안고 싶고, 키스하고 나니까 또 하고 싶고.”
민재가 숨을 한번 내쉬었다.
“자꾸 욕심이 생겨.”
서윤은 그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겁나?”
“네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서윤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그의 손을 잡았다.
“민재야.”
“응.”
“나도 어른이야.”
“알아.”
“내 마음이 어디까지인지 나도 알아.”
“…….”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고, 좋으면 좋다고도 말할 수 있어.”
민재의 눈빛이 달라졌다.
서윤이 손가락을 그의 손가락 사이로 끼웠다.
“그러니까 혼자 내 마음까지 결정하지 마.”
“알았어.”
“그리고.”
“응.”
서윤이 웃었다.
“오늘은 내가 너보다 조금 더 용감한 것 같네.”
민재도 웃었다.
“그건 인정.”
“그럼 따라와.”
“어디?”
“걷자.”
“걷기만?”
서윤이 그를 흘겨보았다.
“벌써 또 욕심낸다.”
“아니, 확인만.”
“따라오기나 해.”
둘은 강변 쪽으로 걸었다. 평일 오후라 산책로는 한적했다. 강 위로 햇빛이 부서지고 나무 그늘 아래에는 바람이 제법 선선했다.
한동안 말없이 걸었다.
그런데 조금 전까지 뜨거웠던 분위기가 오히려 더 어색해졌다.
민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서윤아.”
“응.”
“우리 지금 왜 이렇게 얌전하게 걸어?”
“그러게.”
“아까 카페에서는 대단했는데.”
“누가?”
“너.”
“내가 뭘 했다고.”
“오늘 쉽게 들어갈 생각 없다며.”
서윤이 걸음을 멈췄다.
“계속 놀릴 거야?”
“아니.”
“그럼 잊어.”
“그건 못 하지.”
“왜?”
“평생 기억할 건데.”
서윤이 그의 팔을 꼬집었다.
“아!”
“평생 기억해.”
“진짜 아프다.”
“그러라고 꼬집었어.”
민재가 팔을 문지르다 갑자기 서윤의 손을 잡아당겼다.
“어머.”
서윤의 몸이 그의 쪽으로 기울었다.
민재가 허리를 받쳤다.
순간 두 사람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서윤이 숨을 멈췄다.
“뭐 해?”
“복수.”
“놓아.”
“싫어.”
“사람들 봐.”
민재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는데.”
“그래도.”
“아까는 말로만 연애하지 말자며.”
“그걸 그렇게 써먹어?”
“응.”
서윤이 웃었다.
“정말 못됐다.”
“그래도 좋아?”
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민재의 셔츠 깃을 잡았다.
그리고 입을 맞췄다.
민재가 놀란 것은 처음 몇 초뿐이었다.
그의 팔이 자연스럽게 서윤의 허리를 감쌌다. 이번에는 어느 쪽도 서두르지 않았다. 짧게 닿았다 떨어지는 입맞춤도 아니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듯 오래 머물렀다가 떨어졌고, 눈이 마주치자 다시 가까워졌다.
서윤은 두 번째 입맞춤이 첫 번째보다 더 떨린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첫 키스에는 호기심이 있었지만 두 번째부터는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의 온도를 이미 알고, 다시 그것을 원한다는 마음까지 알게 된다.
얼마 뒤 서윤이 먼저 얼굴을 돌렸다.
“그만.”
민재의 이마가 그녀의 이마에 닿았다.
“왜?”
“숨 좀 쉬자.”
민재가 웃었다.
“나도.”
둘은 한동안 그렇게 서 있었다.
민재가 낮게 말했다.
“큰일 났다.”
“뭐가?”
“점점 더 좋아.”
“뭐가?”
“너랑 키스하는 거.”
서윤이 그의 가슴을 밀었다.
“그걸 꼭 말해야 돼?”
“응.”
“왜?”
“너도 좋아하는지 궁금하니까.”
“그걸 꼭 물어야 알아?”
“듣고 싶어.”
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민재가 기다렸다.
“말 안 하면 또 할 건데.”
서윤이 그를 바라보았다.
“협박이야?”
“부탁.”
“싫다고 하면?”
민재의 표정이 바로 진지해졌다.
“그럼 안 하지.”
서윤은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솔직하게 말했다.
“좋아.”
민재의 눈이 조금 커졌다.
“뭐가?”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키스?”
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민재가 웃었다.
“나 오늘 복권 당첨된 것 같다.”
“그 정도야?”
“그 이상.”
서윤이 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이제 걸어.”
“손잡고.”
“알았어.”
민재가 손을 내밀었다.
이번에는 서윤이 손만 잡지 않았다. 그의 팔에 자신의 팔을 끼웠다.
민재가 내려다보았다.
“왜?”
“싫어?”
“아니.”
그가 웃었다.
“좋아서 미치겠는데.”
“그럼 조용히 미쳐.”
“네.”
둘은 다시 걸었다.
저녁이 가까워지자 민재가 물었다.
“배 안 고파?”
“조금.”
“뭐 먹고 싶어?”
“오늘은 밖에서 먹기 싫은데.”
민재가 멈칫했다.
“그럼?”
서윤은 별뜻 없이 말했다.
“집밥.”
민재는 잠시 생각하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우리 집 갈래?”
이번에는 서윤이 멈췄다.
두 사람 사이에 갑자기 다른 종류의 침묵이 내려앉았다.
민재가 얼른 덧붙였다.
“아니, 부담 갖지 말고. 진짜 밥만. 내가 해줄게.”
“요리해?”
“조금.”
“뭘 잘하는데?”
“파스타.”
“집밥이라며.”
“그러네.”
서윤이 웃었다.
민재는 웃지 못했다.
“싫으면 다른 데 가자.”
서윤은 그를 한참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긴장해?”
“우리 집 가자는 말이니까.”
“그게 왜?”
“서윤아.”
“응.”
“나 지금까지 장난 많이 쳤지만 이런 건 장난으로 말하고 싶지 않아.”
서윤은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민재가 말했다.
“네가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안 가.”
서윤은 잠시 생각했다.
그 집의 문을 들어서는 순간 둘 사이의 거리가 지금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모를 나이가 아니었다.
그래서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더 정확히 들여다보았다.
싫은가.
아니었다.
두려운가.
조금.
그런데 궁금했다.
민재가 사는 공간도, 그가 혼자 있을 때의 모습도, 식탁 위에 무엇을 올려놓고 사는지도 알고 싶었다.
그 사람의 하루 안으로 한 걸음 들어가 보고 싶었다.
“가자.”
민재가 되물었다.
“정말?”
“응.”
“후회 안 해?”
서윤이 웃었다.
“강민재.”
“응.”
“왜 자꾸 나보다 네가 더 겁을 먹어?”
“좋아하니까.”
“그 말이면 다야?”
“요즘은 거의 다 되던데.”
서윤이 그의 팔짱을 다시 꼈다.
“파스타 맛없으면 바로 올 거야.”
민재가 그제야 웃었다.
“그건 자신 있어.”
“키스보다?”
민재가 걸음을 멈췄다.
서윤이 먼저 웃었다.
“왜?”
“박서윤 씨.”
“네.”
“오늘 정말 얌전할 생각 없구나.”
“이제 알았어?”
민재의 집은 강변에서 차로 십오 분쯤 떨어진 곳에 있었다.
현관문이 열리자 은은한 나무 향이 났다.
집은 생각보다 단정했다.
서윤은 신발을 벗으며 말했다.
“깨끗하네.”
“오늘 아침에 치웠어.”
“왜?”
민재가 입을 다물었다.
서윤이 그를 돌아보았다.
“설마.”
“혹시 몰라서.”
“뭘 혹시 몰라?”
“네가 올지도.”
서윤이 웃음을 터뜨렸다.
“처음부터 계획했네?”
“계획은 아니고 희망.”
“위험한 사람이네.”
“그래서 아까부터 계속 물었잖아.”
“뭘?”
“괜찮냐고.”
민재가 슬리퍼를 내놓았다.
“여기서는 네가 언제든 집에 가겠다고 하면 바로 데려다줄 거야.”
서윤은 슬리퍼를 신다 그를 바라보았다.
“알았어.”
“정말이야.”
“안다니까.”
“그리고…….”
“또 뭐?”
민재가 조금 난처한 얼굴을 했다.
“나 긴장했어.”
서윤이 웃었다.
“나도.”
그제야 민재의 얼굴이 조금 풀렸다.
“너도?”
“당연하지.”
“아까는 하나도 안 그래 보였는데.”
“나이 들면 긴장하는 것도 숨길 줄 알게 된다며.”
민재가 웃었다.
“그걸 기억해?”
“너한테 배웠잖아.”
둘은 부엌으로 갔다.
민재가 파스타를 만들기 시작했다. 서윤은 식탁에 앉아 그 모습을 구경했다.
“도와줄까?”
“앉아 있어.”
“왜?”
“오늘은 해주고 싶어.”
“맨날 받기만 하면 버릇 나빠진다.”
“나쁘게 만들어준다니까.”
“그 말 아직 유효해?”
“평생.”
“또 평생.”
“싫어?”
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웃었다.
민재가 마늘을 썰다가 말했다.
“뒤에서 보고 있으니까 긴장되는데.”
“왜?”
“잘 보이고 싶어서.”
“이미 늦었어.”
“왜?”
“좋아해 버렸거든.”
칼질이 멈췄다.
민재가 천천히 돌아보았다.
서윤은 자신이 한 말을 깨닫고 입술을 깨물었다.
“왜 그렇게 봐?”
민재가 칼을 내려놓았다.
“방금 뭐라고 했어?”
“못 들었으면 됐어.”
“들었어.”
“그럼 됐네.”
민재가 손을 씻었다.
그리고 서윤에게 다가왔다.
“왜 와?”
“확인하려고.”
“뭘?”
“좋아해 버렸다는 거.”
서윤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파스타 타.”
“불 껐어.”
“언제?”
“방금.”
“치밀하네.”
민재가 그녀 앞에 섰다.
“다시 말해 줘.”
“싫어.”
“한 번만.”
“안 해.”
“그럼 내가 할게.”
“뭘?”
“좋아해 버렸어.”
서윤의 눈빛이 흔들렸다.
민재가 조금 더 가까이 왔다.
“많이.”
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윤아.”
“응.”
“나 지금 안아도 돼?”
서윤이 웃었다.
“집에 들어오니까 다시 점잖아졌네.”
“여기는 다르잖아.”
“뭐가?”
“둘뿐이니까.”
그 말의 의미를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서윤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두 팔을 먼저 그의 허리에 둘렀다.
“이 정도면 대답 됐어?”
민재의 팔이 그녀를 감쌌다.
“충분히.”
이번 포옹은 강변에서와 달랐다.
밖에서는 세상의 소리가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과 자동차, 바람과 물소리가 있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없었다.
민재의 심장 소리와 자신의 숨소리만 가까웠다.
서윤이 고개를 들었다.
민재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느 쪽도 웃지 않았다.
입술이 다시 만났다.
조금 전보다 더 오래, 조금 더 솔직하게.
민재의 손이 그녀의 등을 감쌌고 서윤의 손은 그의 어깨에 머물렀다. 가까워졌다가 떨어지고, 다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민재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파스타…….”
서윤이 웃었다.
“왜?”
“지금 안 만들면 오늘 못 먹을 것 같아.”
“왜 못 먹어?”
민재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말 몰라서 물어?”
서윤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가 먼저 민재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밥부터 해.”
“응.”
“배고파.”
“알겠습니다.”
민재가 다시 부엌으로 돌아갔다.
서윤은 웃으며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조금 뒤 식탁에는 파스타와 샐러드가 놓였다.
“맛있다.”
서윤이 말했다.
“진짜?”
“응.”
민재가 안도했다.
“다행이다.”
“왜 그렇게 긴장해?”
“네가 집에 처음 왔잖아.”
“처음?”
서윤이 포크를 멈췄다.
민재도 자신이 한 말을 깨달았다.
“아니, 그게…….”
“처음이면 다음도 있어?”
민재가 서윤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있었으면 좋겠어.”
서윤은 다시 파스타를 먹었다.
“생각해 볼게.”
민재가 웃었다.
“또 생각.”
“내 특기.”
식사를 마치고 둘은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텔레비전은 켜지 않았다.
창밖은 어느새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서윤이 시간을 확인했다.
밤 아홉 시 사십 분.
“이제 가야겠다.”
민재는 대답하지 않았다.
“왜?”
“알잖아.”
“뭘?”
“보내기 싫은 거.”
서윤이 웃었다.
“어제도 그랬잖아.”
“오늘은 더해.”
“내일 보면 되지.”
“그것도 알아.”
“그런데?”
민재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조금만 더 있다 가.”
서윤은 시계를 보았다.
“십 분.”
“한 시간.”
“욕심내지 마.”
“삼십 분.”
“십오 분.”
“이십.”
“협상이야?”
“응.”
“좋아. 이십 분.”
민재가 웃었다.
“계약 성립.”
둘은 손을 잡은 채 소파에 기대앉았다.
그런데 십 분쯤 지나자 서윤의 머리가 자연스럽게 민재의 어깨에 기댔다.
민재는 꼼짝하지 않았다.
“왜 굳어 있어?”
“좋아서.”
“움직여도 돼.”
“그러다 네가 일어날까 봐.”
서윤이 웃었다.
“안 일어나.”
민재가 조심스럽게 팔을 둘렀다.
서윤은 그의 가슴 쪽으로 조금 더 기대었다.
시간이 흘렀다.
이십 분이 지났다.
어느 쪽도 말하지 않았다.
삼십 분도 지났다.
서윤도 시계를 보지 않았다.
민재가 머리 위에서 물었다.
“서윤아.”
“응.”
“이십 분 지났어.”
“알아.”
“그런데?”
“조용히 해.”
민재가 웃었다.
“왜?”
서윤은 눈을 감은 채 말했다.
“조금 더 있을 거니까.”
민재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얼마나?”
“몰라.”
“많이?”
서윤이 웃었다.
“응.”
한동안 고요했다.
민재의 손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서윤은 이상할 만큼 편안했다.
설렘과 편안함이 동시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런데 밤 열한 시가 가까워졌을 때 서윤이 몸을 일으켰다.
“진짜 가야겠다.”
민재도 이번에는 붙잡지 않았다.
“데려다줄게.”
“괜찮아.”
“안 돼. 늦었어.”
“택시 타면 돼.”
“내가 데려다주고 싶어.”
서윤은 그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현관에서 신발을 신었다.
민재가 재킷을 가져왔다.
그때 서윤이 갑자기 말했다.
“민재야.”
“응.”
“오늘 좋았어.”
그가 웃었다.
“나도.”
“밥도.”
“그것만?”
서윤이 그를 흘겨보았다.
“또 시작한다.”
“아니, 궁금해서.”
서윤은 신발을 다 신고 일어섰다.
민재가 바로 앞에 있었다.
“뭐가 제일 좋았어?”
서윤이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여기.”
“우리 집?”
“응.”
“왜?”
“네가 사는 데를 알게 돼서.”
민재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다음에도 와.”
“생각해 볼게.”
“다음에는 뭐 해줄까?”
“밥.”
“또?”
“커피.”
“또?”
“욕심내지 마.”
민재가 웃었다.
“알았어.”
서윤이 현관문 손잡이를 잡았다.
그런데 열지 않았다.
민재가 물었다.
“왜?”
서윤은 손잡이를 잡은 채 한동안 서 있었다.
“모르겠어.”
“뭐가?”
“가기 싫네.”
민재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서윤도 자신이 그런 말을 할 줄 몰랐다.
잠시 후 민재가 아주 낮게 말했다.
“서윤아.”
“응.”
“그 말…… 함부로 하면 안 돼.”
“왜?”
민재가 한 걸음 가까이 왔다.
“나 정말 잡을 수도 있으니까.”
서윤은 돌아섰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잡으면?”
민재는 대답하지 않았다.
서윤이 다시 물었다.
“나 안 가면?”
공기가 달라졌다.
민재가 천천히 손을 들어 서윤의 뺨을 감쌌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서윤은 그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내가 아까 말했잖아.”
“뭐라고?”
“내 마음은 내가 안다고.”
민재는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물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물을게.”
“응.”
“지금 집에 갈래?”
긴 침묵이 흘렀다.
서윤은 현관문을 한번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민재를 보았다.
손잡이를 잡고 있던 손을 천천히 놓았다.
“아니.”
민재의 숨이 깊어졌다.
서윤이 그의 셔츠를 잡아 자신 쪽으로 조금 끌어당겼다.
“오늘은 가지 않을래.”
그 말 뒤에는 더 이상 장난이 없었다.
민재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서윤도 두 팔로 그의 등을 감쌌다.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이 밤을 지나면 사랑의 거리는 어제와 같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민재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눈을 바라보았다.
“서윤아.”
“응.”
“좋아해.”
서윤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대답했다.
“나도.”
그날 밤 두 사람에게 중요했던 것은 어디까지 가까워졌느냐가 아니었다.
오래 닫아 두었던 마음의 문을 누군가에게 열어주고도 두렵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에도 그 사람이 곁에 있기를 바랐다는 것.
그것이면 충분했다.
현관 밖 복도에는 아무 소리도 없었다.
문 안쪽에는 나란히 놓인 두 사람의 신발이 있었다.
서윤은 그 신발을 잠시 바라보다 민재에게 말했다.
“민재야.”
“응.”
“오늘은…….”
그녀가 웃었다.
“진짜 가지 말라고 해도 돼.”
민재가 그녀를 다시 품에 안았다.
“오늘은 가지 마.”
이번에는 서윤이 망설이지 않았다.
“응.”
― 7부 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