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20일.
7차 백두대간 설악산은 첫 겨울산행이었습니다.
옷도 허술하고, 마스크도 준비하지 못해서 귀와 얼굴이 꽁꽁 얼었습니다.
등산화는 퇴직금으로 마련했습니다. 가방은 빌렸습니다.
장갑은 털장갑을 챙기는 바람에, 눈이 달라붙어 얼음이 되었습니다.
뭘 몰랐습니다. 함께한 사회사업 동료 선후배 따라 다니며 하나씩 배웠습니다.
2009년 12월 31일.
8차 백두대간 설악산 구간은 산 아래가 영하 15도였습니다.
이정도 쯤이야.
2010년 12월 28일.
9차 백두대간 참여했을 때 설악산 구간.
중청대피소에 도착했을 때 기온이 -22도였습니다.
바람이 얼마나 세기 불던지...
2013년 2월. 11차 백두대간 설악산은 여유로웠습니다.
갑자기 무릎이 아파 고생을 했지만, 잘 누렸습니다.
추위도 누릴 줄 알게 되었습니다.
사회사업가들과 거친 산행.
겨울 설악산 다녀온지 10년이 넘었습니다.
그립습니다.
첫댓글 선생님, 제 첫 산은 겨울 지리산이었습니다.
등산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으니
동네 뒷산 가는 마음으로 갔을 겁니다.
등산화는 사치요. 운동화 신고 걸었어요.
마땅한 등산복이 없으니 후리스, 얇은 바람막이 하나 걸치고 갔던 기억이 납니다.
엄청 추웠는데 춥다는 말은 못 하고 참았더랬어요.
그때 동행했던 동료에게 '처음인데 잘 걷는다' 칭찬받은 것이 기뻤고..
대피소에서 뭉친 다리 근육 잘 푸는 법을 배웠습니다.
산에서 물이 얼마나 귀한지,
일상에서 누리는 편의가 얼마나 큰 것인지 알았습니다.
그때, 첫 산행을 제안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처음 산 등산화가 닳도록 산에 다니게 될지 누가 알았을까요?
새 등산화를 설레는 마음으로 골랐습니다.
이제는 때가 되면 산이 그립습니다.
덕분에 올해도 소백산에 왔습니다.
잘 누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