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밍 시그널/투리드 루가스/ 다니엘 K.엘더 역/강형욱 감수/혜다
내가 어렸을 때 개를 길렀다고 착각한 것을 알게 된 것은 생후 3개월 강아지 두 마리를 입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것은 강아지가 이갈이하는 것을 본 다음에 알아챈 것이다. 나는 개를 길러본 적이 없었고 부모님께서 기르신 것이었다.
마당이 있는 집에 살면 개를 기르자고 한 아이들과 오래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한 가정을 방문했다.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는데, 임자가 정해 젔다고 한다. 남은 강아지 중에 한 마리를 정하고 나니, 한 마리가 남는다. 힘없어 보이는 암컷이었다. 아내와 아이들과 잠시 의견을 나눈 뒤, 두 마리 모두 집으로 데리고 왔다. 그리고 알게 된 단어가 시블링sibling이다. 집으로 데리고 온 다음에 내가 제일 먼저 한 말은 "개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개가 아니다"였다. 그러나 차츰 안으로 들어오더니 지금은 안방 침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장소가 그들에게 열려있다.
나는 지금 개를 기르고 있는가? 아니다. 우리 가족은 반려견과 살고 있다.
"반려伴侶"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1.생각이나 행동을 함께 하는 짝이나 동무
2.항상 가까이하거나 가지고 다니는 물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반려견이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우리 강아지"라고 통칭하나 각각은 "해피", "지니"라고 부른다. 요놈들과 살면서 느끼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 배에서 태어났지만, 도저히 같음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성격이 다른 점이 그 하나이다. 사람도 그렇지 않은가. 그리고 관계에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라는 것, 변함이 없어야 한다는 것, 자신의 주장은 적절할 때 꺽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홀로 하나보다는 역시 함께가 좋다는 것 등등.
강아지가 막 집에 왔을 때 어떻게 길러야 할까를 고민하며 자료를 찾아보곤 했다. 다분히 갓난아이를 기르는 기술(?) 정도의 정보를 구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장년의 시기를 사는 그들의 행동에 대한 것을 한국의 EBS 채널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일명 "세나개"를 통해 그들의 세계를 좀 더 가깝게 접할 수 있었다. 거기서 처음 들은 말이 "카밍 시그널"이다. 유튜브의 짧은 영상을 통해 들었던 말의 실체를 이 책을 통해 접했다.
일반적으로 개의 조상은 늑대이고, 그 늑대가 사람에게 길들여져 "개"가 되었다고 한다. 그 늑대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따르면, 무리 중 한 늑대가 공격적인 행동을 취할 때 주변 동료들이 그 행동을 중재하며 보이는 특별한 보디랭귀지에 전문가들은 '중단 시그널 cut-off signals'이라는 한다.
저자가 개들을 관찰한 결과, 반려견에게도 비슷한 보디랭귀지가 관찰되었다. 늑대가 상대의 공격적인 행동을 중단시키기 위해 '중단 시그널'을 사용한다면, 반려견은 예방의 차원에 가까웠기에 상대방을 진정시킨다는 의미의 '카밍 Calming'을 붙여 "카밍 시그널 Calming Signals"이라 명명했다고 한다.
어렸을 때, TV에서 가장 많이 본 프로그램은 "동물의 왕국"이었다. 동물의 세계란 얼마나 경이로운지, 움직이는 자연 그 자체이다. 사람에게 길들여진 개들의 세계에서도 그들은 잊지 않은 능력, 그 능력과 비슷한 어떤 것이 우리 인간에게도 있을까? 잊었을까 아니면 잃어버렸을까? 견공의 세계에서는 크고 작고의 크기에 상관없이, 미국, 중국, 유럽, 아프리카, 남미, 지역과 관계없이 통하는 소통방식이라고 한다. 때로는 그 언어를 잊(잃)고 사는 개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약간의 훈련을 통해 찾을 수 있다고 하니 이 얼마나 부러운 능력인가.
인간에게는 언어라는 것으로 소통한다. 그 소통이 자연의 질서를 이루는 데 어떤 도움을 주는가? 소통이라는 것이 종국에는 나와 당신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는 도구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닌가, 나의 주장만을 내세우는 도구로, 때론 누군가에게는 비수가 되는 경우를 경험하는 것은 비단 나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너무 많은 표현이, 정보가, 나와 너 사이를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말없이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는 "해피'와 "지니"를 떠올려본다.
* 생후 4개월에서 4개월 반까지, '퍼피 라이센스puppy license'라 불리는 이 기간 동안에는 새끼 강아지가 무엇을 해도 부모가 꾸지람을 하지 않습니다
(2019.4.24 평상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