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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한 기자2015.01.16 19:55:08
현 정부가 서민을 위한 주택정책의 하나로 내세운 행복주택 사업이 어느 정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행복주택 2년 결산을 맞이한 시점에서 사업목표 2만6천호의 사업승인 목표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행복지구 지정에 있어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면서 행복주택의 건설에 난항을 겪고 있다. 행복주택은 젊은 층의 주거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대중교통이 편리하거나 직장과 학교가 가까운 곳에 건설하여 저렴하게 공급하는 공공 임대주택사업이다.
입주대상자의 비율은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젊은층이 80%이며, 노인(10%)과 취약계층(10%)이 20%이다. 대학생의 경우 본인과 부모의 합계 소득이 평균 소득의 100% 이하이며, 국민임대주택 자산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또한 행복주택 인근 대학교에 재학 중인 미혼 무주택자여야 한다. 대학원생이나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사회초년생은 인근 직장에 재직 중인 취업 5년 이내의 미혼 무주택 세대주여야 한다.
더불어 본인 소득이 평균 소득의 80% 이하(세대는 100% 이하)여야 하며, 5년 혹은 10년 공공임대주택 자산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신혼부부는 인근 직장에 재직 중인 결혼 5년 이내의 무주택세대주여야 하며, 세대 소득이 평균 소득의 100% 이하(맞벌이 시에는 120% 이하)여야 하고, 5년 혹은 10년 공공임대주택 자산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노인계층은 해당 지역(시·군)에 거주하는 65세 이상의 무주택세대주로, 세대 소득이 평균 소득의 100% 이하인 경우 가능하다.
취약계층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주거급여수급 대상자인 무주택세대주이며, 국민임대주택 자산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행복주택은 거주기간이 제한되어 있다. 젊은 층의 경우 최대 거주기간은 6년이며, 예외적으로 거주 중 대학생이 사회초년생·신혼부부가 되거나, 사회초년생이 신혼부부가 될 경우에는 최대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취약·노인계층은 거주 가능기간이 20년이다.
주택의 규모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먼저 대학생 및 사회초년생을 위한 독신자·셰어형은 1인가구의 거주성과 비용절감을 위해 실용 위주의 공간으로 개발된다. 주방, 식당, 거실공간을 일체화하여 개방감과 수납공간 확보에 주력하였으며, 16㎡와 29㎡ 크기로 운용된다. 신혼부부형은 전면 2Bay 설계로 넓은 발코니 및 현관, 침실, 수납공간을 확대하여 개발하게 된다. 신혼부부형은 가족구성원의 변화에 따라 내부공간의 변경이 가능하도록 한 가변구조를 적용하며 평형은 36㎡와 45㎡가 있다.
행복주택의 또 하나의 특성은 지역 특성과 여건을 고려한 맞춤형 주택이라는 점이다. 교통부는 5개 부처(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중소기업청)와 협업하여 9개 편의시설을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건설하게 된다.
국토부는 행복주택과 함께 건설되는 편의시설을 통해 지역 경제와 문화를 활성화시키는 중심축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근거로는 도시공간이 새롭게 조성되어 도시 활력이 살아나며, 구매력 있는 젊은 층이 유입되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젊은 입주민과 지역주민의 소통공간이 생겨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취약계층의 입주로 지역슬럼화와 집값하락이 우려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에서는 도서관이나 육아시설, 각종 여가시설 등을 통해 오히려 살기가 좋아져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별 맞춤형 지구선정
정부는 행복주택의 사업목표를 전국적으로 14만호로 정했다. 2014년에는 무난히 2만6천호를 달성할 것으로 보이며, 2015년 3만8천호, 2016년 3만8천호, 2017년 3만8천호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2013년 5월 20일 수도권 7개 시범지구 1만호에 대한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시범지구는 철도역사와 유수지로 나뉘어서 구성되어 있다. 철도역사는 서울시 구로구 오류동지구, 서울시 서대문구 가좌지구,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지구(폐선부지), 경기도 안산시 고잔지구이다. 유수지는 서울시 양천구 목동지구, 서울시 송파구 잠실지구, 서울시 송파구 송파지구이다. 국토부는 행복주택 시범지구를 지정하며, 지구별로 입주자의 특성과 지역여건 등을 고려하여 지구별 특화전략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가좌지구는 대학생을 위한 주거공간을 마련하고, 철도로 나눠진 지역을 데크 브릿지로 연결하여 지역 간 소통의 공간을 제공하는 ‘브릿지 시티’로 개발할 예정이다. 목동지구는 현재의 유수지 기능을 유지하면서 기존 공공시설을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물과 문화를 주제로 자원순환센터와 연계한 물 테마 홍보관 및 친수공간과 목동 문화예술거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런 식으로 오류동지구는 친환경적이고 건강한 행복주거타운, 공릉동지구는 녹지와 대학문화가 함께하는 도시공간, 고잔지구는 외국인 거주비율 1위인 안산의 특성을 감안한 다문화 소통의 공간, 잠실지구는 스포츠와 공동체문화가 살아있는 공간, 송파지구는 가락시장과 연계한 활기찬 오픈마켓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세대수가 축소되는 이유
국토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행복주택의 추진절차는 지자체와 충분히 협의하고 민간전문가 및 자자체가 참여하는 ‘후보자선정협의회’를 통해 최적의 입지를 선정하는 등 투명하고 객관적인 절차로 지어진다고 되어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정부가 시범지구 지정에 앞서 과연 얼마나 지자체나 주민과 충분한 합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토부는 행복주택 시범지구를 지정한 후 각종 주민공람 및 설명회 등을 열며 주민의 의견을 수렴했다. 그러자 해당 지역 주민과 지자체들은 교통 및 교육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이에 국토부는 당초 2013년 12월 5일로 예정되었던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일정을 보류하면서, 주민의 의견을 추가적으로 수렴하기로 하고, 12월 11일 시범지구 5군데의 세대수를 대폭 축소한 방안을 제시했다.
공릉지구는 200호에서 100호로, 목동지구는 2천800호에서 1천300호로, 잠실지구는 1천800호에서 750호로, 송파지구는 1천600호에서 600호로, 고잔지구는 1천500호에서 700호로 각각 50~62% 대폭 축소하기로 한 것이다. 만약 국토부가 시범지구 초기부터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면 이렇게 대폭적인 세대수 축소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주민이나 지자체들과 충분한 사전합의 과정이 부족했다는 점을 시인했다. 시범지구의 경우 기존의 주택건설 사업을 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다 보니 시행착오가 있었다는 것이다. 기존의 주택건설 방식이라 함은 국토부가 지구지정을 하기 전에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행복주택은 지역의 특성과 여건을 고려하여 맞춤형 조성을 목표로 한 만큼 주민과의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이 선행됐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이런 과정이 없다 보니 시범지구 곳곳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주민들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목동지구
충분한 의견 수렴 부족으로 주민의 가장 큰 반대에 부딪힌 곳이 목동지구이다. 목동지구의 경우, 10만5천㎡의 목동유수지는 양천구뿐만 아니라 강서구 화곡동 일대까지 이어지는 부지의 홍수를 예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유수지 위에는 1천350대의 자동차를 수용할 수 있는 공용주차장이 있으며, 테니스장과 재활용분류장, 견인차량 수용시설까지 존재한다. 이곳에 행복주택을 짓겠다고 하자 양천구청은 행복주택 지정 취소 소송을 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8일 패소했다.
법원의 판결은 현재 양천구 신월동에서 목동을 잇는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등 방재시설 확충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이 시설이 완공(2015년 5월 목표)된다면 목동유수지 소요용량 대비 10% 이상의 여유용량이 확보되도록 계획되어 있으므로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양천구청 관계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1978년 건축된 목동유수지는 계속해서 증설해 그 횟수가 네 번이나 되며, 앞으로도 더 증설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국토부에서는 행복주택 아래로 유수지와 유사한 시설을 건설한다는 계획이지만, 한 번 지은 건물은 다시 뜯어낼 수 없으므로 더 증설해야할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신정호 행복주택반대 주민비상대책위원장도 구청과 같은 의견이다. 목동유수지는 50만 양천구민의 홍수를 예방하는 곳인데, 국토부가 사전재해영향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유수지의 안정성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행복주택 건립 시 유수지와 동등 이상의 성능을 갖춘 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며, 이로 인해 문제가 생기지 않게끔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주거복지연대 남상오 사무총장은 일본에서도 유수지 위로 아파트를 조성한 사례가 있다며, 행복주택 건설 후에도 유수지의 역할은 충분히 유지될 것이라는 견해를 전했다. 실제로, 일본의 도쿄 메구로 강 둔치에는 ‘메구로 임대아파트’ 밑으로 유수시설을 조성해 홍수를 대비한 사례가 있다. 그렇더라도 한 가지 문제가 남는다. 설령 목동지구에 행복주택을 짓는다고 하더라도 이 기간 동안 홍수에 대한 대비를 어떻게 하느냐이다.
하석태 민주평통 양천구 교육분과위원장은 “목동유수지 일대는 2002년, 2006년, 2010년 등 주기적으로 침수가 일어난 곳”이라며 “신월1동은 거의 해마다 1천100여 가구가 침수되는 곳”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행복주택이 건설되는 2년의 기간 동안 수방대책은 무엇인지”에 대해 되물었다. 양천구 주민들은 이곳이 전국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곳(약 2만8천명/㎢)이므로, 공용주차장 문제와 함께 새로운 주택이 건설되면 교통대란이 일어날 것을 염려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주차장 건물을 세우는 방법 등으로 지금의 주차장과 동등한 수준의 주차공간을 확보할 것이며, 후속 단계에서 교통영향분석 및 개선대책에 대한 심도있는 검토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건축사사무소의 관계자도 일반적으로 택지를 조성할 경우 교통영향분석을 실시하며, 만약 교통량이 많으면 차선을 넓히는 방식으로 교통량을 해소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그 동안 수많은 택지를 조성하며 교통영향분석을 해왔는데도, 교통난 해소는커녕 시내 곳곳의 도로가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신정호 주민비상대책위원장은 법원의 뜻에 불복하고 항소할 뜻을 밝혔다.
‘쪽방’ 논란에 휩싸인 가좌지구
서울시 서대문구 가좌지구는 2만6천㎡의 철도부지에 650세대를 건설하기로 한 지역이다. 그런데 최근 한 제보에 의하면, 가좌지구는 362호로 축소된 가운데 이중 80%인 287호가 전용면적 16㎡로 채 5평이 되지 않는 수준으로 조성될 것이라고 한다. 나머지 20%는 취약·노인계층을 위한 주거공간으로 29㎡와 36㎡로 조성된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른 행복주택 공급비율은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대학생이 80%이고 나머지 20%는 취약·노인계층이므로, 20%의 취약·노인계층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신혼부부 등 2인가구의 입주는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가좌지구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주거공간임을 강조했다. 가좌지구 인근에는 2.5km 이내에 명지대, 연세대, 홍익대가 있으며, 5km 이내에 배화여대, 경기대, 이화여대, 추계예술대, 서강대가 위치해 있다. 지역의 특성과 여건에 따라 지구의 성격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 전용면적도 변경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좌지구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지구를 조성하는 점을 감안해 특별히 전용면적 16㎡의 비율을 80%로 했을 뿐, 다른 지역은 골고루 분배가 되도록 조성했다고 밝혔다. 또한 가좌지구 일대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도서관 설립을 바라고 있어 도서관도 들어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좌지구는 지난해 6월 12일 착공이 진행되었으며, 2016년 12월 19일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범지구 선정에 있어서 과거의 관행을 답습하다 보니 놓친 부분이 있는 것을 인정했다. 향후에는 국토부가 연도별도 책정된 사업목표에 쫓기다가 행복주택 지구를 성급하게 선정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지역경제와 문화의 활성화라는 본래 취지에 맞게 주민과의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고 지구조성에 따른 사전영향평가를 충실히 수행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