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를 풀며
무지개를 푸는 일
이 책은 인류의 낭만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예술 못지않은 감동을 주는 원천이라는 신념을 전공 분야인 진화생물학은 물론 물리학과 천문학, 음향학, 뇌과학, 심리학, 통계학의 성과들을 인용해 쉬운 언어로 설명한다.
2장과 3장은 반과학적인 생각과 태도를 비판하고 반박하며, 6장과 7장은 과학 대신 미신에 신경을 쏟는 이들과 그들이 믿는 미신에 대해 비판하는데, 위 네 단원이 저자의 전체적인 주장을 직접적으로 포괄한다. ‘사람들은 신비로운 것에 열광한다.’ 반과학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은 미신을 좋아하며, 조금만 신비로운 일이 생겨도 요정에 의한 것, 혹은 기적 같은 일이라는 미신과 관련된 온갖 수식어들을 다 가져다 붙인다는 의미로 신비로운 일의 원인을 밝히려 들면 오히려 그것을 꺼려하고 외면하며 미신을 좇아 등을 돌린다.
과학을 모르는 사람들은 오로지 현상의 겉모습만을 바라보며 그 외적인 아름다움에만 온 시선을 쏟는다. 그러나 과학을 아는 이들은 현상의 원인을 깊이 파고들어 그 현상의 내적인 아름다움까지 폭넓게 음미할 수 있게 된다. 과학을 통해 현상을 파헤쳐 나가면서, 우리는 수박 겉핥기식으로 현상을 감상한 반과학적인 이들과 달리 그 현상에 담긴 과학의 신비로움과 내적인 낭만을 느끼며 그 신비로움에 빠져 현상에 흥미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무지에 의해 빚어진 미신을 과학 대신 현상의 원인이라 치부하며 맹신하는 것이 낭만을 좇는 행위라 말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발전해 온 과학
과학으로 인해 밝혀진 수많은 현상들에 의해 우리가 존재하고, 또 우리를 비롯한 우주 만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우리 개개인은 서로에게 둘도 없는 소중하고 대단한 존재이지만, 우주를 통해 보았을 때 우리는 먼지 한 톨에 지나지 않는다. 냉담하고 씁쓸하게 들릴법한 이야기일지라도 이는 낭만이 없으니, 비난해도 어쩔 수 없는 사실로 우리는 우리가 낭만적이라 느끼는 모든 것들 또한 우주 만물에 포함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것들은 모두 오랜 시간 동안 발전해 왔고, 또 여전히 발전 중인 과학과 그 과학으로 인해 밝혀진 현상들을 통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원인이 밝혀진 것을 외면하면서 미신만을 좇는 것은 전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충분히 비판할 수 있는 행위이다. 미신은 미신이고 과학은 과학이다. 아직도 현대의 과학기술로는 원인을 밝힐 수 없는 것들이 무수히 많이 존재한다. 과학으로 인한 낭만은 무궁무진하다. 우리는 탐구하는 과정에서도 진한 낭만을 느낄 수 있다. 비로소 원인을 밝혀내게 되면, 어려운 수수께끼를 풀어냈을 때와 같은 기쁨과 그로 인한 낭만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과학 그 자체만으로도 낭만적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익숙함이라는 마취제
누구도 그 의미를 새겨보지 않았던 “우리가 지구에 살게 된 엄청난 우연”에 대하여 너무나 익숙해서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이 광활한 우주, 그리고 숫자로 헤아리기 힘든 어마어마한 시간 속에서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이곳 지구에서 살게 되었다는 것은 놀라움 그 자체이다. 이러한 놀라움을 알게 된 것 역시 과학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과학 덕분에 우리는 우주의 어마어마한 크기와 지구를 제외한 공간의 가혹한 환경 조건을 알게 되었고, 지구의 나이를 비롯해 우주의 나이를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과학에는 익숙함이라는 마취제에서 깨어나려는 노력, 항상 새로운 시작으로 세상을 봄으로써 얻을 수 있는 아름다움이 녹아 있다.
귀족들의 응접실
영국의 시인 W. H. 오든은 과학자들과 함께 있으면 마치 귀족들이 모여 있는 응접실에 있는 것처럼 어색함이 느껴진다고 했는데, 정말로 과학과 시가 그렇게 이질적인 것일까? 시인들이 과학에 대해 조금만 더 열린 마음을 가졌다면, 그들의 예술적 감수성은 훨씬 더 풍부해졌을 것이다. 시인은 과학에서 제공하는 영감을 더 잘 사용할 수 있으며, 마찬가지도 과학자는 더 많은 시인들을 향해 손을 뻗어야 한다. 과학은 시인과 예술가에게 풍부한 영감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분명 어려운 것이다. 과학은 끊임없이 추구하고 좇아야 할 삶의 태도 그 자체이다. 실용성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대한 탐색, 원초적인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다.
공중의 바코드
커다란 오케스트라 콘서트홀. 수십 가지의 악기가 저마다 소리를 내고, 옆 사람이 수군거리는 소리, 뒷사람의 과자 봉지 만지는 소리, 저 멀리 문을 여닫는 소리가 한 번에 밀려온다. 말 그대로 소리의 대폭발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도 각각의 소리를 구별할 수 있다. 심지어 훈련된 청중이라면 악기의 소리까지 하나하나 모두 구별할 수 있다. 우리의 귀는 두 개뿐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것은 바로 공기의 특정한 울림으로 전달되는 “소리”라는 것에는 특유의 진동수, 즉 공중을 날아다니는 특유의 바코드가 있기 때문이다. 소리는 정보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약물처럼 작용하기도 한다.
고매한 낭만의 거대하고 흐릿한 상징들
리처드 도킨스와 스티븐 제임스 굴드는 생물학계를 도킨스주 의와 굴드 주의로 나눌 정도로 광범위하고도 첨예한 이론적 대립을 전개해 왔다. 물론 사이비 과학에 맞서 싸운 전선에서는 둘도 없는 의견일치를 보였지만, 이들의 이론적 싸움은 멈추지 않았다. 도킨스는 이 책에서 굴드의 과학을 “나쁜 시적 과학”이라고, 즉 시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기는 하였으나 자칫 사람들의 과학적 상상력을 잘못된 길로 인도할 “위험한” 과학이라고 비판한다. 굴드는 거대 돌연변이를 통한 비점전적 진화론을 이야기했는데, 이 이론은 진화 과정의 점진적인 속성과 돌연변이의 적응성을 고려하지 못한 이론이다.
죽은 자의 유전자 책
현재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유전자는 과거의 정보를 담고 있다. 즉 지금까지 살아남아 우리 몸에 남기 위해 수많은 다른 유전자들과의 싸움을 헤치고 살아남은 우성 유전자들이며, 이 유전자들에 숨겨진 암호를 해독함으로써 우리는 개체의 기원과 변화 양태, 그리고 개체가 생존했던 때의 환경 조건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유전자는 간접적인 의미에서 고대의 환경을 표현한다. 조상의 환경을 담는 것은 전체의 유전자군으로 종을, 평균값을 계산하는 기구라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DNA는 조상이 살던 세계에 대한 암호화된 설명이다.
마음의 풍선
최근 수백만 년 동안 일어난 인간 뇌의 진화가 “생물의 역사 전체를 통틀어 가장 빠르게 진화한 복잡한 기관”으로 다른 동물이나 유인원과 비교해도 인간의 큰 뇌는 유독 풍선처럼 부풀어져 있는데, 많은 생명체 중 어째서 유독 우리 인간만이 뇌를 풍선처럼 부풀리며 진화하게 되었으며, 큰 뇌와 그 뇌를 채우고 있는 사고 능력.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공진화를 추동한 원인은 무엇일까에 대한 몇 가지 이론을 보면 가장 많은 것은 언어의 발달이다.
육체적 능력이 약한 인간은 무리 생활을 위해 의사소통을 위한 복잡한 언어 능력을 소화하기 위해 뇌의 급격한 진화가 이루어졌다는 이론과, 언어 능력보다 먼저 발생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지도 그리기, 지도 보기” 능력은 공간 능력과 고도의 시간 능력, 예측력을 요하는 사냥과 채집을 위해 끝없이 떠돌아다녀야 했던 인간들의 뇌는 지도와 함께 발달했다는 것으로 사냥을 위해 생긴 이 능력의 부산물로 뇌 기능이 발달했다는 이론이다. 거리, 방향, 각도, 속도, 힘, 타이밍, 바람 등 수많은 조건을 고려해야 하는 “던지기”가 뇌의 폭발적 진화를 추동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요소들, 이 많은 자극과 충동, 발생의 결과로 우리 인간은 다른 어느 생물종에게서도 발견하기 힘든 커다랗고 기능적인 뇌를 가지게 된 것이다
재미있고 신비한 학문
무지개를 풀며 는 과학을 그에 얽힌 낭만과 결합하여 생각해 보며 단순히 과학을 재미있고 신비한 학문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던 생각을 새로운 관점에서 과학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과학이 낭만적일까? 라는 물음에 책을 읽는 중간중간 저자의 말에 공감하여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데 과학이 경이롭고, 신비롭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낭만적이라는데 의문이 있거나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꼭 한 번쯤 이 책을 읽어보고 과학에 담긴 내적인 감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첫댓글 시와 과학, 시인과 과학자의 상호침투....소리가 바코드이자 약물이라는 거....굴드와 도킨슨.. 뇌의 진화. 그러나 기계시대에 우리 뇌는 어디로 갈지..궁금. 과학의 낭만성..... : 언제가 내과학 실험실에서 연구원들이 밤새 연구하고 아침에 부스스한 머리와 피곤한 얼굴색을 하고 연구실을 나오는 모습을 보고 아~ 멋있다. 생각했던 적이....근데 본인은 아마 지옥이였을 듯....글의 내용과 맥락은 좀 어긋난 것 같지만 잘 읽었습니다.
촌장남~ 흥미로운 책 소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