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주衢州 자호암子湖巖 이종利蹤 선사
그는 전주澶州 사람으로서 성은 주周씨이다. 유주幽州의 개원사開元寺에서 출가하고는 나이가 차자 구족계를 받았다. 나중에 남전南泉에게 입실하고는 바로 구주衢州의 마제산馬蹄山에 가서 띠집을 짓고 살았다.
당나라 개성開成 2년에 고을 사람인 옹천귀翁遷貴가 산 밑의 자호子湖를 보시해서 절을 짓게 하니, 함통咸通 2년에 안국선원安國禪院이라는 편액을 하사하였다.
어느 날, 상당하여 대중에게 보였다. “자호子湖에 개 한 마리가 있는데, 위로는 사람의 머리를 취하고, 중간으로는 사람의 심장을 취하고, 아래로는 사람의 발을 취하니, 따지려고 하면 곧 몸을 잃고 목숨을 잃는다.” 이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자호의 개 한 마리입니까?” 대사가 말했다. “멍멍[嘷嘷].”
임제의 밑에 있던 두 스님이 뵈러 왔다. 바야흐로 발[簾]을 걷으려는데 대사가 말했다. “개 조심하라.” 두 스님이 고개를 돌리니, 대사는 그대로 방장으로 돌아갔다.
대사가 승광勝光 화상과 함께 밭에서 김을 매다가 갑자기 호미질을 멈추고는 승광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일은 없지 않으나, 마음을 헤아리려 하면 곧 어긋난다.” 승광이 절을 하고 물으려 하자, 대사가 걷어차 버리고서 절로 돌아갔다.
어떤 비구니가 와서 뵙자, 대사가 말했다. “너는 유철마(劉鐵磨:맷돌) 유철마는 위산 영우 선사의 제자로 늙은 비구니이니, 성이 유劉씨이다. 철마는 근기가 뛰어나 닥치는 대로 모두 갈아 없애는 위엄이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가 아니냐?” “외람되오나, 그렇습니다.” “왼쪽으로 도는 맷돌인가, 오른쪽으로 도는 맷돌인가?” “화상께서는 뒤바뀐 말을 하지 마십시오.” 대사가 문득 때렸다.
어느 날 밤중에 대사가 승당僧堂 앞에서 “도적이야, 도적이야” 하니, 대중이 모두 놀라서 달아났다. 대사가 승당 안에서 나오는스님 하나를 붙들고 외쳤다. “유나(維那:대중을 감독하는 책임)야, 도적을 잡았다, 잡았어.” 그 스님이 말했다. “저는 도적이 아닙니다.” “네가 바로 그 도적놈이니, 다만 수긍하지 않을 뿐이다.”
대사가 게송을 지어서 대중에게 보였다.
30년 동안 자호子湖에 머물면서 두 때의 죽으로도 기력이 좋네. 날마다 산에올라 몇차례 보였는데 요즘 사람 아는지를 그대에게 묻노라. 三十年來住子湖 二時齋粥氣力麤 每日上山三五轉 問汝時人會也無
대사가 자호에서 45년 동안 설법을 하다가 광명廣明 때에 병 없이 임종하니, 수명은 81세이고 법랍은 61세였다. 지금까지 본산本山에 탑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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