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들이 표류하고 있다.
총15조 원이, 1400만 근로자가 2년간 낸 세금이, 1997년 4800만 전국민에게 지옥에 떨어지는 치욕과 천당에 오르는 감격을 한꺼번에 안겨 준 IMF 구제금융에 버금가는 달러가, 북한의 2300만 1년 총생산의 1.5배나 되는 피 같은 돈이, 적도 부근의 태평양에서 바닷물이 무진장 증발하듯이 누구의 눈에 띄지도 않고 마구 증발하고 있다.
환경보전의 가면을 쓴 정치 놀음에 국민의 혈세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
토론과 이성의 전당을 악다구니와 감정의 난장판으로 만든 자들의 명연기를 거듭 방영, 마음 약한 국민들을 부추겨 헌법재판소를 협박하던 방송이 이젠 한 비구니의 자폐증후식 단식 투쟁의 결승 장면을 하이라이트로 반복 중계하여 가슴이 조마조마해진 순진한 국민들로부터 빗발치는 여론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과히 빅 브라더 공화국의 방송 수준이다.
"사람 목숨부터 살려라!"
양산 천성산의 내원사와 가까운 곳에서 경부고속전철의 터널 공사가 2년간 지연되면서 무려 2조 원의 '피 세금'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
파리·모기보다 100배 거대한 도롱뇽 몇 마리를 위해 두 번의 환경평가와 두 번의 법원 판결을 통해 '이상 없음' 판정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관음보살이 아니면 절대 불가능한 100일의 단식 투쟁으로 지율은 무려 2조 원을 도롱뇽에게 보시했다.
도롱뇽이 몇 마리나 사는지 모르겠다만, 그 터널이 완공되어 양보에 양보를 거듭해서 10마리 정도 죽는다고 하면
(전두환 정권이 아닌 노무현 정권의 환경평가에서 이상이 없다고 했으니까),
도롱뇽 한 마리에 무려 2천억 원씩 보시한 셈이다.
"돈, 돈이 문제냐? 사람 목숨이 귀중하고 자연이 중요하지.
환경 파괴, 물러가라! 영원히 물러가라!
눈에 보이는 2조 원보다 눈에 안 보이는 20조 원을 생각하라,
어리석은 중생이여!"
전국의 산을 가장 많이 파괴하는 주체가 누굴까? 정부? 아니, 사찰이다.
1960년대 이래 국책사업에는 나름대로 환경평가를 다 거쳤지만, 사찰은 치외법권 지대이다. 옛날의 자연친화적인 사찰은 이제 눈을 씻고 봐도 없다.
(기독교의 기도원도 50보 100보이다만.) 수시로 불사를 일으켜 산을 마구잡이로 파헤치고 깎고 자르고 들쑤신다.
한 골짜기 전체를 시멘트와 철골로 뒤덮는 수도 있다.
산 중턱에 위치한 수많은 명산들의 사찰에 이르는 길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말끔하게 포장해서 동물이든 식물이든 무차별로 몰살시킨다.
이에 질세라, 사하촌에는 각종 음식점을 비롯하여 온갖 건물들이 들어서서 물과 공기를 마구 오염시킨다.
과거 정부들이 개발이란 미명하에 자연을 다짜고짜 훼손하기만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당장 아무 산이나 올라가 보라.
한겨울에도 산들이 얼마나 푸른가를 확인하라.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온통 벌거벗었던 산들이 초록빛 옷을 입게 된 것이 자연훼손인가.
4차례에 걸친 경제개발5개년 계획의 와중에 1970년대 들어서면서 산을 짙푸르게 만든 사람이 바로 박정희다.
반면에 김일성과 김정일이 60년간 통치한 북한의 붉은 산들을 보라. 거기 어디 나무가 있으며 겨울에는 나뭇잎이나 마른풀이라도 제대로 남아 있는가.
왜! 그렇게 되었는가?
남쪽보다 높은 산이 훨씬 많고 인구는 반밖에 안되어 해방 전에만 해도 한국의 산보다 한결 푸르던 북한의 산야가 왜 그렇게 헐벗게 되었는가.
돈이다. 돈 때문이다. 돈이 없으면 환경도 없고 자연도 없다.
어느 누가 감히 북한에 가서, 도롱뇽 살려 주세요, 개구리 살려 주세요, 풀 뜯어먹지 마세요, 나무껍질 씹지 마세요, 아궁이에 제발 나무 처넣지 마세요, 이 따위 소리를 할 사람이 있는가.
당장 굶어 죽을 판에 들쥐든 개구리든 뱀이든 닥치는 대로 잡아먹고 볼 일이다. 누가 그들을 나무랄 것인가.
누가 거기서 꿩 타령, 토끼 타령을 하랴. 흉측한 도롱뇽인들 열흘 스무 날 굶어 눈이 뒤집힌 사람이 안 잡아먹을 것인가.
2004년 한국이 금강산관광이니 개성공단조성이니 하는 것 외에도 순수한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보낸 것이 곡물 40만 톤을 포함해서 2억5천6백만 달러(약 3천억 원)다.
부자 나라가 수두룩한 지구촌의 나라들이 무상원조한
액수는 총1억6천6백만 달러이고.
북한에서 부족한 식량이 연간 약 100만 톤이라고 하는데, 그 말이 맞다면 한국에서 보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옥수수의 국제시세는 1톤당 2003년 92달러, 2004년은 115달러였다. 대충 100달러라고 치면 한국에서 보낸 무상원조로 2백56만 톤을 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운임과 보험료까지 포함한 수입오퍼가격은 각각 141달러와 195달러였으니까, 이렇게 계산해도 100만 톤은 사고도 남는다.
더군다나 한국은 운임료를 한 푼도 받지 않고 40만 톤이나 갖다 주었다.
맛깔스런 중국 동북 지방의 자포니카 쌀도 1톤에 400달러 정도이니까, 이것과 그보다 싼 안남미를 반반 섞어 주더라도 국제적인 원조까지 포함하면 식량은 넉넉하게 지원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식량기구에 따르면 650만의 북한 주민이 현재 굶주린다고 하고 62%의 어린이가 만성 영양실조에 시달린다고 한다.
역산해 보면, 북한의 통계는 전혀 믿을 게 못 되어 실지로 부족한 곡물은 연간 200만 톤 이상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또한 북한에 보내는 현금은 식량 구입에는 한 푼도 안 쓰고
무기 생산과 김일성 동상 제작, 샥 스핀이나 나폴레옹 꼬냑, 벤츠 구매 등에 최우선적으로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2년 이른바 경제개선조치 이후 북한 노동자는 평균 2500원의 월급을 받는다.
대부분의 공장이 문을 닫았기 때문에 이 월급조차 제대로 받는 사람도 드물다.
설령 받는다고 해도 쌀이 1kg 46원에서 이미 750원 지역에 따라 1200원까지 올랐기 때문에 쌀 3kg밖에 못 산다.
협동농장에 소속된 농민도 1년 농사 끝에 받는 쌀은 20kg밖에 안 된다.
이걸로 한 식구가 먹고살아야 한다. 밥 반 공기와 죽 한 솥으로 사는 수밖에 없다. 그것도 떨어진 가정은 물만 먹으며 20일, 30일, 40일 버티다가 시커먼 시체로 변하고.
그렇게 죽은 사람이 이미 300만 명. 동요계층과 적대계층으로 분류된 1000만 명은 오로지 돈이 없어서 굶기를 그야말로 한국에서 밥먹듯 한다.
옥수수 밭에서 몰래 옥수수 한 자루 꺾다가 그 자리서 총 맞아 죽는 게 북한에서는 전혀 뉴스거리가 안 된다.
그만큼 돈이라는 것이 대단하다.
왜 이렇게 북한 주민을 온통 걸신들리게 만들고 특별히 높은 산이 아닌 한 산이란 산은 모조리 벌거벗겨 나무든 산짐승이든 씨를 말린 김일성 부자를 성토하는 단식은 아무도 않는가.
1천만 불교 신도 중에서 촛불 하나 키는 사람이 없는가.
오히려 김일성 부자에 관해 그저 바른 소리만 몇 마디 해도 길길이 뛰는 사람이 어쩌면 그리도 많은가.
천성산에서 증발한 2조 원이 얼마만한 돈인가.
2004년 한국의 대북한 인도적 지원규모의 7배이다.
쉽게 말해서 그 돈이면 북한 주민 1000만 명을 10년간 먹여 살릴 수 있다.
만약 그렇게 하면,
그 사이에 한국의 도둑고양이 신세보다 못한 북한의 하류 인생 1000만 명이 배가 든든하여 더 이상 산으로 들로 쏘다니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 산 저 산에서 나무가 한 그루 두 그루 살아 날 것이고 개구리와 도롱뇽도 알에서 깨어나 눈을 두리번거릴 것이다.
좋은 방법이 있다!
대통령과 장관들, 열린우리당의 국회의원들에게 국책사업표류에 따른 15조 원을 변상하게 하는 것!
외환위기 때 은행과 회사의 임원들에게 무거운 변상 책임을
지운 적이 있다. 좋은 선례다.
김대중 전대통령과 민주당에게도 공동책임을 지우자.
대체로 그 때부터 국책사업이 표류하기 시작했으니까.
아마 이들은 집집이 도깨비방망이가 있어서 그까짓 15조 원 정도야
우습게 만들 것이다.
150조 원의 공적 자금 중에서 영원히 받지 못할 돈은 훨씬 더 많을 것이기 때문에 김대중 전대통령과 민주당이 내야 할 돈이 더 많겠다.
이들로부터 돈을 회수하면,
30만 결식 학생도 살리고
100만 실업자도 살리고
1000만 북한주민도 살리자.
오로지 배가 고파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은
30만 탈북자도 절대! 절대 외면하지 말자.
도롱뇽 10마리도 잊지 말자.
슬피 우는 으악새도 촉촉이 젖은 눈으로 보듬어 주고.
(2005.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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