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夜 / 김광균
어느 먼 ─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췬 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먼 ―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衣裳)을 하고
흰 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우에 고이 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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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균(金光均, 1914년 1월 19일 ~ 1993년 11월 23일)은 개성 출생이다. ‘시인부락’동인 “시는 하나의 회화이다”라는 말이 유명하다
김기림에 의해 도입되고 이론화된 모더니즘 시론을 주조로 하여 1930년대 후반 모더니즘 시운동의 정착에 이바지했다.
송도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산과 용산 등에서 공장 사원으로 일하면서 시를 썼다. 1926년 〈중외일보〉에 〈가는 누님〉을 발표하여 문단에 나온 뒤 〈병〉(동아일보, 1929. 10. 19)·〈야경차〉(동아일보, 1930. 1. 12) 등을 발표했다. 1936년 〈시인부락〉 동인, 1937년 〈자오선〉 동인으로 활동했다. 초기에 쓴 시 27편을 모아 제1시집 〈와사등 瓦斯燈〉(1939)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