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살이 중 가장 힘든 날을 고르라면
늘 이틀째쯤이다.
첫날이야 새로운 곳에 대한 설램과
집 떠나는 즐거움에 후딱 가버리지만
둘쨋날이 되면
적응할만큼 적응도 되어 새로움은 사라지고
엄마아빠가 해주시던 일들을
매 순간 스스로 해야하니
그 뻑뻑함이 마음을 고단하게 한다.
아침 준비하고 아침 먹고 아침 정리하고
점심 준비하고 점심 먹고 점심 정리하고
저녁 준비하고 저녁 먹고 저녁 정리하고
청소하고 잠 잘 준비하고,
잠시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그새 새로운 날이니. . .
군 입대 갓 한 남자들이
집이 그리워 돌아갈 날짜를 세어볼 때 느낀다는,
그 보이지 않는 막막함이랄까?
실은 일상이라 부르는 우리의 삶들이
그러한 막막함 속에서
무언가를 향해 어디론가 가는
행위의 연속은 아닐까?
삶이라 부르는,
연속된 행위들 속에서
우리,
인간이 그리는 무늬는 무얼까?
소라게의 움직임이 펼쳐낸 무늬는
오늘도 예사롭지 않다.
썰물이 남기고간 움직임의 자국도,
그 속에서 견뎌보려 애쓴 미역이 남긴 자취도
우리들의 움직임도 아름답길 바래본다면,
그것도 욕심일까?
삶은 설명을 듣거나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니다.
낯선 삶에서 만나는 많은 경험과 어려움은,
우리 안의 불순물들을 태워버린다.
너무 많은 조언과 준비는
막막함 속에 만나는 삶의 경험들이
영혼 깊이 각인되어 또 다른 힘으로 변화하는 걸 막는다.
낯설고 힘든,
그러나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들이
어떤 의미인진 알 수 없어도
겪어보고 지내 본 사람은
그 일상의 반복이 주는 힘을 안다.
그렇게 또다시 시작된
아침 준비시간.
코펠 밥을 앉혀놓고도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오간다.
평. 화. 롭. 다.
그 분주한 찰라에도
사랑은 표현되고. . .
오늘은,
걷는다.
2시간(왕복 4시간)을 어찌 걷냐 걱정은 앞서도
앞서야 할 것은
걱.정.이 아니라
걸.음.이다.
걸음이 시작되고
누군가 앞장서 걸으면
하나되어 걷는다.
걸음이 가진 비밀이란,
앞서던 발이 뒤가 되고
뒤쳐진 발이 다시 앞이 된다는 점이다.
앞발이 앞에만 있거나
뒷발이 뒤에만 있으면 그건 걸음이 아니다.
바보걸음이다.
그러나 걱정과 두려움에 휩싸여
발조차 떼지 못한다면
그건 아예 바보다.
스테이크 초밥과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던 아이가
멸치반찬에 김자반 섞인 밥에도
너무 맛있다며 감사해한다.
세상의 절반이라는 감사함.
아이들에게 어떻게 감사함을 가르칠 수 있을까?
교육에서 가난의 의미.
하긴
하늘 풍경을 찬 삼아
밥 먹어 본 이가 몇이나 있을까?
모두 모여 모둠.
오늘의 날들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기억될진 몰라도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이다.
첫댓글 " 관광객은 요구를 하지만, 순례자는 감사한다..."
유단이의 권유로 어제 오늘 읽은 "순례주택"에서 나온 구절이 딱 떠오르네요.
아이들 최고의 배움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조개 썬구리는 상품으로 개발해도 될듯요.ㅎㅎ
관광객은 요구를 하지만,
순례자는 감사한다!
감사합니다!
@장승규 선생님이야말로 순례자.^^
@진선희(유단엄마)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일상에 대한 인내와 감사는 역시 집 밖에서가 더 최고!
편히 살던 아이들에게 어려움과 이겨내는 힘을 길러주는 무등의 들살이는 참 값진 시간입니다.
고생 배로 하시는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이제 두밤 남았네요~ ^^
아이들 생생한 모습, 모래의 생생한 무늬들, 말할 수 없이 멋진 황혼까지 함께 느낄 수 있어 참 좋고 감사합니다. 선생님들 힘내세요~!!!
이젠 별로 중요하지 않게 여겨지는,
어려움과 인내를 배워가는 아이들.
교사회가 하려는 방향을 읽어주시는
부모님의 애정어린 시선에
감사함을 보냅니다.
윌리를 찾아라처럼 사진마다 ‘서현이를 찾아라’ 하는 중이에요^^
잘 찾으셨나요?
골고루 공평히 찍는다고 찍어도
많이 보이는 얼굴이 있고
숨어있는 얼굴도 있더라고요.
^^;;
끝을 알수 없는 모래위를 묵믁히 기어가는 소라게의 모습이,, 감동을 주네요.
파도에 맞서 버틴 미역 흔적의 아름다움 보니,,,우리의 치열함도 아름다운 흔적을 남기겠구나 싶어요...
멋진 하늘을 반찬삼아~~ 그렇게 걸으믄 뭐든 맛날듯 ㅎㅎㅎ
아이들에게 너무 좋은 시간이네요~~
선생님들께 무한 감사를 드립니다♡♡
조개썬글이(? 아니 안대??) 오래 쓰고 계셨음,,, 멋져지셨을텐데~~ 태닝 될만큼 쉼이 길지 않으셨을테니 다행이라 해야하나요^^;; 내심 보고프기도 합니다 ㅎㅎㅎ
그쵸? 저도 소라게와 미역이 참 인상깊었습니다.
밥 한 술 뜨고 하늘 한 번 보던 동인이도..
(아마 이유는 다르겠지만요. ㅎㅎ)
하루 종일 분주하고
왁자지껄할지 알지만,
정지된 사진속의 장면은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이들과 몸짓과 그 너머의
풍경에 감탄이 절로 나오네요.
그게 사진만이가진 매력같아요.
근데 풍광과는 다르게 고생도 좀 했다는.
바다와 같은 선생님들의 정성과 애씀으로
품안 가득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채우고,
일상의 수고로움을 담아내는 큰 배움이 이니 틀림없이 복받은 아이들이군요
집에 와 무슨 말을 들려줄지 설레고 기다려 집니다.
복받은 아이들, 맞지요.
특히 모래성을 쌓는 모습에서
나현이의 새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