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背信 )이라는 한자는 믿었던 상대가 등을 돌린다는 뜻이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인간은 신세를 지거나 은혜(恩惠)를 입으면 반드시 갚는 것이 도리라 생각한다. 은혜를 입은 자가 신의(信義)를 저버리고 등을 돌릴 때 '배신자'라고 한다. 인간이 해서는 안될 가장 비열한 행위다. 그래서 배신자를 속된 말로 짐승 만도 못한 인간, 또는 X 만도 못한 인간쓰레기라고 동물을 비유한 비속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배신에도 인간적 배신과 정치적 배신이 있다. 인간적 배신은 은혜를 입은 사람에 대한 단순한 개인에 대한 배신이 다. 하지만 정치적 배신은 당을 망치기도 하고 나라를 망치기도 한다. 정치인들의 배신은 인간적 정치적 복합적 배신이다. 김무성, 유승민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은혜를 입은 사람들이다. 대권의 야욕이 무산되면서 인간적 정치적 배신으로 당을 망치고 우파정권까지 좌파 문재인에게 넘겨준 공신들이다. 역사에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대표는 윤대통령의 인간적 정치적 은혜를 입은 사람이다. 그런데 김무성, 유승민의 길을 가고 있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대권욕에 빠져있는 한동훈의 멘토 멤버들을 보면 좌파 김경율, 진중권 같은 보수의 이념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최고위원으로 영입한 김경율은 김건희 여사 디올백수수를 악마화해 비판했고 영등포을에 전략 공천한 함운경은 의대증원 문제로 대통령 탈당하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지금 민주당은 김건희여사를 고리로 윤대통령 탄핵을 추진 중이다. 대통령실 전 행정관 김대만과 정치브로커 명태균의 폭로로 김여사 특검과 윤대통령 탄핵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한동훈은 대통령에 힘을 보태기는 커녕 대통령을 정면 공격하고 나섰다. 한동훈의 정체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이 외국에 나가 김정은이 대변인 노릇하고 다니듯 한동훈이 이재명의 대변인 노릇을 하는 모양새다.
한동훈은 윤대통령과의 독대를 앞두고 17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서 김건희 여사와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김여사 대외 활동 중단'' ''김여사 의혹 규명을 위한 관련 절차 협조" 등 3대 조건을 윤대통령에게 요구했다. 대통령에게 할 말을 언론에 공개했으면 답변을 기다릴 일이지 독대를 고집하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한동훈은 대통령실에 몇 차례 독대를 요구했다고 공개까지 했다. 대통령이 독대를 하면 언론은 대서특필할 것이고 결국 대통령을 굴복시켰다는 한동훈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한동훈이 요구한 3건의 요구는 윤대통령이 수용하기도 참기도 어려운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인적쇄신'은 대통령 고유의 인사권을 간섭한 것이다. '김건희여사 대외활동 중단'은 영부인으로 자격 미달이라는 의미이다. 대통령이 외국순방 때 영부인을 대동하는 것은 방문국 영부인과의 친교를 맺는 외교 활동으로 어느 나라든 관례다. 외국정상들이 영부인을 대동하고 한국을 방문할 때 영부인이 대외 활동을 중단하면 대안도 없이 어쩌라는 것인가.
'김여사 의혹 규명을 위한 협조' 요구는 검찰이 주식투자사건을 수사한 지 4년 만에 불기소 처분을 한 것에 대한 반발로 민주당이 재 추진하려는 특검에 협력하라는 뜻이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윤총장 지휘권을 박탈시키고 문재인 대학후배 이성윤검사를 중앙지검장에 임명 1년 8개월간 탈탈 털고도 소환조차 못한 것은 혐의가 없다는 것이다. 또 윤석열 대선후보시절 민주당이 대선 이슈로 부각했지만 국민들의 심판으로 대통령에 당선시킨 것은 주식투자사건은 이미 해소된 것이다.
김여사의 주식투자사건은 윤대통령과 결혼하기 전에 있었던 일이다.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 임명 청문회 때도 야당인 국민의 힘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안 했다. 윤석열이 국민의힘 대통령이 되자 민주당은 이재명의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해 김건희여사의 주식 투자를 주가조작으로 정치이슈화 해 지속적인 선동으로 악마화하는 것이다.
한동훈대표는 이러한 전후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김여사 특검에 동조할 수 도있다는 대통령에 대한 협박이다. 여당이 단합해도 야당에 역부족인데 영부인 공세에 야당보다 여당지도부가 더 적극적이다. 이는 대통령의 국정수행 여론이 20%대로 하락하자 영부인의 리스크에 올라타 정국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총선 때 대통령과의 갈등을 야기시켜 보수의 분열로 참패당한 일을 잊은 것이라면 한동훈의 대권은 희망사항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