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충과 식물 질병은 오랜 시간 인류의 농업에 큰 해악을 끼쳐 온 골칫덩어리였습니다. 근대를 지나 현대사회로 들어오면서 농약의 개발과 농업 기술의 발달로 상당 부분 병해충 문제가 해결된 것은 사실이지만 인류의 병해충 방제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이에 대응하여 새로운 해충과 질병 또한 나타나고 있고, 특히 아직 경제 개발이 충분한 단계에 이르지 못한 동남아 지역에서는 메뚜기 떼나 병충에 제대로 연구, 대응하지 못하여 곧잘 흉년이 들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작년부터 세계 선진 공여국들의 모임인 DAC(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에 가입하여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공식적으로 탈바꿈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해외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우리의 금전적, 기술적 원조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요, 농업기술 및 병충해 방제 분야 역시 이러한 국제 협력의 주요 분과로 요즘 각광받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1월 29일 태국 방콕에서 UN식량농업기구(FAO)와 함께 ‘동남아시아 식물검역 병해충 예찰·조사능력 제고를 위한 공동협력사업’ 착수보고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역시 개발도상국의 농업분야에 대한 지원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고 하는데요, 농림부와 함께 보고회에 참여하는 FAO라는 기관은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의 약자로, 전 세계 모든 국민의 영양 및 생활수준을 향상시킨다는 목적으로 농업, 식량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기능도 수행하고 있는 UN 산하의 주요 국제기구입니다. 우리 농림부는 지난 2011년 FAO와 식량안보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고 이번 보고회를 통해 추진할 병해충 방제 연구 사업은 작년 농식품부-FAO 초국경동물질병 대응능력제고사업 이후 두 번째로 시행되는 합동 사업입니다.
(사진출처 : FAO 공식홈페이지)
이번 사업의 공식 명칭은 ‘동남아 식물검역 병해충 예찰·조사 능력개발 및 병해충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 인데 국제식물보호기구 IPPC가 2012년에서 19년에 이르는 중장기 사업계획으로 개도국의 식물검역능력향상을 핵심적인 추진 요소로 규정한 것이 사업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업의 대상국은 동남아 6개국(캄보디아, 태국,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네팔)으로, 모두 아열대 기후로 막대한 농업생산성을 자랑하는 국가이지만 저개발 국가들이기 때문에 병충해 검역 역량은 낮은 국가들입니다. 농식품부는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식물 병해충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대상국의 현황을 진단하여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2016년까지 약 2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국제기구와의 공동사업을 통해 개도국을 돕는 것은 높아진 우리나라의 위상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에게 실리적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지구온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아열대 기후 지방을 대상으로 새로운 병해충 출현이 많아지고 있는 반면 이들 국가와 식량을 교역하는 나라들도 많아져, 새 병해충들이 타국으로 전파되는 사례 역시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주요 곡물 식량 자급률이 20%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식량의 대외 수입 의존도가 높은데, 이런 국제개발협력을 통해 해당 지역의 병충해 대처 역량을 제고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면 장기적으로 병충해의 국내 유입을 막고 국민들이 안심하고 농산물을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진출처 : FAO 공식홈페이지)
높아지고 있는 농식품부와 국제기구들과의 협력, 개발 도상국 지원에 힘쓰면서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동시에 우리 국민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확대 시켜 나가기를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