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운동 할 때는 한발짜리
집에서는 네발짜리를 짚는다
너무 오랫동안 같이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정이 들었다
그런 정을 떼고 홀로서기를 시작한다
아내가 보는 가운데 한 걸음, 한 걸음 걷는다
너무 놀라서 박수와 고함을 지르고 엄지 척을 한다
등에 업혀 있던 손녀도 덩달아
손을 흔들고 만세를 한다
이것이 나의 삶이다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2025.03.16. -
김성배 시인은 몇 년 전에 병마로 쓰러져 현재 힘든 재활의 과정을 겪고 있다. 최근에 펴낸 신작 시집인 ‘내일은 걷는다’는 시인의 재활기(再活記)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시도 그러한 시편들 가운데 한 편이다.
재활의 생활은 고통스럽지만, 시인의 시편에는 고통의 시어가 없고 오히려 긍정하는 마음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가령 시 ‘생활 재활 익히기 5 – 지팡이’에서 “한쪽 다리가 불편해서 지팡이를 짚는다 한발 내딛고 지팡이 짚고 한발 따라 걷고 계속 반복해서 재활을 한다 (……) 내일은 한 걸음 더 걸을 것 같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열 걸음… 잘 한다”라고 썼다.
이 시에서도 그동안 의지해 오던 지팡이를 두고 혼자의 힘으로 걸음을 막 떼는 순간의 희열을 드러낸다. 그 기쁨은 자신의 것이기도 하지만 함께 사는 가족의 것이기도 하다. 손뼉을 마주치고, 크고 세차게 소리치고, 두 손을 높이 들며 기뻐하는 열렬한 환호와 환희의 시행(詩行)은 가족 모두가 이 경이로운 순간을 얼마나 고대했는지를 역력하게 보여준다. 시인이 쾌차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