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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특검은 최순실 관련 의혹 중 마지막 남은 몇 개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검은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 수수의혹,
최순실의 국정 농단, 현 정권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을 수사해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
하지만 여전히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는 사안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직무유기 의혹이다.
두 가지 사건과 관련해서는 특검의 고민은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관련 의혹에 대해서
수사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것이나 지금까지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
본지는 지난 해 12월 롯데호텔 전 고위임원이라고 밝힌 제보자의 제보를 토대로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외부인 롯데호텔에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관련자들이 입을 맞춘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 의혹을 풀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우 전 수석 의혹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깜깜 무소식이다.
조만간 소환을 한다는 입장이지만 특검 종료 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본지의 취재 결과 특검은 우 전 수석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여러 가지 카드를 준비 중인데
최순실이 개입된 방산비리가 그 중에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특검은 한국형전투기 사업, 즉 F-X사업과 관련해 최순실 씨 개입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어느 정도 윤곽을 파악하고 있으나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이 사업과 관련한 각종 의혹들을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특검은 지난해 12월30일 마약복용 혐의로 대전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LA출신 무기중개상 린다 김씨에게 면회를 요청했으나, 린다 김의 거부로 발길을 돌린 바 있다.
특검의 이런 움직임은 최순실 게이트가 처음 불거졌을 때부터 본국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흘러나온
의혹과 무관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본국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린다 김 씨와 정윤회 씨(최순실 씨 전 남편)가 록히드마틴 측과 함께 만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질문한 바 있다. 한 장관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하자,
안 의원은 “록히드마틴과 최순실 씨가 만난 것도 모르느냐”고 재차 질문했다.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제기됐으나 특검에서 이 문제에 대해 수사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없었다.
그런데 특검이 외부에는 공개하지 않은 채 ‘최순실과 록히드마틴 커넥션’과 12조에 이르는
한국형전투기 도입 관련한 F-X사업 커미션에 대한 은밀한 수사를 진행해오고 있던 것이
린다 김 접견 요청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방산업계에서는 당초 F-X 최종 기종으로 선정이 유력했던 보잉의 F-15SE에서
록히드마틴의 F35A로 뒤집히는 과정에서 최순실 씨가 린다 김을 통해 방산업체로부터
수백 억 원대의 불법 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최순실 때문에 갑작스럽게 뒤집어진 FX 사업
일단 최순실과 록히드마틴 간 커넥션 의혹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형 전투기 사업인
F-X사업에 대해 알아야 한다. 공군은 이명박 정권 때부터 차기 전투기 F-X 사업을 추진해왔는데,
정권 말 사업을 계약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차원에서 사업을 박근혜 정권으로 넘겼다.
공군은 당초 미국 록히드 마틴의 F-35A가 아니라 보잉의 F-15SE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추진했다.
지난 2013년 9월까지만 하더라도 F-X의 단독 후보는 보잉의 F-15SE였다.
가격 입찰 결과 F-15SE가 유일하게 총 사업비 8조 3000억 원을 맞출 수 있었고,
이에 따라 같은 해 9월24일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 주재로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에는
‘F-15SE 차기 전투기 기종 선정안’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그런데 방위사업추진위는 북한의 비대칭 전력과 안보상황, 세계 항공기술 발전 추세 등을 감안했다며 F-15SE안을 부결했다.
이어 군 수뇌부가 노골적으로 F-X 기종으로 스텔스 기능이 뛰어난 F-35A가 적격이라는 논리를 펼치더니
이듬해 3월 24일 방위사업추진위는 F-X 기종으로 F-35A를 낙점했다. 김관진 전 장관은 그날 방위사업추진위에서 “(F-35A 결정에) 정무적 판단을 해야 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전투기를 고르는 데 전혀 필요 없는 정무적 판단이 F-X 기종 선정에 결정적이었다는 폭탄발언을 한 것.
결국 멀쩡하게 방위사업청의 평가를 단독으로 통과하고 국회가 사실상 동의한 안이 정무적 판단에 따라 백지화됐다.
예산을 초과하는 초고가 F-35A를 선택한 탓에 도입 대수는 계획했던 60대에서 40대로 줄었다.
무기를 사면서 손바닥 뒤집듯 결정을 번복하고 도입 대수를 대폭 축소한 사례는 F-X 사업이 유일했다.
총 사업비가 8조 원대이고, 도입 이후 유지보수에 그 이상의 돈이 들어가는 사상 최대의 무기 도입 사업이 이렇게 파행을 겪었다.
게다가 록히드마틴은 전투기 핵심 기술 4가지를 한국에 이전하는 것조차 거부했다.
보잉 측은 기술을 제공하기로 했다. 결국 한국형 전투기 KF-X 사업 핵심기술 이전도 백지화됐다.
F-X 사업 때 록히드 마틴의 경쟁사였던 유로파이터의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은 완전한 기술 이전을 약속했고,
F-15SE의 보잉은 핵심기술을 해외에서 사서라도 주겠다고 우리 측에 약속한 바 있다.
록히드 마틴은 애초에 핵심기술 이전을 하지 못한다고 선언한 터라 F-35A를 골랐다는 것은 핵심기술을 포기한다는 뜻이었다.
핵심기술을 받을 생각이 있었다면 록히드 마틴을 선택하지 말았어야 했다.
2015년 10월 한국형 전투기 KF-X 핵심기술 이전 거부 사태가 터지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진상파악을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우병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의 항공기 사업 관계자들을 두루 불러들여 핵심기술 이전이 안 되는 이유를 캤을 텐데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민정수석실은 당연히 KF-X 기술 이전 거부 파문의 전말을 알기 위해
어떤 정무적 판단으로 록히드 마틴의 F-35A를 선정했는지를 조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민정수석실은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그런데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져 나오면서 군 관계자들로부터
“F-X 사업은 군이 아니라 윗선이 좌우했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최순실이 움직였다”는 F-X 사업 관계자의 증언도 나왔다.
결국 당시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었던 민정수석실이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있었을 텐데 민정수석실을 이를 사실상 덮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지금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사드 역시 록히드마틴의 제품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 정권은 유독 록히드마틴에 많은 특혜를 줬다.
록히드마틴이 박근혜 정권 때 한국에 팔아먹은 무기만해도 1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F-X사업위해 방위사업청 고위간부 전격 해임
FX사업을 비롯해 사드까지 현 정부의 주요 무기 계약의 중심에는 김관진 안보실장이 자리잡고 있다.
그가 장관으로 있을 때 F-X사업이 뒤집혔으며, 안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이를 꾸준히 추진했다.
김관진 실장은 이후 F-X 사업에 대해 이렇다 할 말이 나오지 않도록 군을 사실상 통제했다.
최근 김관진 실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사도 본지에 전화를 걸어와
“김관진이 방산비리의 핵심인데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며
‘함태헌(구속 중)이라는 미국 시민권자가 바로 몸통이다’라고 말하며 수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과 장충초등학교 동기인 장명진 방사청장과 김기춘→김관진→우병우 라인으로 이어지는 F-X사업은 최순실이 천문학적인 리베이트를 받기위해 막강한 입김을 발휘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김기춘 실장의 전횡이 가능했던 것은 우병우 전 수석이 군 인사나 무기사업도 꽉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 정권은 방위사업비리 수사 후 방산비리를 예방한다는 의미에서 방위사업청 내부에 방위사업감독관실을 신설했으나
무늬만 감독관실이지 실상은 이를 합법화시키기 위한 기구였다.
2015년 12월 방위사업감독관실이 신설되는 과정에서 한국형전투기 사업자체에 무리가 있다고 반대했던
고위 공무원 2명을 강제로 퇴직시키는 일도 벌어지기도 했었다. 방사청이
“당시 방사청장이 민정수석실에 인사재고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고위직 2명이 나간 자리에 앉은 인물이 바로 우 전 수석 라인의 인물이었다.
조상준 방위사업감독관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2부 부장검사 출신으로 우 전 수석이 대구지검 특수부장이었던 시절
평검사로 함께 일한 경력이 있어 ‘우병우 라인’으로 분류된다.
그는 방위사업감독관실 설치 직후인 2016년 1월 중순 방위사업청으로 파견됐고,
4월 감독관실이 공식 출범하면서 감독관(국장급)에 정식 임용됐다.
조 감독관은 임용 후 매주 수요일, 방사청장에게도 보고하지 않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업무 내용을 보고했다고 한다.
통상 방위사업청 보고, 또는 업무 공조 등은 외교안보수석실이나 국방비서관실을 통해 이뤄진다.
그런데 국내 방위사업 전반을 감독하는 방위사업감독관이 이례적으로 업무와 특별히 관계가 없는 민정수석실에,
그것도 청장에게도 알리지 않고 업무 내용을 보고해 왔다는 것이다.
사전 내부 보고나 허가 없이 외부 기관에 보고하는 것은 방사청 내부 규정 위반으로 징계사유에 해당된다.
문제는 조 감독관이 민정수석실을 드나들던 때가 F-X사업으로 논란이 한참이었던 시점이라는 것.
우 전 수석은 조 감독관에게 관련 사업에 대한 내용을 꾸준히 보고받았으나
결국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다.
우 전 수석이 F-X사업을 뭉갰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최순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모든 과정을 알고 있는 SBS방송의 김태훈 기자는 이 문제로 국방부 대변인에게 자초지종을 따지기도 했으며
이런 내용을 상세하게 알고 있는 김기자가 취재에 착수하자 어느 날 느닷없이
미국으로 발령을 받는 등 석연치 않은 의혹들이 줄줄이 제기되고 있다.
최순실-우병우 마지막 핵심 고리는 F-X사업
우 전 수석과 최 씨와의 관계는 검찰 조사와 청문회를 통해 어느 정도 확인됐다.
본인만 부인할 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이 장모를 연결고리로 가깝게 지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물인 차은택 씨는 검찰 조사에서 “클럽하우스에서
최씨가 김 회장에게 나를 소개하면서 ‘많이 도와주라’고 했다”고 진술했고, 앞선 청문회에서도 이를 확인했다.
차씨의 변호인은 기자들에게 이 진술을 공개했고, 고영태씨 역시 검찰에서 “골프를 친 게 맞는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은 “장모한테 물어봤는데 ‘최순실도 모르고, 골프를 친 적도 없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러자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기흥CC 직원들의 증언’이라며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직원들은 “최순실은 (가명을 써서) ‘이영희’로 골프 치러 왔다” “최씨가 오면 김 회장이 ‘버선발’로 맞았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씨는 개인적으로는 지금도 모른다”고 했고, 최씨가 자신을 추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불러 ‘민정비서관을 맡겠느냐’고 묻더라”고 했다.
우 전 수석 장모 김씨는 ‘청력이 나쁘다’는 사유서를 내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어제 방송 화면에 김씨가 취재진을 피해 달아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김씨는 기자들의 작은 질문도 알아듣고 대답하더라”고 했다.
특검은 결국 최순실 씨와 우 전 수석의 관계를 파헤칠 수 있는 마지막 연결고리를
한국형 전투기 사업으로 보고 이 수사를 특검 종료 전 마지막으로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