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411
영토수호 의지 고양은커녕 잊게 하겠다는 저의인가
"일본 상대한 한국 주권의 상징" 변영태 장관의 일갈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ㆍ전 주러시아 공사
이번 8월에 윤 대통령이 역사관에 논란의 소지가 있는 인물을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함으로써 광복절을 전후해서 건국절 논쟁이 다시 불거져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그런 와중에 최근 독도와 관련하여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있었음이 드러났다. 서울교통공사가 서울 지하철 일부 역사에 있던 독도 조형물을 철거하였고 국방부 산하 전쟁기념사업회가 관리하는 용산 전쟁기념관에서도 독도 조형물이 사라졌는데 해당 기관은 “지하철 승객들의 동선에 방해가 된다.” “조형물이 낡고 훼손되었다.” 등 군색한 해명을 내놓았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국방부는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기술한 장병 정신교육 기본교재를 일선 군에 배포했다가 질타를 받았다. 과연 국방부가 우리 정부의 입장을 몰라서 저지른 단순한 실수였을까? 외교부 사이트 누리소통망 독도 부분에 보면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영토, 독도.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우리의 고유영토입니다’라고 되어 있으며 한국은 독도를 둘러싼 분쟁의 존재를 인정한 적이 없다.
서울 지하철 역사 내 독도 조형물. 독자 제공. 연합뉴스
일본은 집요하게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국제사회가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인식하도록 지속적인 홍보전을 펼쳐 왔다. 2021년 도쿄 올림픽 때 올림픽 사이트에 올린 지도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시하여 파문을 일으켰다. 또한 독도에 대한 한국 내 움직임에 대해 사사건건 시비를 걸면서 자신들의 주장 사례를 지속적으로 축적하여 궁극적으로는 독도 영유권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져가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필자가 (외교부) 현직에 있던 시절 일본은 매번 연말연시가 되면 ‘연하장(?)’을 보내오곤 하였다. 독도와 관련하여 한‧일 양국 사이에 이렇다 할 일이 없었어도 일본 순시선이 독도 근해를 정찰하고 일본에 영유권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국 측이 불법 구조물을 설치하였다는 등의 항의를 담은 외교문서를 보내왔다.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 대일 항쟁기와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정부 수립까지의 시기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 있어 색다른 주장을 하는, 이른바 뉴라이트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대거 정‧관계에 진출하였으며 동북아역사재단, 한국학중앙연구원 등 연구기관의 책임자 자리에 임명되었다. 그간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의 흉상 철거, 건국절, 김구 등 독립운동가에 대한 폄훼 등의 논란은 현 정부의 주요 요직 인사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분열상을 드러낸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어디까지나 국내 문제이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2일 일본 시마네(島根)현이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정한 '다케시마의 날'(2월 22일)을 맞아 일본 측이 독도 강치를 활용한 홍보를 더 강화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일본 시마네현 마쓰에시 곳곳에 붙어 있는 '다케시마의 날' 홍보 포스터. 2024.2.22 [성신여자대학교 창의융합학부 서경덕 교수팀 제공] 연합뉴스
하지만 영토 문제는 국제문제로서 차원을 달리한다. 이웃 나라에서 우리의 고유영토에 대해 지속적으로 시비를 거는 경우 그 영토에 대한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 근거를 밝혀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해 온 낙성대 연구소가 2020년 펴낸 <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에 보면 독도에 대한 한국 측의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다는 내용이 있다. 이번에 밝혀진 독도 조형물 철거 사태에 정관계 및 연구기관 등에 포진한 이들의 입김이 작용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단순히 서울교통공사나 전쟁기념사업회가 스스로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볼 수 있을까?
그리고 지난해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미국도 놀랄 정도로 적극적으로 한‧일 간 군사협력을 주도적으로 추진하였고 이번 7월에는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일본을 방문하여 안보 협력 각서에 서명함으로써 사실상 한일 동맹으로 나아가는 것 아닌지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 정부는 북한에 대해 전쟁도 불사하는 듯한 입장을 드러내면서 유엔사의 후방 기지로서 일본의 역할을 중요시할 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일본 자위대의 한국 파병까지도 고려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런 맥락에서 일본과의 협조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이런 논란을 일으키는 조치를 취한 것은 아닌가?
독도. 일본정부와 역사교과서들은 독도(다케시마)를 한국이 불법 점거한 일본 고유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교도 연합뉴스
영토 문제에 있어 시비를 거는 상대국에 대해 우리 측의 근거와 논리를 탄탄하게 챙기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국민의 영토수호 의지를 고취하는 일이다. 헌법상 대통령은 영토수호의 책무를 지며 영토 문제는 결코 다른 무엇을 위한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한국이 무엇이 그리 아쉬워 이렇게까지 일본의 눈치를 보는가? 독도가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지기를 바라는 것인가? 더구나 그간 지하철과 박물관의 독도 조형물 설치에 대해 일본이 시비를 걸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일본에 대해 한발 물러서는 이유가 무엇인가? 빼앗긴 것은 도로 찾을 수 있으나 내어준 것은 쉽게 회복할 수 없다. 이번 일은 국민의 영토수호 의지를 북돋아도 시원치 않은데 도리어 잊게 하겠다는 저의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하 전문은 링크로
첫댓글 속이 갑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