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십자가 현양 축일’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의 죄를 속죄하시려고 지신 십자가를 묵상하고 경배하는 날이다. 이 축일의 기원은 정확히 알 길이 없다. 전승에 따르면, 예수님의 십자가는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 성녀의 노력으로 찾아내게 되었다. 황제는 이를 기념하고자 335년 무렵 예루살렘에 있는 예수님의 무덤 곁에 성전을 지어 봉헌하였다. 그 뒤로 십자가 경배는 널리 전파되었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9월 14일로 이 축일이 고정되었다.
입당송 갈라 6,14 참조
우리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자랑하리라. 주님은 우리 구원이요 생명이며 부활이시니, 우리는 그분을 통하여 구원과 자유를 얻었네.
본기도
하느님,
외아드님의 십자가로 인류를 구원하셨으니
저희가 지상에서 하느님 사랑의 신비를 깨닫고
천상에서 구원의 은혜를 누리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말씀의 초대
주님께서는 불평하는 백성에게 불 뱀을 보내 벌하셨지만, 모세에게 구리 뱀을 만들게 하시어 뱀에 물린 사람들이 그것을 쳐다보면 다시 살아나게 하신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고 하신다(복음).
제1독서<뱀이 사람을 물었을 때, 그 사람이 구리 뱀을 쳐다보면 살아났다.>
▥ 민수기의 말씀입니다.21,4ㄴ-9
4 길을 가는 동안에 백성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5 그래서 백성은 하느님과 모세에게 불평하였다.
“당신들은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올라오게 하여,
이 광야에서 죽게 하시오?
양식도 없고 물도 없소.
이 보잘것없는 양식은 이제 진저리가 나오.”
6 그러자 주님께서 백성에게 불 뱀들을 보내셨다.
그것들이 백성을 물어, 많은 이스라엘 백성이 죽었다.
7 백성이 모세에게 와서 간청하였다.
“우리가 주님과 당신께 불평하여 죄를 지었습니다.
이 뱀을 우리에게서 치워 주시도록 주님께 기도해 주십시오.”
그래서 모세가 백성을 위하여 기도하였다.
8 그러자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불 뱀을 만들어 기둥 위에 달아 놓아라.
물린 자는 누구든지 그것을 보면 살게 될 것이다.”
9 그리하여 모세는 구리 뱀을 만들어
그것을 기둥 위에 달아 놓았다.
뱀이 사람을 물었을 때,
그 사람이 구리 뱀을 쳐다보면 살아났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또는>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자신을 낮추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셨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필리피서 말씀입니다.
2,6-11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6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7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8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9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분께 주셨습니다.
10 그리하여 예수님의 이름 앞에
하늘과 땅 위와 땅 아래에 있는 자들이 다 무릎을 꿇고
11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라고 모두 고백하며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게 하셨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시편 78(77),1-2.34-35.36-37.38(◎ 7ㄴ)
◎ 하느님의 업적을 잊지 마라.
○ 내 백성아, 나의 가르침을 들어라. 내 입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라. 내가 입을 열어 격언을, 예로부터 내려오는 금언을 말하리라. ◎
○ 죽이시던 그때서야 그들은 하느님을 찾고, 그분께 다시 돌아와, 하느님이 그들의 바위이심을 기억하였네,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이 그들의 구원자이심을. ◎
○ 그 입으로 그분을 속이고, 혀로는 그분께 거짓말을 하였네. 그분께 마음을 굳건히 두지 않고, 그분 계약에 충실하지 않았네. ◎
○ 그분은 자비로우시어, 죄인들을 용서하시고 멸망시키지 않으셨네. 당신 분노를 거듭 돌이키시고, 결코 진노를 터뜨리지 않으셨네. ◎
복음 환호송
◎ 알렐루야.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 알렐루야.
복음<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3,13-17
그때에 예수님께서 니코데모에게 말씀하셨다.
13 “하늘에서 내려온 이, 곧 사람의 아들 말고는 하늘로 올라간 이가 없다.
14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
15 믿는 사람은 누구나 사람의 아들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16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17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 기도
주님,
성자께서 십자가 제대에서 온 세상의 죄를 없애 주셨으니
이 거룩한 제사로 저희의 모든 죄를 깨끗이 씻어 주소서.
우리 주 …….
감사송<주님의 축일과 신비 감사송 5 : 영광스러운 십자가의 승리(9월 14일)>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아버지께서는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십자 나무에서 인류 구원을 이룩하시어
죽음이 시작된 거기에서 생명이 솟아나고
나무에서 패배한 인간을 나무에서 승리하게 하셨나이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천사들이 주님의 위엄을 찬미하고
주품천사들이 흠숭하며
권품천사들이 두려워하고
하늘 위 하늘의 능품천사들과 복된 세라핌이
다 함께 예배하며 환호하오니
저희도 그들과 소리를 모아 삼가 주님을 찬양하나이다.
<또는>
<주님 수난 감사송 1 : 십자가의 힘>
거룩하신 아버지,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 하느님,
언제나 어디서나 아버지께 감사함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이옵니다.
인류의 구원을 이루신 성자의 수난으로
온 세상이 주님의 위대하심을 찬미하게 되었으니
십자가의 무궁한 힘으로
성자의 권능과 세상 심판이 드러났나이다.
그러므로 주님, 모든 천사와 성인과 함께
저희도 주님을 찬양하며 환호하나이다.
영성체송 요한 12,32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내가 땅에서 들어 올려지면 모든 사람을 나에게 이끌어 들이리라.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 예수 그리스도님,
거룩하신 성체를 받아 모시고 간절히 비오니
생명의 십자가로 구원을 받은 저희가 부활의 영광을 누리게 하소서.
주님께서는 영원히 …….
오늘의 묵상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를 건너가는 두 번의 여정에서(탈출 15,22-18,27; 민수 10,11-21,35 참조) 굶주림과 갈증, 지도자의 권위에 대한 회의, 이민족의 공격으로 자주 불평과 갈등에 빠졌는데, 제1독서는 두 번째 광야 여정의 말미에 있었던 구리 뱀 사건을 전합니다.
에돔 임금이 길을 막자, 왔던 길을 되돌아가게 된 이스라엘 백성은 마음이 조급해져, 모세와 아론을 탓하고 하느님의 선물인 만나를 “보잘것없는 양식”이라 폄훼하며 불평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시나이 계약을 맺고 계명을 따르기로 맹세한 이 백성이 이토록 쉽게 순명과 믿음의 자세를 버린다면 결코 가나안 땅에서 축복의 삶을 이어 갈 수 없음을 아셨기에, 광야의 불 뱀(독사)을 보내시어 그들을 나무라시며 가르치셨습니다. 다만 백성이 불평과 불신을 멈추고 회개하였을 때에는, 모세가 기둥 위에 달아 놓은 구리 뱀을 쳐다본 이들을 모두 살게 하시어 곧바로 그들을 구원하셨습니다. 교회의 교부들(유스티노, 암브로시오, 아우구스티노)은 구리 뱀을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 구리 뱀을 달아맨 기둥을 십자가로 풀이하면서, 이 구원 사건을 주님의 십자가 사건의 예형으로 가르쳤습니다.
‘빨리빨리’ 문화와 전자 기기의 즉각적 응답에 익숙해진 오늘날, 하느님의 섭리를 믿고 우리를 위하여 마련하신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삶의 태도와, 시간과 수고가 필요한 영적 진보가 더 힘들게만 느껴집니다. 일상 속 불 뱀 같은 괴로움에 온통 마음을 빼앗기더라도, 자주 시선을 들어 올려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의 사랑과 구원 의지를 바라보며 위로와 확신을 얻는 지혜를 가집시다. “나는 땅에서 들어 올려지면 모든 사람을 나에게 이끌어 들일 것이다”(요한 12,32).
(강수원 베드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