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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47&contents_id=28733&leafId=47
병원 신생아실에서 아기가 바뀌었다. 그것도 모르고 2년 반, 엄마는 ‘지극정성’으로 남의 아기를 키워왔다. 아기가 “인큐베이터(보육기)를 거쳐 소생한 탓”에 엄마는 더욱 정을 쏟았다. 그러나 무슨 운명의 조화란 말인가. 아기는 “같은 무렵, 같은 병원에서 출산한 다른 엄마의 애”였다. 영화 속 이야기처럼 어느 날 갑자기, 기른 아이가 내 아이가 아닌 게 밝혀졌다. 마른하늘 날벼락도 이보다 더 아플까. ‘기른 정’과 ‘낳은 정’, 그 사이에서 울부짖는 모정에 온 나라가 눈물을 흘렸다.
33년 전인 1981년 5월 11일, 부처님 오신 날의 일이다. 석간 마감시간이 임박한 무렵, 의정부에서 특종기사가 들어왔다. “2년 4개월 전 의정부 성모병원에서 태어난 쌍둥이자매 중 한 아기와 다른 사람 아기가 바뀌어 각각 남의 부모 품에서 자라온 사실이 우연히 밝혀졌다”는, 참으로 믿기지 않는 스토리였다. 더군다나 쌍둥이가 아닌 한 아이는 “세 살이 다 되도록 제대로 앉거나 기지도 못하는 지체부자유자여서 아이를 되돌려 받을 상황에 처한 ‘낳은 어머니’ 측이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는 사연까지 안고 있었다.
병원에서 아기가 바뀐 것도 그렇지만 진실이 밝혀진 경위도 한편의 드라마였다. ‘쌍둥이 중 한 아이’와 ‘남의 아이’를 쌍둥이로 알고 키우던 아버지(34)가 사흘 전 쌍둥이아이를 데리고 이발소에 갔다. 그런데 거기 이발사는 “쌍둥이 중 다른 한 명을 자기가 낳은 딸로 알고 키우던 부모(27)의 친구”였다. 이발사는 처음 보는 사람이 ‘친구 딸’을 데려오자 “아이를 납치한 것으로 오인”했다. 그만큼 똑같이 생겼던 것. 그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어떤 남자가 네 딸을 데리고 이발소에 왔다. 납치한 모양이다. 빨리 와봐라”고 귀띔했다. “아이가 집에 있는 데 무슨 뜬금없는 소리를 하는 거냐.”던 친구도 느낌이 이상해 딸을 안은 채 이발소에 와봤다. 그런데 아니, 이럴 수가…
두 아이는 같아도 너무 같았다. 누가 봐도 쌍둥이가 틀림없었다. 양가 부모는 그 자리에서 머리를 맞대고 이 미스터리를 한 줄씩 풀어갔다. 양측은 “78년 12월 31일과 79년 1월1일, 각각 의정부 성모병원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걸 확인했다. 아이는 셋이었고 그중 둘은 쌍둥이였다. 그런데 “세 아이 모두 미숙아여서 인큐베이터에 며칠 들어가 있다 퇴원”한 사실도 금세 확인됐다. 알고 보니 병원에서 “쌍둥이 중 한 아이를 먼저 퇴원시키던 이발사의 친구의 아기로 오인해 넘겨줬고”, 나중에 퇴원한 쌍둥이 부모는 “‘남의 아이’를 당연히 쌍둥이 중 한 아이로 알고 집으로 데려 와 키운” 것이었다. 병원 측이 혈액과 유전자검사 등 다각도로 친자 확인을 해본 결과였다.
이튿날, 세상이 발칵 뒤집어졌다. 경찰은 당장 이 병원 산부인과의 진료일지, 간호일지, 인큐베이터 사용일지 등 관련 서류 일체를 압수해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의정부지청 지휘 아래 특별수사반까지 편성한 경찰은 1차 서류조사만으로도 “쌍둥이와 지체부자유아를 자주 목욕시키는 과정에서 아기들 표찰이 물에 젖었고 그걸 갈아 붙이다 서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특히 당시는 “이 병원이 갓 신축된 직후라 진료 및 시설 체계가 어수선해 아기가 바뀔 소지가 없지 않았다”고 보았다. 그러면서도 아기가 바뀌어 부모에게 인계된 것이 순전한 과실인지, 일부 고의가 작용한 것은 아닌지를 따지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아기들 부모 입장도 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쌍둥이 중 한 아이를 지체부자유자로만 알았던 부모 측은 “사실은 멀쩡한 쌍둥이 동생이 남의 집에 인계됐고, 자기들이 키워온 장애아가 남의 아이였다”는 걸 알고 되찾아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몸이 약해 훨씬 더 정을 쏟아 키운 아이를 낳은 부모에게 돌려보내는 마음이 편치 않아” 연신 눈물바람을 했다. 반면 “길러오던 멀쩡한 자식이 남의 아이고, 자신이 낳은 자식은 몸이 불편한 장애아”로 판명 난 쪽은 넋을 잃었다.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느냐. 금이야 옥이야 애지중지 키운 딸이 남의 애여서 돌려줘야 한다니…”라며 통곡했다. 몇몇 친척은 “기른 정이 더 중요하다. 지금까지 자기 자식으로 알고 키운 부모들이 계속 키워야 한다.”고 강경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언론 역시 난리가 났다. 발생 초기 마감에 쫓겨 사회면 중간 기사로 취급했던 신문들은 이튿날엔 사회면 톱은 물론, 3~4면에 걸친 특집기사를 게재했다. 한 신문은 “낳은 정 대 기른 정, 어떻게 해야 하나”란 큰 제목 아래 ‘어떻게 병원서 아기가 바뀔 수 있나’, ‘각계의 의견’, ‘검경의 수사’, ‘아이의 정서에 미칠 영향’과 ‘병원의 신생아 관리체계’ 등 다양한 꼭지를 취재 보도했다. 앞서 그해 1월 발생했던 전북대 의대부속병원의 ‘신생아 살해 사건’까지 재조명하며 대형병원의 아기 관리가 엉망임을 고발했다. 애인을 임신시켜 아기까지 낳게 한 남자가 병원에서 아기를 찾아가 살해했는데 알고 보니 간호사가 실수로 다른 사람 아이를 내줘 엉뚱하게 살해된 경우였다.
이런 가운데 일부 방송은 아예 사건 중재자로 나선 듯 특집방송까지 내보냈다. 양측 부모와 세 아이를 방송에 출연시켜 “결국 낳은 정이 우선하지 않느냐. 방송에 나온 김에 여기서 낳은 측에서 아기를 데려가기로 합의하고 가라”고 종용했다. 아직 마음의 정리를 못한 부모들이 머뭇거리자 진행자는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데 빨리 좋은 쪽으로 결론을 내리자”고 물건 흥정하듯 멘트를 하기도 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부모들이 자발적으로 합의해야지 왜 사회자가 합의를 윽박지르느냐”고 항의했다.
양가 부모들이 몇 차례 만나 결국 “낳은 쪽이 아기를 데려다 키우고, 장애가 있는 아기는 병원에서 완치 때까지 치료해주기로”했으나 이때도 방송은 무리수를 뒀다. 아기를 교환하기로 약속한 날 하루 전에 방송사는 또 부모와 아이들을 생방송에 출연시켰다. 그 자리에서 사회자는 “내일까지 기다렸다 바꿀게 뭐 있느냐. 오늘 여기 나온 김에 당장 바꾸는 게 어떠냐.”고 ‘즉석 교환’을 유도했다. 위세에 눌린 부모들이 현장에서 아기를 바꿔 안자 아직 낯이 익지 않은 아기들이 와락 울음을 터트렸다. 부모들은 방송이 끝난 후에 “약속대로 내일 바꾸자”, “기왕 방송 중에 바꿨으니 이대로 가자”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기른 아이를 차마 내놓지 못해 울부짖는 모정은 외면한 채 방송이 시청률 올리기에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아기가 바뀐 것을 안 지 19일째, 그리고 양쪽 부모가 남의 아이를 제 아이로 알고 키운 지 거의 2년 5개월 만에 두 아이는 친엄마 품으로 돌아갔다. 아기들이 뒤바뀐 것은 간호사의 실수였을 뿐, 전혀 고의성이 없다는 수사결과도 나왔다. 당해 병원은 물론, 대부분 산부인과들도 “의정부 성모병원의 케이스는 실수에 실수, 또 실수가 전혀 예상치 않게 겹쳐 일어난 해프닝이지 실제 산부인과에서 아기가 바뀔 확률은 0에 가깝다”고 큰소리를 했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에도 잊을만하면 “병원에서 아기가 바뀌었다”는 뉴스가 나와 임신한 엄마들의 걱정을 일깨우곤 했다.
84년 9월 서울 면목동 베데스다 병원에서 간호사가 신생아를 바꿔 내준 사실이 부모들의 항의로 알려졌다. 결국 친자식을 찾았지만 “잠깐 한눈을 팔았더라면 남의 아이를 키울 번했다”는 걸 알고 부모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94년에는 서로 아기가 바뀐 것을 무려 17년이 지난 다음에야 알게 된 부모들이 중앙대 부속병원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승소했다.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야 친자식이 아닌 걸 알게 된 부모들은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해 친자를 찾아냈다. 그렇지만 17년 고이 ‘기른 정’을 끊어야 하는 한과 슬픔을 그 누가 완벽하게 보상해줄 수 있었겠는가.
2008년에도 16년 키워온 딸이 혈액검사결과 친자식이 아님이 밝혀지자 병원을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 결국 아이를 낳은 지 18년 만인 2010년에 친자식을 찾은 경우도 있었다. 당시 1심 법원은 부모의 병원상대 소송에 대해 손해배상 7000만원 지급을 판시했다. 다만 친자식을 찾기 위한 ‘분만기록’ 정보공개 요구에 대해서는 “다른 산모들의 사생활도 보호해야 한다.”는 병원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병원 기록을 비공개로 받아 당시 그 병원에서 출산한 산모는 2명뿐임을 밝혀내 친생자 검사를 통해 친부모를 가려줬다. 딱 부러지게 잘못이 드러나지 않는 한 있을 수 있는 실수로 호도하려던 병원들의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안타까운 이야기를 해야겠다. ‘뒤바뀐 신생아’로 온 국민의 관심을 모았던 의정부 사례는 그 후 어찌 되었을까. 10년 후 기자들이 찾아갔을 때 “정상아인 쌍둥이들은 밝고 명랑하게” 자라고 있었다. 그러나 장애아 어린이는 집중치료에도 불구하고 끝내 정상으로 회복되지 못했다. 부모들은 “어떻게든 아이를 낫게 해주려고 애썼지만” 뇌성마비를 완치시킬 수는 없었다. 친척들은 안타까워하는 부모 몰래 아이를 재활시설에 보냈다는 씁쓸한 뒷이야기만 남았다. ‘기른 정’도 잃고 끝내 ‘낳은 정’마저 잃은 엄마의 피눈물에 원인 제공을 했던 병원 측이 어떤 갚음을 해주었는지도 알려진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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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헐.... 진짜 너무하다...... 누구탓이라ㅣ고 하기에도 애매한데 그냥...... 너무하다.....
어휴.... 안타깝다너무
근데솔직히 너무 속물적이야..
생모는 바꼈던 자기 진짜아이가 장애아라고 달가워않는거같애
근데... 그 장애아 생모도 이해는간다..... 갑작스럽게 받아들이는게 쉽지가 않았겠지..... 애는 무슨잘못이야 ㅠㅠㅠ 진짜 맘아프다
하긴.. 내입장이었어도 충격이었겠지ㅠ
하 남의애라기에는 내애인데 .... 내애라기엔 남의애네 ...
와진짜개충격이였을듯ㅠㅠ.아..진짜상상하기도싫다ㅠㅠㅠ울애긴 나오자마자 남편이 어머리에왕점있어!! 해서 바뀌어도알았을듯
17년이나... 예전에 비슷한 경우 신문기사로 봤는데 그집은 두아이가 두집다 왔다갔다 하면서 친하게 지내는 경우도 있더라. 둘중하나도 선택할 수 없다고.
나 고등학생때도 같은 고등학교 어떤 여자애랑 다른 학교 여자애랑 사실 바뀐 애였다는 말 있었는데... 한집은 친딸 달라 그러는데 다른 집은 키운딸이 내딸이다 하고 못주겠다고 해서 달라고 했던집 딸은 자기가 친딸 아닌거 알고 완전 충격먹고 학교도 안나오고 못준다고 한 집 딸은 아무것도 모른채 친딸처럼 살고있다는 이야기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