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 김광섭
여름 하늘이 밀리면서 훤해지는
가을 높은 하늘에서
흰 빛깔이 내리니
젊음과 꿈의 푸른빛이
멀리 건너편으로 날린다
천지 허전하여
귀뚜라미 마르 밑으로 기어들고
가뭄에 시달리 가마귀들 빈 밭에 모여서 운다
서풍 찬 바람에 나무 잎새들이 힘없이 진다
장미 꽃잎이 우시시 지는 소리에 가슴이 울린다
피는 꽃보다 지는 꽃을 따라가는 것이 더 많다
갈대와 같이 조횽히 생각하는 철
돌도 생각에 잠든 빛
산이 익어서
산마다 단풍이 들며 단풍이 빨갛게 타서
풀지 못한 염원의 제석(祭石) 위에
피를 흘리며 딩군다
기러기가 갈갈 울며 고향 하늘을 향해 간다
따라 못 사는 서러움
꽃보다 짙은 단풍의 강토
싸늘한 바람과 가냘픈 햇빛에
뉘우치며 혼자 생가하는 가을
잊어버린 노래가
구름에 흘러가는
병든 향수의 길
서러운 세월이 가고서도 서러운 세월이 겹쳐서
인간 천년의 꿈이
한 마리 산새만도 못하다
카페 게시글
┌………┃추☆천☆시┃
가을 / 김광섭
섬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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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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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가을을 보고 가을 생각을 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