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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파스카 성야 강론 “부활절은 이기심의 장벽과 전쟁의 잔혹함을 넘어서는 희망”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30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파스카 성야 미사를 거행했다. 강론에서 교황은 우리 자신을 두려움과 괴로움의 무덤에 가두지 말라며, 고통과 “잔혹한 증오와 전쟁으로 인해 산산이 부서진 평화에 대한 열망”이 기쁨으로 가는 길을 막지 않도록 하자고 초대했다. 미사 중 여덟 명의 예비신자들이 세례를 받았다.
Tiziana Campisi
“죽음을 이긴 생명의 승리, 어둠을 이긴 빛의 승리, 절망의 폐허 속에서 다시 피어나는 희망,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의 부활이자 하느님의 권능입니다. 돌을 영원히 굴려버리신 분은 불가능을 가능케 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지금도 그분께서는 우리 마음을 여시어 희망을 새롭게 하십니다. 그러니 우리도 눈을 들어 그분을 바라봐야 합니다.”
파스카 성야 미사에서 예수님의 부활을 알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이 성토요일의 침묵을 깨고 “부활이라는 뜻밖의 기쁨”을 일깨운다. 성 베드로 대성전의 중앙제대를 장식한 파스텔 색상의 화려한 꽃들도 미사에 참례한 6000여 명의 신자들에게 기쁨을 전한다. 교황이 불과 파스카 초를 축복하는 빛의 예식을 주례하자 어둠을 이긴 빛의 승리를 노래하는 ‘파스카 찬송’(Exultet)이 이어졌다. 그리스도께서 돌아가신 지 사흘째 되는 날 새벽에 여인들이 그리스도의 몸에 기름을 바르려고 그분의 무덤에 갔을 때처럼 구원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장시간의 말씀의 전례가 끝나자 교황은 강론을 통해 눈을 들어 예수님을 바라봐야 한다고 권고했다.
불과 파스카 초를 축복하는 예식
두려움과 괴로움의 무덤에 갇히다
교황은 여인들이 새벽에 무덤으로 갔지만 여전히 밤의 어둠을 느꼈다면서, 그들의 마음이 여전히 “십자가 밑에 머물러 있었다”고 설명했다. “눈물은 아직 마르지 않았으며, 모든 것이 다 끝났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슬퍼하고 있었습니다.” 교황은 마리아 막달레나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와 살로메가 예수님의 무덤을 막아놓은 돌을 어떻게 옮겨야 할까 걱정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누가 그 돌을 무덤 입구에서 굴려 내 줄까요?”(마르 16,3) 하고 서로 말했다. 교황은 이 물음을 두고 “슬픔에 잠긴 여인들의 마음을 괴롭히는 질문”이었다며 “이제 그 돌은 죽음의 밤에 묻히신 예수님의 이야기의 끝을 상징하는 것이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우리도 그럴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커다란 돌덩어리가 우리 마음의 문을 막아 삶을 억누르고 희망을 꺼뜨리며 두려움과 회한의 무덤에 우리를 가두고 기쁨과 희망의 길을 가로막는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인생 여정에서 앞으로 나아갈 열정과 힘을 앗아가는 온갖 상황과 경험 안에서 이러한 돌을, ‘죽음의 돌’을 만나게 됩니다.”
모두를 위한 끝없는 빛의 향연
교황은 우리 영혼을 어둡게 하는 “온갖 상황과 경험”을 통해 이 같은 돌덩어리를 만나게 된다면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인한 공허함, 우리가 하려는 일을 성취하지 못하게 하는 실패와 두려움 등 슬픔의 순간”을 예로 들었다. “우리 관대함의 열정을 억누르고 우리로 하여금 사랑에 마음을 열지 못하게 하는 자기폐쇄, 보다 정의롭고 인간적인 도시와 사회를 건설하려는 노력을 가로막는 이기심과 무관심의 질긴 장벽, 잔혹한 증오와 전쟁으로 인해 산산이 부서진 평화에 대한 열망 안에서 우리는 이러한 슬픔을 마주하게 됩니다.”
“눈을 들어 예수님을 바라보도록 합시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인성을 취하신 후 죽음의 구렁텅이로 내려가시어 당신의 거룩한 생명의 권능으로 죽음을 건너시고 우리 각자에게 끝없는 빛을 비추셨습니다. 성부께서 성령의 권능으로 그분과 우리 육신을 되살리셨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우리 인류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어주셨습니다.”
그리스도와 함께라면 어떤 실패도 삶의 의미를 결정짓지 못합니다
교황은 예수님과 함께라면 “실패와 고통의 경험이 아무리 우리를 아프게 하더라도 우리 삶의 의미를 결정짓지 못할 것”이라며 “어떤 패배도, 어떤 고통도, 어떤 죽음도 충만한 삶을 향한 우리의 여정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독일의 예수회 사제 겸 신학자 칼 라너 신부의 말을 인용해 부활하신 예수님 덕분에 역사가 “모든 것을 포용하는 의미, (...) 더 이상 부조리와 모호함으로 물들지 않는 의미, (...) 우리가 하느님이라고 부르는 의미”를 얻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예수님이 우리의 파스카이십니다. 그분은 우리를 어둠에서 빛으로 이끌어 주시고,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시고, 죄와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우리를 구해주시고, 용서와 영원한 생명의 밝은 빛으로 이끌어 주시는 분이십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눈을 들어 그분을 바라보고, 생명의 하느님이신 예수님을 우리 삶으로 맞아들입시다. 오늘 다시 한번 그분께 ‘예’ 하고 응답합시다. 그러면 그 어떤 돌덩어리도 우리 마음의 길을 막지 못할 것이고, 우리 삶의 기쁨을 억누르지 못할 것이며, 어떤 실패도 우리를 절망에 빠뜨릴 수 없을 것입니다.”
교황 제대 옆에 놓인 파스카 초
영원한 생명을 선사하시는 예수님
교황은 우리 눈을 들어 부활하신 예수님을 바라보자고 재차 강조하며 “그분의 부활의 권능이 우리 영혼을 짓누르는 무거운 돌들을 굴려낼 수 있도록” 기도하고 “무너진 우리의 희망과 죽음의 어둠에서도 그리스도께서 선사하신 영원한 생명이 지금도 우리 가운데 있다는 확신”과 함께 전진하자고 초대했다. 끝으로 교황은 장 이브 끌렉 신부(베네딕토회)의 저서 『북쪽을 바라보시는 하느님』(Dieu Face nord)을 인용해 “악으로 무너지고 불의에 시달리는 모든 이, 갈 곳 없는 모든 이, 고통받는 모든 이”에게도 예수님의 부활을 노래하라고 권고했다. “이것이 주님의 파스카요 산 자들의 축제입니다.”
파스카 성야 미사에 참석한 주교들과 추기경들
교황에게서 세례를 받은 예비신자 8명
교황은 추기경, 주교, 사제를 포함해 200명이 넘는 공동집전으로 세례성사 예식을 거행했다. 이탈리아인 4명, 알바니아인 1명, 일본인 1명, 한국인 2명 등 총 8명의 예비신자가 세례를 받았다. 교황은 이들의 머리에 세례수를 붓고 미소를 지으며 이들을 그리스도의 교회의 일원으로 맞아들였다.
예비신자에게 세례를 베푸는 교황
보편 지향 기도는 하느님께서 “공동선과 평화를 위해 통치자들의 행실”을 인도하시고 “전쟁과 증오, 악에 물든 이 땅의 모든 이”를 보호하시며 “부활하신 분에 대한 믿음 때문에 박해받는 이들”을 보살펴 주시고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이들에게 축복으로 가득한 존엄한 삶의 희망”을 되찾아 주시길 간구했다. 이어 추기경단 수석 추기경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과 추기경단 차석 추기경 레오나르도 산드리 추기경이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과 공동으로 성찬 전례를 거행했다. 바티칸 성가대가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부르고 세례 받은 이들이 교황의 손에서 처음으로 성체를 받아 모셨다. 파스카 성야 미사 말미에 교황은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뻐하는 ‘알렐루야’와 함께 장엄 강복을 내렸다.
파스카 성야 미사에서 세례를 받은 새 신자들
교황은 성 베드로 대성전을 나서기에 앞서 휠체어를 타고 환영하는 신자들 사이를 지나 ‘피에타 경당’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여덟 명의 새 신자들이 교황과 단체사진을 찍고 인사를 나누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교황은 몇 분간 머무른 후 다시 대성전을 가로질러 수백 명의 신자들과 인사를 나눈 다음 산타 마르타의 집으로 향하는 보조 출구로 이동했다.
번역 박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