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이재명 前 비서실장, 유서에 "측근을 '진정성 있게' 관리해달라"
유서 6장 중 1장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내용
지난 9일 숨진 채 발견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고(故) 전형수(64)씨의 유서에 이 대표를 향해 “측근을 진정성 있게 관리해달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11일 알려졌습니다.
‘이재명 대표님에게’로 시작하는 고 전형수 씨의 6장 분량의 유서 중 1장은 이 대표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이 안엔 “이재명 대표는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십시오. 더 이상 희생자는 없어야지요”라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체 유서에서 가족·지인을 제외하고 이름이 적힌 것은 이 대표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 전형수 씨의 나머지 유서 5장 중 4장은 가족, 지인 등에게 남긴 본인의 심경이 담겼고, 1장은 검찰 수사와 관련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 씨는 이 대표의 성남 시장·경기지사 시절 비서 실장을 지냈습니다.
숨진 이재명 전 비서실장 발인식/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이재명 대표는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주재한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믿을 수 없는 부고를 접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아무리 비정한 정치라고 하지만 이 억울한 죽음들을 두고 정치 도구로 활용하지 말라"며 "이게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입니까. 수사 당하는 게 제 잘못이냐"고 반문했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2021년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이름이 수면 위로 오르자 그해 10월 경기도청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선거를 도와준 사람이라고 다 측근이라고 해야 하느냐”며 “정진상, 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라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사진=연합뉴스
이후 대장동 사건 등 이 대표가 연루된 의혹이 있는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그의 주변에서 5명이 숨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 등을 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중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이 숨졌을 때가 대표적입니다. 2021년 12월 고 김문기 씨가 숨지자 언론 인터뷰에서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고 하위 직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김문기 씨와 이 대표가 2009년 6월부터 알고 지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두 사람은 2015년 1월 호주·뉴질랜드 9박 11일 출장을 가 골프를 쳤고, 이 대표는 대장동 사업 공로로 김 씨에게 성남시장상도 수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일로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 유동규 씨는 어제(10일) 대장동 재판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에게 “(이 대표의 과거) 위법적인 행정 요구가 이런 시간들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닌 가 싶다”며 “참 안타깝고 비통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유동규 씨는 또 “그러니까 본인(이 대표)이 책임질 건 책임져야 하는데 본인은 항상 뒤로 물러나 있으니까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숨진 전 씨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에서 네이버가 성남 FC에 불법 후원금 40억 원을 건네는 데 관여한 혐의로 입건되어 작년 12월 한 차례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후엔 별도 조사를 받거나 출석 통보를 받은 적은 없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