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자는 차미리사 선생님으로, 독립운동가이자 페미니스트이다. 이 학교에서 페미니즘에 관한 논의가 활발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을 넘어 필수적일지도 모른다.
덕성의 페미니스트들이여, 그대들은 우리의 여권이 충분히 앞서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의 페미니즘적 토의가 충분히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느끼는가?
당신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여혐으로 가득 차있다. 가득 차다 못해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한 걸음 뗄 때마다 여혐이나 여혐의 잔재를 마주하게 된다. 지나온 세월 내내 우리는 여혐을 마주했고, 주입됐고, 세뇌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것이 우리의 삶을 갉아먹는다는 사실을 망각할 정도로 둔해졌다. 여권 향상 운동이 불편해질 정도로 여혐에 익숙해졌다. 그런 삶을 살면서 여권 향상 운동이 불편하다니. 페미 없는 곳에서 평화를 찾는 꼴이라니. 우습기 짝이 없다.
에브리타임에 ‘페미없는 비밀게시판’ 이 만들어졌다. ‘주체적 코르셋 게시판’, ‘주체적 흉자 게시판’도 찾을 수 있었다. 탈코르셋 운동에 반감을 가졌기 때문이란다. 수년간 여성혐오를 수용해 왔으면서 고작 탈코르셋 운동이 불편했다니.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위 게시판들을 설립하고 이용한 사람들은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가? 아니면 학교 설립의 배경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 지식도 없는 것인가? 덕성학원의 존속을 위해 차미리사 선생님께서 얼마나 고군분투하셨는지 알고 있었다면, 그 게시판은 개설되지 않았을 것이다. 여성들이 교육받기까지, 고작 이 자리까지 올라오는 동안 얼마나 핍박받았는지 알았다면 당신들이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위 사실들을 다 알면서도 탈코르셋을 불편해했다면, 하늘을 쳐다보고 가래침을 뱉은 자신을 수치스러워하라. 그 가래침을 나눠 맞게 된 학우들에게도 속죄하라. 분쟁 없는 게시판이 필요했다는 변명이 들린다. 우리는 그 게시판에서 여성혐오적이고 안티페미적인 글들을 수없이 보았다. 당신과 우리의 인권을 위해 매일 피 터지게 싸우는 최전방의 페미니스트들을 조롱하는 글들을 보았다. 분쟁을 피하고 싶었다고? 그 게시판 이름 자체가 분쟁이었다.
비단 위 게시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권 신장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나오던 반응들도 문제다. “또 페미 얘기, 지겹지도 않냐. 탈코르셋 강요 마라, 별게 다 코르셋이다. 여자 좀 패지 말라, 인생 참 피곤하게 산다.” 논의 진행 자체를 차단하는 당신들도 문제다.
우리가 지겨운 페미 얘기를 또 꺼냈기 때문에, 너무 많이 논의해서 닳고 닳은 주제를 꺼냈기 때문에, 인생 피곤하게 살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별게 다 코르셋이고 별게 다 여혐이라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에, 앞장서서 탈코르셋을 해준 여성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숨을 쉬고 살아갈 수 있는것이다.
우리는 사회와 당신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코르셋 강요를 하루하루 힘겹게 견딘다. 우리는 미디어와 매스컴이 만드는 코르셋의 유혹을, 행인들이 보내는 달갑지 않은 시선들을 견딘다. 그런 우리에게 당신은 '탈코르셋'을 강요하지 말라고 한다. 당신은 "비판적 소비는 괜찮다"며 여혐돌을 소비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소비를 권유한다.
당신들은 본인들의 행동이 반페미니즘인 것을 "인지는 하고 있으니까 괜찮다"며 자기합리화를 한다. 이미 백래시의 표본이 된 ‘GCDA’를 끌고 와서 반페미적인 것을 페미라고 우기며 살고 싶은 대로 살겠다고 한다. 그리고 “나도 페미니스트라 잘 알아” 라고 덧붙인다.
그게 바로 백래시다. '자칭 페미니스트'인 당신들이 하는 모든 반페미적 언행들이 백래시다. 그렇게 백래시는 사회를 뒤덮고 여권 신장을 크게 위협한다. 당신들은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백래셔이자 안티-페미니스트이며, 페미니즘의 적이다. 코르셋과 여혐이 주는 허울뿐인 권력에 취해 망각하고 있나 본데 여성이면서 여성인권을 낮추는 행동을 전시하는 것은 결코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다.
당신들은 과거 여성 운동가들이 목숨 바쳐 일구어 낸 수많은 기회들을 아무런 감사 없이 누리고있다. 동시대의 여성 운동가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시대의 변화에 무임승차도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아무런 죄책감 없이 그들을 질타하는 당신들이 불쌍하다. 사회의 수많은 여성혐오와 타협하고, 여성혐오를 재생산하는 당신들이 ‘나 또한 페미니스트’라고 하는 것이 지겹다. 각종 코르셋 전시로 아군을 지치게 하고, 더 나아가 견고하고 폭력적인 자트리스 존속에 크게 기여하는 당신들이 원망스럽다.
페미니즘은 절대로 아름다울 수 없다. 평생을 핍박 받으며 살아온 자들의 피나는 부르짖음이다. 우리가 진흙탕에서 구르는 것이 너무 더러워 보이고 당신이 서 있는 그 곳이 꽃밭 같아 보인다면, 정신차려라. 여자 갈아 만든 비료 위에 피어난 꽃들로 만든 환상일거다.
첫댓글 여대 최고
멋지다!!!
여자들이 질투하는 여자 .. 여대 나온 여자...
진짜 유일하게 질투나는 여성 집단... 등록금 없어서 여대 못 간 거 평생 후회됨
ㅜㅜㅜㅜㅜㅜ공부 열심히해서 갔어야한디ㅠ아쉽
와 진짜 멋지다…..
페미니스트는 결코 아름다울 수 없지. 사회눈 가부장제인데 페미니즘은 가부장제와 반대로 가니까. 고독해도 어쩌겠습니까. 계속 가다보면 어디선가 페미제조기가 나타나 계속 양산하고, 다시 가고. 이런 글들을 보고 깨닫는 사람이 한 명씩 생기길 바라고. 서로 다독이면서 가자.
여대 조은점 페미가 주류임~~
졸라 멋있어
너무 멋있고 좋은 글이다 진짜
구구절절 맞는 말
여자 갈아 만든 비료 위에 피어난 꽃들로 만든 환상일거다.
와.... 어떻게 이렇게 표현할까 진짜 너무 마음을 울린다
멋지다
모교 ㅠㅠㅠㅠㅠㅠ
자랑스런 모교 ㅠㅠ
간지
정작 저런 인간들은 저거 길다고 제대로 읽지도 못 할 것 같음..ㅎ 멍청하니 저러고 살지
우리가 진흙탕에서 구르는 것이 너무 더러워 보이고 당신이 서 있는 그 곳이 꽃밭 같아 보인다면, 정신차려라. 여자 갈아 만든 비료 위에 피어난 꽃들로 만든 환상일거다.
진짜 멋있다 북맠해서 두고두고 봐야지 고마워
너무멋잇다
첫문장부터 마지막문장까지 명언이다♥ 어쩜 글도 잘써~~♥
아직도 포기되지않고 이런 움직임이 있다는게 너무...멋지다 ㅠㅠ
첫짤이해란가 ㅜ
구조(여혐 가득한 사회)를 이야기할 때 그 일부인 코르셋 여성을 제외하고 논의하기는 어렵다는 뜻 아닐까? 왜 패냐고 하지 말고 나오면 될 일
명문
명문이다
와 글 엄청 잘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