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에(與映湖和向訪乳雲和向乘夜同歸)-한용운(韓龍雲)
상견심상애(相見甚相愛) 둘이 보고 서로 마음이 맞아
무단도야래(無端到夜來) 밤이 깊은 줄도 몰랐네
등한설리어(等閑雪裡語) 한가로이 눈길 속에 주고받은 말
여수조영대(如水照靈坮) 물과 같이 두 마음에 서로 비치네
*위 시는 ‘석지현’(釋智賢)님의 편저 “선시감상사전”에 실려 있는데, 참고로 석지현님은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1973년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였으며, 이후 인도, 네팔, 티베트, 미국, 이스라엘 등지를 수년간 방랑하였고, 편.저.역서로는 “선시”, “법구경”, “숫타니파타”, “불교를 찾아서”, “선으로 가는 길”, “벽암록”, “왕초보 불교 박사 되다”, “제일로 아파하는 마음에-관음경 강의”, “행복한 마음 휴식”, “종용록” 등 다수가 있습니다.
*한용운(韓龍雲, 1879. 8. 29~1944. 6. 29, 본명 한정옥) 시인은 승려이자 시인이고 독립운동가로 14세 때 결혼하였으나 넓은 세계에 대한 관심과 생활의 방편으로 설악산 오세암에 입산하였습니다.
*시인은 그후 다른 세계에 대한 관심으로 블라디보스톡, 시베리아, 만주 여행을 하다 설악산 백담사에 다시 입산하여 득도하였는데, 해방을 불과 일 년 앞두고 중풍으로 돌아가시어 망우리 공동표지에 안치되었습니다.
*시인의 대표 시로는 “님의 침묵” “알 수 없어요” “인연설” “나의 길” “나의 꿈” “당신의 편지” “명상” “길이 막혀” “행복” “사랑하는 까닭” “사랑의 존재” “정천한해” “만족” “나룻배와 행인” “복종” “차라리” 등이 있습니다.
*시인은 불필요한 법당을 타파하는 등 불교개혁에 힘쓰고, 대장경의 요지를 발췌하여 우리말로 번역하여 “불교대전”을 발표하는 등 불교의 대중화에도 큰 기여를 하였습니다.
*시인은 3.1 운동 때 불교계 대표로 참석하여 그로 인해 3.1 운동의 주동자로 지목되어 3년 형의 옥고를 치르기도 하였고, 이시영, 신채호, 정인보, 홍명희 등과 친한 벗으로 지내며 항일단체인 “신간회” 결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여 후일 광주학생의거 등 적극적인 민족운동을 전개하는데도 공헌하였습니다.
*시인은 민족의 독립에 대한 신념과 희망을 사랑의 노래로서 형상화하고, 한편 화자를 여성으로 하여 섬세한 감성의 표현을 하면서 은유와 역설적인 표현의 시작 방법과 산문적인 개방성을 지향하는 자유시를 완성하고 현대시의 기초를 다지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을 평가받고 있습니다.
*위 시의 형식은 ‘오언절구’이고, 출전은 ‘만해유고(萬海遺稿)’입니다.
*甚(심) : 매우, 몹시
等閑(등한) : 한가로이
雪裡語(설리어) : 눈 덮인 길에서 서로 주고받은 말
靈坮(영대) : 靈臺, 마음, 坮는 臺의 古字
*위 시 아래에는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벗을 갖는다는 것은 아, 인생에서 이보다 더한 축복이 어디 있단 말인가. 제4구를 보라. 이 얼마나 신비로운 구절인가’라는 주석이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