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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박물관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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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스크랩 문화재를 지키는 아름다운 나무 ● 아름지기
계림 추천 0 조회 70 07.08.03 12:0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국내외에서 창덕궁을 찾는 발길이

계속 늘고 있다. 평일에도 아침 일찍부터 매표소 앞이 북적거린다.
그런데 한 달에 두 번, 그렇지 않아도 북적이는 매표소 앞에 볼거리
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창덕궁의 앞치마부대다. 약간은
촌스러워 보이는 앞치마를 똑같이 두르고, 즐거운 표정으로 몰려
온 사람들. 아무리 훑어보아도 궁궐의 청소 아줌마들 같지는 않다.
이정체불명의사람들은다른사람들이의아한눈으로쳐다보건말
건 씩씩하게 궁궐로 들어가 순식간에 구석구석으로 흩어진다. 매
월 첫째, 셋째 주 화요일만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 궁 안팎을 청소하
는 묘령(?)의 앞치마부대, 칼바람이 몰아치는 한겨울을 제외하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나타나는 사람들, 그들은 다름 아닌 창덕궁 지
킴이‘아름지기’사람들이다.

 

 

창덕궁옆아름지기사무실의이상한풍경 )

재단법인아름지기는우리소중한문화유산을가꾸고지켜가는사람
들의 모임이다. 두 팔을 벌려 아름드리나무를 껴안듯이 우리의 문화
유산을두루껴안아돌보겠다는마음하나로모였다.

그런 아름지기에게 문화재청에서 시작한 1문화재 1지킴이 운동
은 생소하면서도 신선한 느낌이었다. 먼저‘1’이라는 숫자가 주는
명쾌함과 간결함이 듣는 사람에게 부담 없이 다가왔고, ‘문화재’
하면정부가맡아하는일이라는편견을깨고누구나‘지킴이’로나
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
게 전통은 있으나 마나한 것이고, 문화재는 소수의 특별한 사람들
이나 기관에서 알아서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약간의 관심과
시간만있다면조금은더가깝게다가갈수있는문이열린셈이다.

아름지기는 이미 2002년부터‘창덕궁 환경 가꾸기 사업’을 장기
계획으로세워진행하고있었다. 사실아름지기사무실위치부터가
창덕궁과는횡단보도하나를사이에둔이웃사촌이나다름없다. 그
인연으로 아름지기 사람들은 이미 창덕궁을 연인처럼 애지중지하
며 남다른 정성을 쏟고 있었다. 창덕궁의 안내책자를 만들고, 연경
당의 벽지와 장판을 새로 입히고 깔며, 각별한 인연을 만들어 오던
터에 2005년 6월, 1문화재 1지킴이로 임명 받아 정식으로 창덕궁
지킴이활동을시작한것이다.

 

아름지기 :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고 가꾸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두 팔을 벌려 아름드리나무를 껴안듯이 우리의 문화유산을 두루 껴안아 돌보겠다는 마음 하나로 모였다. 문화재뿐 아니라 우리 삶의 뿌리인 전통 의식주의 맥을 되살리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다.
신연균 이사장을 중심으로 전통문화계, 학계인사 수십 명이‘아름지기’란 이름으로 소리 없이 봉사하고 있다. 창덕궁 지킴이 활동 이외에도 마을 정자나무 주변 환경 가꾸기와 현대적인 기능을 보완해 한옥을 되살리는 일을 하고 있으며 세계문화유산 답사, 전통문화강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인들이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과 안목을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앞치마대령이오!”

난데없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아름지기 사무실에 앞치마가 한
무더기 들어온다. 창덕궁 청소가 있는 날 아침 8시. 평소보다 한 시
간 정도 일찍 출근한 직원들은 청소에 필요한 도구들, 앞치마와 장
갑, 마스크, 총채, 붓, 비, 걸레등을챙겨들고창덕궁으로향한다.
앞치마며 장갑, 마스크는 수시로 세탁을 해 두지만 때로는 구김
이 간 앞치마를 미리 정성껏 다려 놓기도 한다. 안 그래도 바쁜 날,
앞치마에 무슨 다림질까지 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아름지기 사람들에게 앞치마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비록 모양은 단순한 앞치마지만, 창덕궁 청소는 그냥 거리 청소와는 다
르다. 그리고 단순히 옷에 때가 타는 것을 막으려고 입는 것도 아니
다. 창덕궁 지킴이로서 겸손한 마음을 갖고, 또 모두가 한마음으로
창덕궁의 구석구석을 살피겠다는 의지로 입는 유니폼이다. 그래서
늘깨끗하게세탁하고다림질까지해서단정하게입으려는것이다.


그리넓지도않은사무실한켠에다리미, 분무기, 받침대용의담요
까지 정성스럽게 챙겨 놓고 한 달에 두 번 정성스럽게 앞치마를 다
림질한다. 보통청소에참여하는인원은15명남짓. 그런데다릴때
는적어도30벌, 많으면40벌이다. 앞치마가모자랄정도로청소에
참여하는사람들이늘어났으면하는바람때문이라고한다.

이상한 건 다림질뿐만이 아니다. 사무실 한 켠에서는 강의가 한
창인데 강의 제목이‘청소하는 법’이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면
교실청소, 복도청소, 심지어화장실청소까지다양한청소의경험
이 있는 세대에게 청소하는 법을 배우라는 것은 얼핏 심하다는 생
각도 든다. 그러나 어림없는 소리! 이 강의를 듣지 않고선 아무리
체력이좋고의욕이있다해도창덕궁안에발을들여놓을수없다.

궁궐 청소는 청소기로 윙윙 돌려서 끝내는 기계적인 일이 아니
다. 촘촘히 살이 이어진 문살과 창틈, 문지방 위의 먼지를 털 때는
사무실에서 나눠 준 붓으로 일일이 털어야 한다. 옛날에 방비로 아
랫목부터 윗목까지 조심스럽게 쓸어 모으던 식으로, 가까이 다가
앉아 섬세한 손끝 감각으로 해야 하는 청소가 바로 궁궐 청소다.예
를 들면, 오랜 세월에 걸쳐 풍화되어 온 마루와 기둥은 마른 걸레로
나뭇결을 따라 상하좌우로 부드럽게 닦아야 한다. 의욕이 앞서서
세게 문지르거나 결을 고려하지 않고 걸레질을 하면 나무에 천이
걸려서되레훼손시키고만다.

어디 그뿐인가! 비법을 전수받지 않은 사람은 청소를 하던 중에
괴성을 지르며 뛰쳐나오기 십상이다. 오래된 전각의 구석구석에서
거미, 벌레, 구더기가종종얼굴을내밀기때문이다. 그러니놀라지
않으려면 무턱대고 걸레질을 해서도 안 된다. 부드러운 털이 달린
빗자루로 천장과 벽을 한번 쓸어내리고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
그렇게 시시콜콜한 사항을 일일이 다 전수받고 나면 청소 준비 끝,
청소시작이다.


집청소는안해도창덕궁청소는건너뛸수없다)

청소는 아름지기 직원들과 회원 그리고 동참을 원하는 자원봉사자
들의 발길과 손길로 이루어진다. 현재 창덕궁 청소는 약 170명이
12개의 조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다. 청소를 위해 조를 짜고 조장의
역할을하는‘지기장’이정해지면, 돌아오는순서대로지기장이각
조원들과연락을해서현장으로모인다.

창덕궁은 여느 궁궐과 달리 세계문화유산이다. 오랫동안 일반인
들에게금지구역이었던곳이라손을대기가여간조심스러운게아
니다. 게다가 오랜 시간 청소를 하지 않아서 처음에 청소를 할 때는
묵은 먼지를 털어 내느라 얼굴은 숯검댕이나 다름없었고, 목은 먼
지로 꽉 차올랐다. 마룻바닥은 닦아도 닦아도 먼지가 계속 묻어 나
오고……. 처음에는막연히벅차다고만생각하다가이내부끄러워
진다.

“가까운 일본이나 다른 문화선진국의 유적이나 문화재를 생각하지 않
을수가없었어요. 물론우리는상대적으로문화재보유규모나수준이
월등한나라이다보니, 모든문화재를일일이돌볼수없는상황이기도
했지만……. 가까이 있었는데, 늘 보면서 다녔는데, 생각은 늘 있었는
데, 너무늦게찾아왔다는걸깨달은거지요.”


부끄러움, 안타까움, 안쓰러움……. 복잡하게 교차되는 마음을
추스르며 함께 해 온 햇수가 어느덧 4년째. 이젠 집 청소는 건너뛰
어도창덕궁청소는절대거르지못한다는사람들. 문화재지킴이가
되기전부터이미마음만은열렬지킴이들이다.

그동안 한 조에서 활동한 사람들끼리는 청소할 때만큼은 찰떡궁
합 부부가 따로 없다. 단순히 자원봉사의 차원을 넘어 문화재를 지
킨다는 자부심과 각별한 애정으로 똘똘 뭉친 이들은 청소를 할 때
도 말이 별로 필요 없다. 서로의 눈빛만 보고도 자신의 역할을 짐작
할 수 있다는 사람들. 문화재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의 공통분모가
있어오고가는말또한정겹다. 그렇게함께땀을흘리다보면윤기
없던마루에매끄럽게되살아나는세월의살빛그리고빛바랜창호
지를 통해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살. 600년 세월 이곳에서 살다 간
많은사람들의체취가한사람한사람에게전해져온다.

 

 

 

“죽은 공간이 아니라 살아 있는 공간이에요. 손끝으로 닦고 쓸고 하면,
그러니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면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다가
가 보지도 않았으면서 그저 문화재를 박제된 과거처럼 치부하곤 하지
요. 하지만 다가가 보면 알아요. 살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그
런 뛰어난 유적을 전 국토에 박물관처럼 갖고 있는 우리는 축복받은 거
죠. 문화재를 가꾸고 지켜 가는 일은 남에게 주목받을 특별한 일이 아
니라 누가 보든 안 보든 모두가 찾아서 시작해야 할 의무 같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름지기사람들의소원‘더긴팔을갖고싶어’)

이런 아름다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아름지기는 이제 겨우 다섯 살.
나이에 비해 아름지기가 해 온 일은 의외로 많다. 창덕궁 청소는 이
들이 하는 많은 일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동네마다 서 있는 정
자나무 주변 환경을 가꾸고, 4대 궁의 안내판 내용과 모양을 궁궐
의 분위기에 맞도록 바꾸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한 일반인들을
상대로 매달 전통을 주제로 강의하고, 그들과 함께 한국에 있는 세
계문화유산을 답사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그야말로‘전
통을지킬수있는일’이라면무엇이든하겠다는원칙아래소리없
이많은활동을해나가고있다.
그중에서도 아름지기의 생각을 잘 보여주는 사업 가운데 하나가
정자나무의 주변 가꾸기다. 2002년 평택시 원정리 정자나무를 시
작으로 2005년 서울 광진구 화양동 느티나무 주변 가꾸기 사업을
끝마쳤고, 2006년 2월에는 전북 부안군 부서마을에 있는 부부

 

 

느티나무 주변도 아름답게 살려냈다. 이 마을 주민들은 그달 말 새롭
게 탄생한 부부 느티나무 아래서 당산제를 지내며 우애를 돈독히
했다. 그렇게 옛 선조의 흔적을 중심으로 오늘날의 우리가 하나로
거듭나는모습, 아름지기가만들어가고싶은세상이다.
또한 아름지기는 현대생활 속에서 전통문화의 맥을 잇고자 하는
취지에서 한옥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아름지기
의 이러한 노력은 먼저 서울 안국동에서 시작되었다. 약 20평의 아
담한 공간에 들어선 한옥은 우리 한옥의 우수성과 현대적 활용 방
법의다양성을보여주는소중한공간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우선 20평 아파트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넉
넉한마당과통유리문그리고비바람을막고햇살을최대한안으로
끌어들인 널찍한 마루가 우리 전통 살림집의 빼어난 실내외 공간
활용을 한눈에 보여 준다. 실내로 들어가면 유리문과 창호지문이
적절히 배합된 좌식 응접실, 재래식문 뒤로 깔끔하게 디자인한 현
대식 부엌과 화장실, 한지를 아홉 겹 발라 콩기름으로 윤을 낸 안방
과서재의바닥, 웬만한책장하나는대신할벽장과다락방, 보일러
시공을 해 한겨울에도활용이가능한마룻바닥, 높이가다른마루와
안방의 천장 등 인체공학적이면서도 편리하고 예술적 정취가 넘치
는우리한옥의매력을확인할수있다. 모델하우스처럼일반사람들
에게공개하고있어서언제든지방문할수있다.


그리고 두 번째로 2006년 5월, 아름지기 함양한옥이 개관하였
다. 이 한옥은 경상남도 함양군 함양읍 서하면 봉전리에 위치한 정
선전씨채미헌공파旌善全氏採薇軒公派의 고택을 기증 받아 개보수한
것으로, 2003년 가을부터 공사를 시작해서 2년여 만에 공사를 끝
내고 지난 2005년 11월 16일 아름지기 창립 기념일에 준공식을 가
졌다. 아름지기함양한옥은낡고불편한전통한옥을어떻게하면그
분위기와골격을그대로유지하면서그안에현대생활에꼭필요한
요소들을도입할수있을지를모색하고자진행한사업이다.
이런 아름지기의 활동을 조용히 이끌고 있는 이는 신연균 이사장
이다. 그는 세계화 시대일수록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해 많이 생각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내가 가진 것에 대한 긍지가 없으면
남의것은내것과다르다는이유만으로그럴싸하고근사하게보이
게 마련이라며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참된 이해와 사랑 없이는 세
계인으로서당당해질수없음을강조한다.


“누가 해외여행에서 돌아와 유럽의 고색창연한 도시에서 받은 감동 보
따리라도 끌러 놓을라치면 대화가 길어졌습니다. 작은 시골 마을 농가
한 채라도 역사적인 의미가 서려 있다고 여겨지면 꼬불꼬불한 골목길
까지 포함하여 지독하다고 할 정도로 고스란히 보존해 놓는 유럽 사람
들의 문화적 저력에 대한 감탄이, 나중에는 한탄으로 흐르게 마련이었
습니다. 신중하지못한관광지개발계획에휘둘리고시달리는이땅의
문화유산들은 언제나 그런 호강을 누릴까 하는……. 우리눈앞에서 소
중한우리것들이사라져가고있는데뒷짐지고걱정만하고있으면무
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우리는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위기감을 공감대
로2001년봄마침내움직이기로결심했습니다.”



현재 아름지기는 신연균 이사장을 비롯하여 10여 명의 이사진과
문화계의 전문가로 이루어진 자문위원, 학계·재계 인사로 구성된
수십 명의 후원회 그리고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달려오는 전문가들
과 손을 잡고 문화재 지킴이 활동과 우리 전통 의식주의 맥을 이어
가는데심혈을기울이고있다. 무엇보다도젊은전문가들로이루어
진사무국의보이지않는노력이아름지기의힘이라고할수있다.


“아름지기 사람들을 보고 팔이 길다고 해요. 하지만 저희는 훨씬 더 아
니 한없이 더 길어지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 땅에서 소리 없이 사라져
가는문화재가없도록, 선조들의지혜와얼이담긴그소중한흔적들이
우리시대에그생명력을잃는부끄러운일이없도록, 더욱더길어지고
싶습니다. 그것이아름지기의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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