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방송국의 부탁으로 55년간 노예로 산 어르신을 모시면서. (박진하)
어젯밤, SBS 방송국의 한 PD에게서 나에게 전화가 왔다 매주 화요일 밤 방영하는 [긴급출동 SOS] 제작진인데 어떤 고약한 사람에게 18세에 붙잡혀 55년간 노예처럼 사신 73세된 할아버지인데, 이번에 제보를 받고 SOS팀이 긴급출동하여 '구출'하였다고 한다. 그분의 삶은 너무도 기구하여 어린 나이에 남의 집 머슴처럼 들어가서 평생을 세상 구경 한번 못하고 그야말로 노예처럼 살았다는 것이다.
그 주인은 너무 야박하게도 돼지 우리간 같은 곳에 이분을 재우고 밥도 제대로 주질 않아 동네를 돌아 다니면서 쓰레기도 주워먹고 짐승처럼 씻지도 못하면서 죽도록 일만 하고 살았다는 것이다. 이번에 그 불쌍한 할아버지를 방송국측에서 구출하여 호적을 뒤지고 찾고 찾아 누님(82세)과 형님 가족들을 55년만에 만나게 해 주었고 동생이 행방불명되어 죽은 줄만 알았던 형님은 정말 안타깝게도 불과 한달전에 돌아 가셨다는 사연이었다.
방송국측에서 '무료'로 평생을 모셔 줄 수 있는 요양원을 찾고 있다고 하면서 나에게 의향을 물었다 두말 할 것 없이 나는 OK했다. 내가 복 받을 수 있는 또한번의 기회가 왔는데 거절할리 있겠는가?
그렇게 해서 드디어 이 어르신이 오늘 오후 2시가 넘어 우리 요양원에 잘 걷지도 못하시는 누님 할머니와 형님 가족들 일곱명과 방송국 제작진들과 함께 도착을 하였다.
마침, 오늘이 이 어르신의 73회 생신이라서 오자마자 생일 축하 케익을 자르고 가족들과 요양원 몇몇 직원들이 참석하여 진심으로 이분의 생신을 축하해 주었다. 너무 오랫동안 생일이나 그런 과분한 축하를 받아 보질 못하셔서 그런지 너무 어색해 하고 전혀 무엇을 하는지조차 분간을 못하시는 것 같아 보였다 감정도 완전히 메말라서 친척들은 눈시울을 적시는데도 아무런 반응도 없이 덤덤한 표정으로 일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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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 돌아 간다고 해도 그 뜻이 무엇인지도 모르시고 가족들이 사준 새 운동화에 집착하고 누가 사준 공책 한권을 붙잡고 놓치 않으려는 모습등을 보면서 평생 갖지 못한 것에 대한 한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여졌다. 허긴 일평생 가족도 친척도 그 어떤 개념도 없이 짐승처럼 일만 죽도록 하면서 살았으니.... 이 할아버지에게 매월 나오는 약간의 노인 수당과 생활보조비까지 주인이 그동안 다 챙겼다고 하니.... 이분의 삶이 얼마나 애처로웠고 고달펐고 고독하고 외로웠겠는지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나는 오늘 이 할아버지에게 작년에 새로 신축한 입원실로 입소 시켜 드렸다. 따뜻하고 깨끗하고 정남향으로 온 종일 햇볕이 들어오는 아주 좋은 방이다. 그리고 아버님 모시듯 잘 모시겠다고 말씀 드렸다. 내 말을 알아 듣지 못하시는 것 같지만, 앞으로의 삶을 통해 보여 드리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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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양원에 온 날이 바로 할아버지의 73회 생신, 축하 케익을 자르고 가족들과 요양원 몇몇 직원들이 참석하여 진심으로 이분의 생신을 축하해드리는 모습 |
▲ 매일마다 운영되는 재활 프로그램과 여가 선영을 위한 취미 개발 시간에 참여하셔서 지점토로 시계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고 계신 이흥규 할아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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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어르신들께 취미 생활을 위해 나누어 드린 두평 남짓의 작은 텃밭에 아름다운 꽃을 심고 계신 이흥규 할아버님의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