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도 덥던 여름의 상징인 뭉게구름이 아직도 남녘 하늘을 지키고는 있지만 온 누리에 가을이 완연하다. 자연의 섭리는 철칙인가 순환하는 계절의 변화는 어김이 없다. 그래서 구름은 하늘의 방랑자이자 하늘의 대변자이다.
구름은 작은 물방울이나 얼음 알갱이가 몰려서 대기 중에 떠 있는 것을 말하며, 공기가 높이 올라가면 주위의 기압이 낮아져 부피가 커지고, 부피가 커지면 공기 온도는 낮아지고, 기온이 이슬점 아래로 내려가면 수증기는 응결되는데 응결된 수증기는 몰려서 구름이 만들어진다. 구름은 생긴 모양에 따라 권운(卷雲, 새털구름), 권적운(卷積雲, 털쌘구름), 권층운(卷層雲, 털층구름), 고적운(高積雲, 높쌘구름), 고층운(高層雲, 높층구름), 난층운(亂層雲, 비층구름), 층적운(層積雲, 층쌘구름), 층운(層雲, 층구름), 적운(積雲, 쌘구름), 적란운(積亂雲, 쌘비구름) 등이 있다.
작은 물방울이 구름처럼 높은 곳에 떠 있지 않고 땅에서 가까운 공기 중에 떠 있는 것을 안개라고 하며 여름철에는 대기 중에 소나기구름과 뭉게구름이 많이 떠 있고, 가을철에는 새털구름과 양떼구름이 많이 나타난다.
비는 구름에서 떨어지는 물이다. 물은 색깔이 없으므로 물이 모여 만든 비구름도 당연히 무색이어야 할 텐데, 대체로 구름은 하얗다.
그 이유는 물의 입자가 매우 작을 때, 즉 수증기 상태에서는 이 입자들이 밖에서 들어오는 빛을 모두 산란시키므로 빛이 수증기 입자 사이를 이리저리 어지럽게 부딪혀 다니다가 결과적으로 거의 100% 반사되어 나와 태양광을 산란하기 때문이다.
어떤 물질이 빛을 모두 반사하면, 그 물질은 우리 눈에는 흰색으로 보인다. 새털구름이 하얀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런데 그 물 입자들이 조금씩 커져서, 빗방울을 이룰 정도의 크기가 되면 빛을 반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부분의 빛을 이 물방울들이 흡수해버린다. 그래서 우리 눈에 시커먼 먹구름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구름을 구성하는 물 입자는 대기와의 마찰과 구름 내부의 상승기류로 인해 쉽사리 떨어지지 않지만, 이것들을 이겨낼 만큼 물 입자들이 충분히 병합되었다면, 그때부터는 지상으로 떨어지게 된다. 우리가 흔히 비라고 부르는 현상이 바로 이것이다.
구름은 우리들에게 날씨의 변화를 알려 주는 주요 기상요소 중의 하나로서, 기압·기온·바람 등과는 달리 직접 눈으로 관측할 수 있기 때문에 예로부터 관천망기법(觀天望氣法)에 많이 나오며 사람들은 구름을 보고 그날의 날씨를 판단한다.
형체가 없고 빛깔이 희며,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지향없이 떠돌아다니는 구름이 때로는 불법의 높은 경지를 나타낸다고 하였다. 대한불교조계종의 종조 태고 보우(普愚)는 소요산 백운암에서 백운암가(白雲庵歌)라는 장시를 짓고, 무심히 떠도는 백운이 비가 되어 대지를 적시면 만물을 살린다고 하는 것까지 들어 백운으로 불법(佛法)을 상징하는 의미를 확대하였다. 덧붙여 예외의 경우도 있기는 하나 동양권의 고전문학에서의 구름은 대체로 부정적인 뜻으로 많이 쓰였다. 그 이유는 바로 임금을 상징하는 해를 가리는 존재이기 때문이며 따라서 간신배, 아첨꾼을 구름에 빗대어 은유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가 하면 구름은 때맞추어 비를 내리게 하고 바람이 고르게 불도록 해서 알맞은 기후를 만들어 주어서 농사에 도움을 주기도 하였다. 이렇듯 구름은 비와 더불어 인간에게 풍요를 안겨 주기도 하여 자연의 순조로운 조화를 이루도록 하였다.
옛사람들은 검은 구름은 흉할 징조의 구름이라고 해서 사람들에게 근심을 주기도 하였고, 오색 영롱한 구름은 빛나는 구름이라 하여 거룩한 것의 출현을 알리는 징조로 여겼다고 한다. 그리고 ‘검은 구름에 백로(白鷺) 지나가다’ 는 정처가 없어서 종적을 알 수 없음을 뜻하고, ‘어느 구름에 비가 올지 모른다’는 말은 짐작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여겼다고 한다. 즉 구름은 예측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구름은 꿈에라도 잊을 수 없는 고향이 없다. 기나긴 방랑의 길 위에 온갖 슬픔과 기쁨을 맛본 나그네가 아니고서야 어찌 저 구름의 마음을 알 수 있으랴! 인생은 그저 바람이고 구름인 것을...
그래서 삶의 덧없음을 일러 구름같은 인생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매미 울음이 뚝 그치면 다시 구름 높은 가을이 오리라! 잊어버린 아름다운 노래의 고요한 가락처럼 다시금 푸른 하늘 떠도는 저 흰 구름을 바라본다.
신이 그린 수채화 구름은 아무리 낮아도 하늘에서 살다 하늘에서 사라진다. 구름은 그의 말을 종이 위에 쓰지 않는다. 그 구름마다 숱한 삶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문득 서산대사의 시가 생각나는 비 오는 오늘이다.
생야일편부운기(生也一片浮雲起) 사야일편부운멸(死也一片浮雲滅) 부운자체본무실(浮雲自體本無實) 생사거래역여연(生死去來亦如然) 태어남이란 푸른 하늘에 한 조각 구름이 일듯하고, 죽음이란 그 일어난 구름 정처 없이 사라지듯 하네. 뜬구름 그 자체는 본시 실체(實體)가 없듯이 태어나고 죽고 가고 옴도 또한 그러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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