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安度眩)-사랑은 싸우는 것
내가 이 밤에 강물처럼 몸을 뒤척이는 것은
그대도 괴로워 잠을 못 이루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창 밖에는 윙윙 바람이 울고
이 세상 어디에선가
나와 같이 후회하고 있을 한 사람을 생각합니다
이런 밤 어디쯤 어두운 골짜기에는
첫사랑 같은 눈도
한 겹 한 겹 내려 쌓이리라 믿으면서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어 쓰고 누우면
그대의 말씀 하나하나가 내 비어 있는 가슴 속에
서늘한 눈이 되어 쌓입니다
그대
사랑은 이렇게
싸우면서 시작되는 것인지요
싸운다는 것은
그 사람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 벅찬 감동을 그 사람 말고는 나누어 줄 길이 없어
오직 그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인 것을
사랑은 이렇게
두 몸을 눈물 나도록 하나로 칭칭 묶어세우기 위한
끝도 모를 싸움인 것을
이 밤에 깨우칩니다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인 것을
*안도현(安度眩) 시인은 1961. 12. 15.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때부터 왕성한 시작활동으로 백일장 등에서 수십 차례 상을 타 일찍부터 그 재능을 인정받았습니다.
*시인은 중, 고등학교 교사와 대학 교수로도 활동하였고, 시인의 대표작 “연어” “연탄 한 장” “너에게 묻는다” “스며드는 것” “가을엽서” “우리가 눈발이라면” “그대에게 가고 싶다” 등은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 외 시인의 작품으로는 “분홍지우개” “사랑은 싸우는 것” “사랑” “그대에게 가는 길” “간격” “강” “첫눈 오는 날 만나자” “그대에게” “그대를 만나기 전에” “애기똥풀” “기차” “숭어회 한 접시” “미꾸라지” “염소의 저녁” “봄날은 간다” “바다” “그대를 위하여”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모퉁이” “물집” “눈물 드는 5월에” “겨울 강가에서” “먼산” “낡은 자전거” 등이 있습니다.
*시인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것들을 소재로 힘겨운 사회 현실을 섬세한 감각을 통하여 희망으로 승화시킨 서정적인 시를 주로 지었습니다.
*위 시는 시인의 시집 “그대에게 가고 싶다”에 실려 있는 것을 올려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