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너스페이스 2130 IM-33
Inner Space 2130 Impossible Mission-33
돌아 선 리서영 박사는 놀라서 입을 벌린 채 도여리 박사를 보고 있었다. 그야말로 잠깐의 속크였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서영이 머리속은 숱한 생각으로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다시 스크린을
열고 제1 니때무네의 전방 카메라를 줌업시켰다. 이내 화면은 제2 니때무네가 나타났다.
좌우로 크게 회전하며 전진하고 있었다.
“얼마나 여유가 있습니까?”
“30분 안에 미션을 완료하고 다시 30분 정도입니다.”
“리지영 지대장과 지수 지대장에게는 알리지 마세요. 체스 박사와 자유수 박사님과 함께
의논하고싶어요. 환자실 옆 회의실로 지금 곧 모여주세요. 그리고 회의실 미디어 씨스템을
전부 꺼주세요.”
“알겠습니다.”
도여리 박사가 나가자 서영은 엄마에게 가까이갔다. 머리에 손바닥을 대어 보았다. 찬기가
느껴졌다. 주무시는지 기척이 없었다. 창가에는 두명의 팀원이 환자 상태를 계속 체크하고
있었다. 그들 앞에는 에너지 병들이 어지러히 놓여 있었다. 그리고 침묵이었다. 그들도 모두
의사이자 생체분석과 치료전문가들이었다.
서영은 엄마옆 탁자에 놓인 커런트 노티파이 (current notify 현재환자상태기록)를 들었다.
그때 팀원 중 한사람이 가까이 와서 작은 소리로 말하였다.
“에피네프린(Epinephrine혈압상승제및 심박동수 증가제로 사용하는 약물)을 투여하려 합니다.
의견이있으신지요?”
“없어요. 퍼쎈티지는요?”
“30%정도 입니다.”
“알겠습니다. 다른문제는 어떻습니까?”
그는 대답에 주저없었다.
“그외 멘탈(Mental각정신 및 감각 기능의 의식) 붕괴 초기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미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그건 별 문제 아닙니다만,
아시는 것과같이 SPD (Symphysis PubisDysfunction 치골결합장애)의 문제입니다. 계획대로
실행하셔야 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CN에 메디컬 히스토리(Medical History문진을 통해
알게 된 환자의 기왕 병력)를 업그레이드한 것과 같이 오래 전에 치골결합장애로 허리에
고통을 겪어왔습니다. 누구에게도 말씀하시지 않았을겁니다. 첫번째 출산 후 발생하였고
두번째 출산 후 산후조리가 원만하지 않아서 원상 회복되지 못하였던것입니다.”
메디컬 히스토리를 먼저 읽은 서영은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파서 꾹 참고 있었는데, 타인인
팀원이 말하자 참았던 아픔들이 눈물로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나왔다. 서영은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지 않았다. 이런 것 쯤은 엄마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그 동안 얼마나
그러한 고통과 싸워오며 아퍼하고 슬퍼하고 서러워했을까를 생각하니 치솟아 오르는 슬픔의
격정에겨워 저기 누워있는 엄마를 당장 잠재우고 싶은 생각도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지금
서영은 이 모든 것을 알고 겪는 가슴조이는 아픔과 안타까움들은 엄마의 그것들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만 이렇게 내가 슬픔과 서러움에 빠져 있었다간 정말 엄마를 잠재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손등으로 뺨을 닦았다. 그 팀원이 티슈를 가지고
와서 주었다. 서영은 멋적은 미소를 지으며 티슈로 눈물젖은 얼굴을 매만졌다.
“리서영 박사님. 힘내십시요. 어머님을 안전하게 구하셔야 해요. 시간이 충분치 않습니다.
힘내십시요.”
그가 서영의 왼손을 잡고 위로의 말을 했다. 그는 서영이 보다 몇 살은 위였다. 그가 나가자
좌측 창가로 걸어가 맑게 흐르는 개울과 산야를 바라보며 마음을 추스리려고 애썼다.
“서영아. 힘들지.”
서영은 말소리에 흠칫 놀라 뒤를 돌아봤다. 언제왔는지 체스가 뒤에 서 있었다. 그는 아직
마르지 않은 눈물이 남아있는 서영의 얼굴을 감싸안고 이마에 입맞춤을 하였다. 서영은
다시 가슴이 아지못할 슬픔과 아픔에 복받쳐 오르는 것 같았다. 서영은 체스의 가슴에
쓰러지듯 안겼다. 체스는 서영을 두 팔로 감싸 꼭 안았다. 서영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다시 흐느끼며 울기 시작하였다. 체스는 말없이 그런 서영을 꼭 안은채 기다렸다.
“뭐 이런 남자들이 다 있어? 남자들은 모두 여자를 울리기 위해 있는가봐.”
체스의 가슴에 얼굴을 문질러 눈물을 닦은 서영이 고개를 들며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왜 나는, 잘 참았다가 남자들 앞에서 울게되는지 몰라. 이러면 안되는데...”
“그래서 남자들이 다 당신을 좋아하고 나 체스가 너를 사랑하는거야. 이제 됐지? 거주민들이
언제나 당신을 지켜보고 있어.”
서영은 체스의 말에 고개를 끄득이며 어설픈 미소를 짖고 체스의 가슴을 나와 엄마에게로 갔다.
체스는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이해할 것이라 생각하며.
서영은 엄마곁으로 가서 두 손바닥으로 쎄지로 디엠의 얼굴을 감쌌다. 따스했다. 참 이뻣다.
서영은 엄마의 이마에 흥크러진 머리칼을 쓸어 위로 올렸다.
“서영아~”
“어머! 엄마! 엄마 깨어있었어요?”
쎄지로는 미소를 얼굴에 띄며 눈을 천천히 떠 서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서영의 두 손을
잡았다.
“서영아~ 힘들지?”
“아니~ 엄마. 나 하나도 안 힘들어. 엄마하고 이렇게 있을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정말 말로
다 표현 못해. 나 너무 좋아 엄마. 나 아주 잘하는데... “
서영은 고개를 돌려 체스를 봤다. 도움을 구하는 것이다.
“예. 맞아요. 쎄지로 디엠님. 다들 잘하고 있어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의 말을 미소로 듣고 고개를 다시 엄마에게로 돌린 서영은 그만 또 눈물이 나오기시작하였다.
엄마의 눈에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본 것이다.
“엄마~ 왜울어. 이제 안 울어도 돼. 엄마. 지영이도 있고 아빠도 있고 이 서영이도 옆에 있잖아.
우리 모두가 엄마를 건강하게 다시 해 놓을거야.”
저 어린 것 둘이 얼마나 정에 고파했고 사랑에 고파했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절로 아니 나올
수 없었다. 쎄지로는 깨어있었다. 움직일 수가 없었지만 서영의 눈물을 알고 아픔을 알고
그리움을 안다. 체스와의 사랑도 알게되었다. 그러나 쎄지로는 엄마로서의 자격이 하나도
없음에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서영아~ 지영아~ 이 엄마를 용서해라. 너희들을 잃고 하루 한시간도 가슴이 아프지않은
날이 없었단다. 엄마는 누구에게도 말 할 수가 없었다. 그냥 가슴속에 눈물꽃만 키우고 있었단다.
이 못난 엄마를 용서해라. 서영아~”
쎄지로는 온 힘을 다해 팔을 들어 서영의 손을 찾았다. 서영이 얼른 그 팔을 잡고 손바닥을
쥐었다.
“엄마. 사랑하는엄마. 엄마하고 딸 사이에 무슨 용서고 말고가 있어요. 저는 요~ 엄마 아빠를
한번도 미워하거나 원망한 적이 없어요.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 지영이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생각했어요. 이제 다 있어서 저는 무엇이든 할 수가 있어요. 엄마. 사랑해요.”
“서영아~ 으흐흑~ 서영아~”
“엄마. 우시면 안되요. 엄마속에 아빠랑 지영이 들어가 있어요. 혈압이 올라간단말예요. 엄마.
진정하세요.”
서영은 얼른 쎄지로의 얼굴을 가슴으로 감쌌다. 그리고 꼭 안았다. 엄마와 아기가 바꿔진거다.
“그래. 그렇구나. 지금 두 사람은 어떻게 되었니?”
대답대신 서영은 얼른 옆의 유리케이스에서 소독된 따뜻한 타올을 잘 펴서 쎄지로의 얼굴에
덮었다. 그리고 천천히 자근 자근 눌러 눈물도 닦고 서러움도 닦고 아픔도 닦고 원망도 닦았다.
"그래. 서영아. 엄마 슬퍼서 우는 것 아니야. 너무 행복해서 우는거야. 너무 행복하면 눈물이
나온단다."
"으응~ 엄마. 나도 그런가봐. 엄마닮아서 행복해 눈물이 나오는가봐. 나는 그런 것까지 왜
엄마를 닮지? 헤헤헤."
"엄마. 언니야. 지영이도 행복해서 눈물이 나왔다. 나도 엄마 닮았다~"
"어. 지영이 듣고 있었구나."
엄마가 웃으며 지영이를 반겼다.
"응. 엄마. 엄마라고 부를 수 있어 너무 좋아. 엄마~"
"으흐흑. 지영아~"
"엄마. 또 우신다. 언니가 울지말랬잖아. 혈압 올라간다고."
"그으래. 안 울께. 근데 아빠는?"
역시 엄마였다. 그때 쎄지로 디엠의 다리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서영이 놓치지 않고 보았다.
언제부터 인지는 모르지만 그 떨림은 틀림없이 고통을 동반할 것이라 생각하였다.분명 하체
어딘가에 문제가 발생했음을 짐작하였지만 지금은 그것을 물어 볼 상황은 아니었다.
저 고통은 자궁쪽의 문제였다. 암? 서영은 곧 인체촬영기로 찍어보리라 생각하고 있는데 담당
주치의인 처린조 박사가 작은 쪽지를 서영이 손바닥에 쥐어 주었다. '하체의 떨림과 고통을 체크바람'이었다.
박사도 본 것이다. 그러나 니때무네가 목적지에 거의 가까이 가고 있었다.
서영은 급히 체스 박사의 팀인 제1팀 팀원에게 원인규명과 대처방법을 알려주길 부탁하는
멧세지를 보냈다. 그리고 치골결합기능부전으로 확진한다면, 준비된 씨나리오를 실행해야
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