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모토 신이치(이케다 선생님)가 간담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인사했다.
"오늘은 많은 인도 멤버를 만나 정말 기쁩니다. 이중에는 며칠이나 걸려
먼 곳에서 온 분도 계십니다. 잘 오셨습니다. 18년 전 처음 인도에 왔을
때가 마치 어제 일 같습니다. 그때는 멤버 중에 인도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불교가 탄생한 의의 있는 인도에, 지용보살이
출현하지 않을 리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반드시 출현시켜야 한다!'고
강하게 결의했습니다. 그 뒤로 인도에 수많은 동지가 탄생하기를 날마다
진지하게 기원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곳에 '광선유포의 사명을 위해
살겠노라'며 대표 약 40명이 환희 차게 모였습니다. 참으로 대성인이 말씀
하신 '지용의 의(義)'입니다. 이보다 기쁜 일은 없습니다.
여러분은 지용의 동지고, 숙연이 깊은 '형제'이자 '자매'라는 자각으로 인도
사람들을 위해 어디까지나 다같이 사이좋게 성장하기 바랍니다. 지금은
세계 수많은 나라에 창가(創價)의 벗이 있습니다. 국경, 민족, 문화의 벽을
넘어 '마음과 마음'이 단단히 이어져 있습니다. 그 세계 동지가 불교 발상지
인도를 주목하고, 귀국의 미래에 기대를 걸며 진심으로 성원을 보내고 있습
니다. 웅대하게 유구하게 흐르는 저 갠지스강도 물 한 방울에서 시작합니다.
마찬가지로 여러분은 인도 광포의 대하를 이루는 원류 한방울 한방울과 같습
니다. 양양한 미래를 확신하고 나아가기 바랍니다. 20년, 30년, 50년 앞을
목표로 갠지스강과 같은 광포의 흐름을 열지 않겠습니까!
저도 인도의 평화와 발전에 진력할 것을 약속하며 스피치를 마치겠습니다."
갠지스강의 한 방울이 되자! 이것은 인도 동지의 결의가 되고 구호가 되었다.
인도에서는 갠지스강을 '강가'라고 부른다. 발원지는 히말라야 산맥의 강고
트리산에 있는 빙하지역으로, 인도 북부를 가로질러 흐르다가 여러 지류로
갈라져 벵골만으로 흘러간다. 그 길이는 2510킬로라고 한다. 불전에 나오는
육만항하사의 '항하'는 갠지스강을 말한다. 법화경 <종지용출품> 제15에
나오는 '육만항하사'는 갠지스강에 있는 모래알의 6만 배라는 의미로, 그만큼
많은 무수한 '지용보살'이 대지에서 용출하는 모습을 설한다. 따라서 이 인도
에도 수많은 지용보살이 반드시 출현할 것이라고 신이치는 굳게 확신했다.
신이치는 간담회에서 인사한 뒤 인도 동지와 기념촬영을 하기로 했다.
촬영 때 멤버가 신이치를 위해, 사람들이 정렬한 가운데에 큰 의자를 준비
했다. 신이치가 그 모습을 보자 이렇게 말했다. "저는 멀리서 오신 분을 비롯
해 여러분의 노고에 상찬과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가장자리에 서겠습니다.
여러분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이 의자에는 여러분의 중심자가 앉도록 합시다"
셔터 소리와 함께 인도 광포를 결의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훗날 이 사진을 보며 한 멤버가 이렇게 말한다. "괴로울 때도 있었습니다.
힘든 일도, 슬픈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사진을 보며 힘을 냈습니
다. 이 사진처럼 야마모토 선생님은 늘 우리와 함께 있다, 곁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계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신이치도 사진을 볼 때마다 인도
동지를 떠올리며 끊임없이 제목을 보냈다. 직접 만날 기회가 없더라도,
마음은 서로 통한다. 창제로 '혼과 혼'은 결합한다.
뉴델리는 머리 위로 파란 하늘이 펼쳐지고, 길가에 줄지어 선 보리수 나뭇잎
은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2월 8일 오전, 신이치는 인도 외무부를 방문해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외무부 장관을 예방했다. 장관은 이번에 인도 방문단
을 초빙한 인도문화교류위원회(ICCR) 회장이자 시인, 작가이기도 하다.
50대 초반으로 반백에 진한 눈썹, 날카로운 눈이 인상적인 예리하고 용감한
용모였다. 아프리카를 방문하고 어제 막 귀국했다고 한다. 눈가가 조금
거무스름해 보였다. 신이치가 고마움을 표하고 이렇게 말했다.
"자신뿐 아니라 인도를 위해서도 소중한 몸입니다. 부디 건강에 유의해주십
시오." 장관은 온화하게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인도에서는 어머니와 손님 그리고 교사를 신(神)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주인은 손님의 뜻을 최대로 존중해야 합니다. 거기에는 인간으로서 지켜야
하는 중요한 도리가 있습니다." "교육적인 말씀입니다. 마치 교육부 장관
같으십니다." 이 유머에 장관도 유머로 응했다. "건강을 염려해주시는 당신
은 보건복지부 장관 같으십니다." 두 사람은 큰 소리로 웃었다.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신이치는 국경 분쟁이 이어지는 인도와 중국의 관계를 물었다.
이것은 데사이 총리에게도 질문한 내용이지만, 양국의 평화우호가 아시아의
안정을 결정짓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장관은 며칠 뒤에 인도 각료로서는
17년 만에 중국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신이치의 질문에 장관은
소파에 앉아 팔짱을 끼고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들고 말하기 시작했다.
"인도와 중국은, 같은 아시아 나라이고 이웃나라입니다. 역사는 잊어도,
지리를 잊을 수는 없습니다." 두 나라는 이웃해 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는 의미일 것이다. 현실에 입각해 끈기 있게 이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야
정치다.
바지파이 장관이 한층 더 확신과 정열을 담아 큰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인도와 중국은 '평화 5원칙'을 지키면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평화 5원칙'은 1954년에 중국의 저우언라이 총리와 인도의 네루 총리가 공동
성명으로 발표한 주권과 영토보전의 상호존중, 상호 불가침, 상호 내정불간섭,
평등호혜, 평화공존 등의 5가지 원칙이다. 장관은 이 '평화 5원칙'으로 되돌
아가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의향을 분명히 하고
"모든 나라와 우호를 맺는 것이 인도의 생각입니다." 하고 강조했다.
신이치는, 일본에 요망하는 점이 있는지 물었다. "일본은 해가 뜨는 동쪽
나라입니다. 동쪽 하늘에 빛나는 태양은 만물을 평등하게 비춥니다.
먼 땅보다 가까운 땅을 더 따뜻하게 비추는 법입니다." 매우 문학적이고
함축적인 말이었다. 신이치는, 일본은 먼 유럽이나 미국만이 아니라 가까운
아시아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 들였다. 덧붙여 장관은
세계 굴지의 뛰어난 공업생산력으로 큰 경제발전을 이룩한 일본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격차를 없애는데 힘이 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아소카
대왕을 진심으로 존경한다는 장관은, 불교 정신을 근저로 한 아소카의 치세를
언급했다. 그리고 당시는 문화가 번성하고 무역도 성했다. 또 사형도 집행
하지 않았고, 사람들은 행복한 생활을 영위했다고 소개했다. 사자와 법륜
(法輪)이 들어간 인도 국장(國章)은, 아소카 대왕이 세운 돌기둥 상부를 장식
하는 사자상에서 유래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인도에서는 종교를 다르마(법)
라고 여깁니다. 이것은 생활법이라는 뜻이고, 인생의 토대를 형성합니다.
인도사회에서는 종교가 생활에 깊이 밀착되어 있습니다."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는 '종교는 모든 것을 성립하는 근본'이라고 말했다.
종교라는 기본을 확립해야, 인생을 충실하게 살 수 있다.
바지파이 장관은 웅변가로 알려져 있다. 큰 제스처에 방 안 가득 울려 퍼지는
큰 목소리로 아소카 대왕의 정치와, 민중과 함께 싸운 마하트마 간디의 정신을
말했다. 신이치는 간디가 민중 속으로 들어가 끊임없이 대화했듯이, 장관도
자주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둘러앉아 대화하고 진지하게 이야기에 귀를 기울
인다고 들었다. 그리고 한가지 예로 여권을 발급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사람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말을 듣고, 발급 절차를 개선하려고 힘썼다.
웅변과 다변은 다르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웅변은, 모든 사람의 심정
을 대변하는 것이고, 한사람 한사람의 의견을 끈기 있게 듣는 노력에서 비롯
되는 숙고와 신념과 정열이 빚어낸 혼의 외침이다. 장관은 시인이지만,
관념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소년기 때부터 사회 운동
에 몸을 던져, 민중 계발에 심혈을 쏟았다. 젊은 시절에는 독립 운동을 하다
투옥되기도 했다. 또 근래에도 여당 세력의 공격으로 감옥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 웃음 띤 얼굴에는 불굴의 정신이 넘쳤다. 간디는 "최종적으로는
원한 없이 적을 친구로 바꿀 수 있느냐 없느냐가 비폭력의 엄한 시금석이다"
하고 말했다. 장관은 비폭력 운동의 정신을 살린 정치와 외교의 올바른 모습
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듯했다. 그러나 그 길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인도아대륙을 둘러싼 강대국의 복잡한 힘겨루기도 있고,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거센 파도 속에서 키를 잡는 일은
가혹한 현실에 맞선 격투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장관이 아소카 대왕과
간디의 정신을 이어 받아, 대화에 철저히 힘써 새로운 시대를 열기 바랐다.
바지파이 장관은 훗날 총리가 되어, 오랜 세월 대립하던 중국과 관계를 개선
한다. 어려운 상황에서 인도의 미래를 짊어지고 일어서려는 장관과 나눈
대화는, 신이치에게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신이치 일행은 바지파이 장관과 대담을 마치고 뉴델리 교외 야무나강 근처에
있는 라지가트로 갔다. 이곳은 1948년 흉탄에 쓰러진 간디의 유해를 화장한
곳으로, 아름다운 추모 공원으로 조성한 성지(聖地)다. 신이치는 인도를
처음 방문한 1961년 이래 두번째 방문이다. 주위 나무들과 푸른 잔디가
햇살에 반짝이는 온화한 오후였다. 완만한 언덕받이에 높이 수십 센티,
사방 3미터 정도 넓이의 검은 대리석 단상이 놓여 있다. 일행은 '위대한
영혼'(마하트마) 간디에게 경의를 표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결의를
담아 헌화하기로 했다. 이곳은 성지이기에 모두 구두를 씌우개로 감싸고
화환을 선두로 엄숙하게 걸었다. 간디가 관철한 비폭력, 불복종 운동은
인류사에 인도주의와 평화의 빛을 발하는 독립 운동, 인권 운동이 되었다.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는 로라트법에 항의, 영국의 지배에서 경제적, 정신적
으로 독립하기 위해 인도의 전통공예인 차르카(물레)로 면제품 생산, 영국
식민지 정부의 부당한 소금 전매에 항의해 일으킨 소금 행진….
간디의 운동 앞에는 늘 폭력으로 짓누르는 억압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간디는 어디까지나 비폭력으로 맞서 싸웠다. 간디는 이렇게 말한다.
"비폭력과 겁쟁이는 양립하지 못한다." "참된 비폭력은 순수한 용기가
없으면 실천 불가능하다." 간디의 비폭력 운동은, 폭력과 무력에 정신의
힘으로 맞서는 싸움이다. 그리고 "정신성의 첫째 조건은 용기다." 하고
말했듯,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이 필요한 길이라 할 수 있다.
대성인은 "니치렌(日蓮)의 제자들은 겁쟁이로서는 할 수 없느니라."
(어서 1282쪽) 하고 말씀하셨다. 인간 승리의 역사를 여는 위대한 걸음은
모두 용기를 각성하는데서 시작된다.
▶2p입니다
이케다 SGI 회장과 함께 신시대를 만든다 [27]
문화의 꽃을 마음에서 마음으로
최근 돗토리현을 진원지로 하는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주고쿠 지방을
비롯해 서일본 각지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변독위약(變毒爲藥)'의 법리 그대로 단호히 이겨내실 수 있도록
여러분의 건강과 무사안온 그리고 하루빨리 복구하기를 모든 동지와 함께
끝까지 기원하겠습니다.
불의의 재해 등을 입었을 때 학회의 회관은, 지역주민 여러분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 생명존엄의 대성(大城)을 날마다 엄연히 지키는
동지에게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지난 10월 22일, 대도쿄의 '인재가 꽃피는
도읍'인 주오구의 주오문화회관을 시찰할 때도 창가보성회(일일 회관장)
벗이 임무를 서고 있었습니다. 황금기둥의 명예롭고 당당한 모습을 보며,
차 안에서 합장하고 기념월간을 활기차게 달리는 주오구 창가가족에게 제목
을 보냈습니다. 니혼바시(주오구)에서 개최한 '그림책과 내 이야기'전(展)
에는, 많은 내빈과 우인이 모여 부모와 자녀가 함께 관람하는 광경도 흐뭇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림책 화가 와일드 스미스 화백이 '행복의 원천은
창조력'이라고 한 말이 떠오릅니다. 그 '창조력'을 끌어내는 것이 문화의
촉발입니다. 오사카와 후쿠오카 그리고 이시카와에서도 '평화의 문화와 희망'
전이 의의 있게 열렸습니다. 지난 주말에도 미래부 합창제가 감동을 넓히고,
음악대 벗이 도호쿠와 구마모토의 재해지역에서 '희망의 유대' 콘서트 등을
거듭 열었습니다. 고적대 자매의 퍼레이드도 각지에서 상쾌한 기쁨을 보냅
니다. 우리의 행진은 문화와 교육 그리고 평화의 빛을 거듭 내뿜고
미래를 비출 것입니다.
법화경(法華經) <종지용출품>에서는 '여연화재수(如蓮華在水, 연꽃이
물에 있는 것과 같나이다)'라고 설합니다. 수렁 같은 현실사회에 뛰어든다,
더구나 세간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광선유포라는 위대한 사명을 위해 살며
승리의 큰 꽃송이를 피우고 향기를 냅니다. 여기에 우리 지용보살(地涌菩薩)
의 도전이 있습니다. 니치렌대성인(日蓮大聖人)은 시련을 이겨내는 요체로
'사전의 조심' '다기짐(용기)' '강한 신심'이라는 세가지를 제시하셨습니다.
(어서 1192쪽, 취의) 어떤 일이 있어도 제목을 끝까지 부르고, 유유히
방심하지 않고 동지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영광에 빛나는 '11·18'을 향해 광포의 길을 엽시다! 우정의 다리를 놓읍시다!
자타 함께 승리하기 위해,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 행복을 위해.
희망의 노래를, 용기의 노래를 '지역'과 '사회'에 연주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