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主人(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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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에서 주인을 뜻하는 단어로 동녘 동(東)이라는 글자를 쓰는 경우가 있다. 방 주인의 경우 방동(房東)이 되고, 지분 소유자는 주식을 뜻하는 고(股)라는 글자에 동녘 동자를 붙인다. ‘주인장’이라는 말을 아예 ‘동가(東家)’로 표현할 때도 있다. “내가 한잔 살게”라는 말을 할 때도 “워쭤둥(我作東)”이라고 표현한다.
현대 중국어 역시 과거의 풍부한 한자(漢字) 콘텐트를 통해 형성된다. 주인이라는 뜻을 이렇게 표현하는 데는 연유가 있을 법하다. 두 가지 설이 있지만 유력한 쪽은 『예기(禮記)』에 등장하는 고대 예법과 관련된 내용이다.
중국 고대 가옥 구조는 남북의 축을 따라 만들어졌다. 북쪽에 앉아서 남쪽을 바라보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동서남북의 방향성이 매우 분명하게 형성된다. 『예기』의 기록으로는 주인이 손님을 맞이할 때 동쪽에 선다. 손님은 반대로 서쪽에 서서 주인을 마주 본다. 문을 함께 들어서 집으로 올라설 때도 주인은 동쪽 계단, 손님은 서쪽 계단으로 올라간다. 이런 기록에 따라 중국은 물론이고 과거 한국·일본 등에서는 주인과 손님을 엄격하게 가르는 예법이 착실히 지켜졌다. 축선이 먼저 만들어지고 주인장이 동편에서 객을 맞이하는 예법은 질서를 상징한다. 각자 맡은 자리에서의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발휘해야 한다는 자리매김의 사고(思考)다.
중국과 대만의 식사 예절에서도 이는 드러난다. 중국은 식사를 초대하는 주인이 문을 바라보는 쪽의 가운데에 앉는다. 이에 비해 대만에서는 주인이 문을 등진 쪽의 가운데에 앉는다. 손님을 귀히 여기는 전통적 관념으로 보면 대만의 예법이 더 격식에 맞다.
어쨌든 동·서를 따지고, 문을 향해 앉는 위치를 나누는 관념은 ‘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기능이 각자의 역할에 맡겨져 엄격하게 지켜지는 게 중국의 전통이다. 때론 어지럽고 산만한 인상을 주지만 사회주의 중국이 시장경제의 틀을 만들면서도 거대 국가의 중심을 흩뜨리지 않는 이유는 이런 전통성에서 비롯하는 바 크다.
50일이 넘는 촛불정국에서 청와대는 제자리를 확인하고 그에 걸맞은 행동을 했는지 의문이다. 법을 무너뜨리는 행위가 속출했지만 그에 대한 대응은 미약하기 짝이 없다. 놀란 소가 이리저리 살피기만 하는 ‘우두망찰 ’의 속절없음을 반복하는 것 같아 답답하기만 하다.
이제 정부는 국민이 부여한 권리와 의무를 찾아 법 집행에 더 확실히 나서야 한다. 국가 운영이라는 것은 그 정도의 질서관념 없이 이뤄지지 않는다. 시위대에 편승하는 야당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짧은 안목으로 쥐가 제 앞만 살핀다는 ‘서목촌광(鼠目寸光)’의 행태가 이젠 지겹다.
출처:중앙일보 글 유광종 국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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