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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제95회-2
한편, 교도청은 요술을 써서 송강을 곤경에 몰아넣고 막 사로잡으려고 했는데, 홀연 물이 다 말라 버리고 송강 등은 도망쳐 버리고 말았다. 교도청은 놀라고 의아하여 혼자 말했다.
“내 술법이 하찮은 것이 아닌데, 저놈들이 어떻게 알고 깨뜨렸을까? 저들의 군중에 필시 이인(異人)이 있나 보다,”
교도청은 군사를 거두어, 손기 등과 함께 성으로 들어갔다. 손기 등은 연회를 열어 경하하였다. 그때 군사들이 노지심·무송·유당과 먼저 사로잡혔던 이규·포욱·항충·이곤·당빈을 묶어서 끌고 왔다. 교도청의 왼편에 서 있던 손기가 당빈을 보고 욕을 했다.
“반역자! 진왕께서는 너를 저버린 적이 없었다.”
당빈이 소리쳤다.
“네놈들 죽을 날이 머지않았다.”
교도청은 포로들에게 성명을 말하라고 하였다. 이규가 눈을 부릅뜨고 호랑이수염을 곤두세우며 가슴을 내밀고 외쳤다.
“역적놈들은 잘 들어라! 이 시커먼 어르신은 흑선풍 이규다!”
노지심과 무송 등은 아무리 물어도 노기만 띤 채 입을 열지 않았다. 교도청은 사로잡은 군졸들을 데려오라고 명하였다. 잠시 후 도부수(刀斧手)들이 군졸들을 압송해 오자, 교도청은 일일이 그들에게 물어보아, 포로들이 모두 송군의 용장들임을 알게 되었다. 교도청이 이규 등에게 말했다.
“너희들이 투항한다면, 내가 진왕께 아뢰어 모두 높은 관작을 내려주겠다.”
이규가 우레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놈은 이 어르신들을 어떻게 보는 거냐? 좆같은 소리 지껄이지 마라. 이 시커먼 어르신을 베고 싶다면, 네놈 맘대로 베어라. 백 번을 벤다 하더라도 이 어르신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을 거다. 그렇지 않으면 어찌 호걸이라 할 수 있겠느냐?”
노지심·무송·유당 등도 일제히 소리쳤다.
“요망한 도사 놈아! 꿈도 꾸지 마라! 우리 형제들의 목을 자를 수는 있어도, 결코 무릎 꿇릴 수는 없을 것이다.”
교도청은 크게 노하여, 당장 끌고 가서 목을 베라고 소리쳤다. 노지심이 껄껄껄 웃으며 말했다.
“나는 죽음을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여긴다. 오늘 죽음으로써 바른 길을 얻을 것이다.”
도부수들이 이규 등을 끌고 가자, 교도청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지금까지 저렇게 굳센 호걸들은 본 적이 없다. 일단 살려두었다가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교도청은 황급히 명을 내려 다시 감금해 두라고 하였다. 무송이 소리쳤다.
“더러운 반적아! 죽이려면 빨리 깨끗이 죽여라!”
교도청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군졸들은 이규 등을 끌고 가 감옥에 가두었다.
교도청은 자신의 삼매신수(三昧神水)의 술법이 깨진 것을 생각하면서 심중에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성중에 머물면서 송군의 동정을 정탐하고만 있었다. 그리하여 양군은 모두 병력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5~6일 지난 다음, 섭신과 풍이 대군을 이끌고 당도하여, 성으로 들어와 병마를 주둔시켰다. 교도청은, 송군이 영채를 굳게 지키면서 공격해 오지 않는 것은 별다른 계책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다. 교도청은 군마를 점검하여 손기·대미·섭신·풍 등과 함께 병력 2만을 거느리고 새벽에 성을 나갔다. 성 남쪽의 오룡산에 영채를 세우고, 날이 밝으면 진격하기로 하였다. 교도청이 손기에게 말했다.
“오늘은 반드시 송강을 사로잡고, 호관을 회복할 것이다.”
손기가 말했다.
“국사의 법력만 믿습니다.”
교도청은 군마 1만을 이끌고 송강의 대채를 향해 돌격했다. 군졸이 정탐하여 나는 듯이 달려가 송선봉에게 보고하였다. 송강은 번서·단정규·위정국에게 군병을 점검하고 말을 정비하여 적을 맞이할 준비를 하라고 명하였다.
교도청이 높은 언덕에 올라가 송군의 영채를 살펴보니, 사면팔방에 준비가 되어 있고 전후좌우가 서로 구원하도록 조직되어 있었다. 진문을 열고 닫는 것이 법칙이 있고, 상호 연락하는 것에 법도에 있었다. 교도청은 마음속으로 갈채하였다.
그때 송군 영채에서 포성이 울리면서 영채 문이 열리더니, 한 떼의 군마가 달려 나왔다. 양쪽 진에서는 깃발이 휘날리고 북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교도청이 언덕에서 내려가 진 앞으로 나서자, 뇌진·예린·비진·설찬이 좌우에서 호위했다. 송군 진영에서도 깃발이 갈라지면서 한 장수가 말을 몰아 진 앞으로 나섰다. 바로 혼세마왕 번서였다. 보검을 들어 교도청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반적아! 어디서 감히 흉악한 짓을 하느냐!”
교도청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저놈은 법술을 좀 아는 것 같은데, 어디 한 번 시험해 보자.”
교도청이 번서에게 소리쳤다.
“무지한 패장 주제에 어디 감히 더러운 말을 지껄이느냐! 네놈이 감히 나와 무예를 겨루어 보겠느냐?”
번서가 말했다.
“네놈이 무예를 겨루어 보겠다면, 나와서 내 검을 맛보아라!”
양군에서 함성을 지르며 북을 울렸다. 번서가 검을 들고 말을 박차고 나가 곧장 교도청에게로 돌진하였다. 교도청도 검을 휘두르며 말을 몰아 나갔다. 두 검이 부딪히면서 두 마군(魔君)이 싸움을 벌였다.
처음에는 먼저 두 말이 엉켜 싸우는 것 같더니, 차차 각자 신통력을 부리기 시작하면서 두 줄기 검은 기운이 뒤엉키면서 좌우로 돌고 전후로 왔다 갔다 하면서 어지럽게 움직였다. 양쪽 군사들은 멍 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한창 싸움이 무르익었을 때 번서가 빈틈을 노리고 교도청을 검으로 베었는데, 그만 허공을 베면서 자칫 말에서 떨어질 뻔하였다. 원래 교도청은 일부러 파탄 난 척하면서 번서가 헛손질을 하도록 유도했던 것이다. 교도청은 오룡태골(烏龍蛻骨)이라는 술법을 써서 일찌감치 자기 진영으로 돌아가면서 껄껄껄 웃었다. 번서도 당황하여 본진으로 돌아갔다.
송군 진영의 좌우 문기가 열리면서, 왼쪽에서는 성수장군 단정규가 5백 보병을 이끌고 나왔다. 모두 검은 깃발에 검은 갑옷을 입고, 손에는 방패와 표창, 강차 등을 들고 있었다. 오른쪽에서는 신화장군 위정국이 5백 화군(火軍)을 이끌고 나왔는데, 몸에는 붉은 갑옷을 입고 손에는 화기(火器)를 들고 있었다. 화차(火車) 10여 대를 끌고 나왔는데, 화차에는 갈대 같은 인화물이 가득 실려 있었다. 군인들은 등에 무쇠 호로병을 지고 있었는데, 그 안에는 유황과 염초, 다섯 가지 색깔의 연기가 나는 화약 등이 들어 있었다.
양로의 군병들이, 왼쪽에서는 구름이 땅을 말듯이 덮쳐오고 오른쪽에서는 화염이 치솟으면서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반군들이 겁을 먹고 후퇴하려고 하자, 교도청이 소리쳤다.
“물러서는 자는 목을 벤다!”
교도청이 오른손으로 보검을 짚고 입속으로 주문을 외우자, 삽시간에 검은 구름이 땅을 뒤덮고 비바람이 불고 우레가 치면서 커다란 우박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성수장군과 신화장군의 군사들은 쏟아지는 우박에 얻어맞고, 벼락이 치고 비가 쏟아지자 화염이 모두 꺼져 버렸다. 군사들은 머리를 싸매고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단정규와 위정국은 깜짝 놀라 혼이 몸에서 달아나는 듯하고 손을 쓸 수가 없어 목숨 걸고 도망쳐 본진으로 돌아왔다. 성수장군과 신화장군이 ‘그림의 떡’이 되고 말았다.
잠시 후 우박이 그치고 구름이 걷히면서 파란 하늘과 밝은 해가 드러났다. 땅에는 계란만한 얼음덩어리가 무수히 깔려 있었다. 교도청이 송군을 바라보니, 머리가 깨지고 이마가 터졌으며 눈이 멀고 코가 삐뚤어진 채 얼음덩어리를 밟고 미끄러져 난리도 아니었다. 교도청은 무위를 떨치면서 소리쳤다.
“송군 중에 수단이 고강하고 신통력이 더 대단한 놈은 없느냐?”
번서는 수치와 분노가 치밀어 머리를 풀어헤치고 보검을 든 채, 말 위에서 평생의 법력을 다 쏟아 부어 입속에서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사방에서 광풍이 불고 모래와 돌이 날리기 시작하면서, 천지가 캄캄해지고 태양도 빛을 잃었다. 번서가 인마를 휘몰아 쳐들어가자, 교도청이 웃으며 말했다.
“그까짓 좆같은 술수로는 어림도 없다!”
교도청이 보검을 짚고서 술법을 부리기 시작했다. 입속으로 주문을 외자, 바람이 송군 쪽으로 불어대면서 허공에서 또 천둥소리가 울리면서 무수한 천병(天兵)과 신장(神將)들이 쏟아져 내려왔다. 송군 진영에서는 말들이 울부짖고 군사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어지럽게 달아났다. 교도청이 네 명의 편장들과 함께 군사를 몰아 쳐들어오자, 번서의 법술은 아무런 효력이 없어 적을 당해내지 못하고 말을 돌려 달아났다.
반군들이 바짝 추격해 오자, 송군은 위급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때 홀연 송군 영채 가운데서 한 줄기 금빛이 발사되자, 모래바람이 그치고 천병과 신장들이 모두 힘없이 땅으로 떨어졌다. 사람들이 보니, 천병과 신장들은 모두 오색종이로 만든 것들이었다. 교도청은 자신의 신병법(神兵法)이 깨지는 것을 보고, 다시 신통력을 발휘했다. 머리를 풀어헤치고 보검을 짚고서 주문을 외우다가 소리쳤다.
“가라!”
그렇게 삼매신수의 법술을 펼치자, 잠깐 사이에 수천 가닥의 검은 기운이 임계(壬癸) 방위에서부터 몰려왔다. 그때 송군 진영에서 한 도사가 말을 몰아 진 앞으로 나오더니, 송문고정검(松紋古定劍)을 짚고 입속으로 주문을 외더니 소리쳤다.
“가라!”
그러자 홀연 허공에서 누런 전포를 입은 신장들이 무수히 내려와 북쪽으로 날아가면서 검은 기운을 모두 쫓아 버렸다. 교도청은 깜짝 놀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 송군들은 자기편 도사가 요술을 깨뜨리는 것을 보고 일제히 소리쳤다.
“교도청! 요망한 반적놈아! 이제 수단이 더 고강한 우리 도사님이 오셨다!”
교도청은 그 말을 듣고 수치심으로 귀까지 빨개지면서 본진으로 퇴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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