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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언망청(妄言妄聽)
되는대로 말하고 아무렇게나 듣는다.
妄 : 망령될 망(女/3)
言 : 말씀 언(言/0)
妄 : 망령될 망(女/3)
聽 : 들을 청(耳/16)
'망할 망(亡)'이란 글자는 부러진 칼을 뜻했다고 한다. 전장에서 칼이 부러지면 도망가거나 죽을 수밖에 없어 '망하다'는 의미가 생겼다. 여기서 마음이 도망가면 '잊을 망(忘)'이 되고 시력이 도망가면 '눈멀 맹(盲)'이 된다.
그런데 '망령될 망(妄)'에 여자(女/ 녀)가 들어 평등시대에 불만이 많을 듯하다. 부권(父權)이 강했던 고대 중국에서 여자가 그릇된 생각이나 행동을 한다고 생각한 데서 만들어졌단다.
늙거나 정신이 희미해져 사리에 맞지 않게 말하는 망령(妄靈)은 말이 도망간 '노둔할 망(吂)'이 따로 있는데 억울할 만하다. 어떻든 사리에 맞지 않고 제멋대로 주저리주저리 하는 망언(妄言)에 진지한 말이라도 진지하게 듣지 않는 망청(妄聽)이면 격에 맞다.
도가(道家)의 대표 저작인 장주(莊周)의 '장자(莊子)'에서 유래한 성어다. 난해한 구절이 많기로 이름난 제물론(齊物論)편에서 한 측면만을 본 진리는 있을 수 없다며 지식과 논쟁을 부정한다. 공자(孔子)의 제자라고도 하는 가공인물 구작자(瞿鵲子)와 장오자(長梧子)의 문답에서 나온다.
공자에게서 들었다며 구작자가 묻는다. 성인은 세상의 일에 종사하지 않고, 이해관계도 초월하며 말하지 않는 것을 말한 것으로 여겨 세속 밖에서 노닌다고 하는데 선생님은 허튼소리라 하고 자신은 도를 실행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장오자의 의견이 어떠한지 물었다.
장오자는 도교(道敎)의 시조 황제(黃帝)도 이해하지 못할 일인데 어찌 알겠느냐며 탄환을 보고서 새 구이를 바라는(見彈求炙/ 견탄구자) 만큼 서두르는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말한다. "내가 생각나는 대로 말해볼 테니(予嘗爲汝妄言之/ 여상위여망언지), 그대도 되는대로 들으시오(汝以妄聽之奚/ 여이망청지해)." 이어지는 설명은 되는 대로가 아닌 이야기다.
뭇사람은 옳고 그름을 따지고 잘잘못을 가리는데 성인은 우둔하여 만년의 세월을 한순간으로 생각한다며 공자도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도 유가(儒家)에 대해 꼬집는데 임금이니 신하니 하는 생각으로 굳어져 있어 꿈을 꾸는 것조차 모를 것이라 말한다.
유안(劉安)의 '회남자(淮南子)'엔 입과 귀만 대충 말하고 듣는 것이 아니고 눈도 조심하라고 더 좋은 말이 나온다. "눈으로 아무 것이나 본다면 음심이 생기고(目妄視則淫/ 목망시즉음), 귀로 아무 것이나 들으면 미혹에 빠지며(耳妄聽則惑/ 이망청즉혹), 입으로 마구 지껄이면 화를 입는다(口妄言則亂/ 구망언즉난)." 주술훈(主術訓)에 실려 있다.
말을 할 때나 들을 때는 진의가 전달되도록 진지해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없는 사실을 억지 주장하여 상대방의 가슴을 후벼 파는 말은 오래도록 상처가 된다. 개인 간에도 그러한데 특히 정치권에선 조심할 일이다.
▶️ 妄(망령될 망)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계집 녀(女; 여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어둡다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亡(망)자로 이루어졌다. 도리(道理)나 예법에 어둡고 이치에 거슬리다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妄자는 '망령되다', '허망하다', '제멋대로'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妄자는 亡(망할 망)자와 女(여자 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여기서 亡자는 부러진 칼을 그린 것으로 '망했다'라는 뜻이 있다. 이렇게 '망하다'라는 뜻을 가진 亡자에 女자가 결합한 妄자는 여자가 그릇된 생각이나 행동을 한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부권의식이 강했던 고대 중국에서 女자는 주로 부정적인 뜻으로 쓰였었다. 妄자도 그러한 예 중 하나로 여자들은 제멋대로이며, 거짓이 많고 이성적이지 못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妄(망)은 ①망령(妄靈)되다, 어그러지다 ②허망(虛妄)하다, 헛되다 ③속이다 ④잊다, 잊어버리다 ⑤거짓 ⑥제멋대로, 함부로 ⑦대개(大槪: 대부분), 모두, 널리,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망령된 말을 망언(妄言), 늙거나 정신이 흐려져서 말과 행동이 정상에서 어그러지는 상태를 망령(妄靈), 이치에 어긋나는 헛된 생각을 망상(妄想), 그릇되게 하여 자신에게나 조상에게 욕이 되는 말이나 행동을 망발(妄發), 망령된 생각이나 주장을 망설(妄說), 잘못 깨닫거나 거짓 깨닫는 지각의 병적 현상을 망각(妄覺), 이치에 어긋나는 헛된 생각을 망념(妄念), 분수없이 망령되이 행동함을 망동(妄動), 망령되이 하는 변론이나 변명을 망변(妄辯), 아무 생각 없이 경솔함을 망솔(妄率), 그릇되게 함부로 믿음을 망신(妄信), 허망하게 분별하는 마음을 망심(妄心), 망상을 버리지 못하고 고집하는 일을 망집(妄執), 그릇되게 함부로 하는 비평을 망평(妄評), 망녕되게 말이나 행동을 함부로 함을 망량(妄量), 언행이 가볍고 방정맞음을 경망(輕妄), 거짓되어 망령됨 또는 거짓이 많고 근거가 없음을 허망(虛妄), 늙어서 부리는 망령을 노망(老妄), 사리에 어두워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맴을 미망(迷妄), 속임수 많고 요망함을 무망(誣妄), 하는 짓이 까불까불하고 망녕됨을 산망(酸妄), 하는 짓이 사리에 어긋나고 망령됨을 전망(顚妄), 걷잡을 수 없이 망령되어서 이치에 맞지 않음을 광망(狂妄), 아무런 동기도 없이 갑자기 일어나는 헛된 생각을 이르는 말을 망상착상(妄想着想), 망령되이 자기만 잘났다고 뽐내며 남을 업신여김을 이르는 말을 망자존대(妄自尊大), 편지 따위의 글 끝에 자신의 말을 겸손히 낮추는 뜻으로 쓰는 말을 망언다사(妄言多謝), 정해진 법률에 대하여 함부로 이의를 일으킴을 이르는 말을 망생이의(妄生異議), 남이 자기에게 해를 입힌다고 생각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피해망상(被害妄想), 남의 범죄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체하여 속인다는 말을 지정망모(知情妄冒), 가볍고 망령되게 행동한다는 뜻으로 도리나 사정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경솔하게 행동함을 이르는 말을 경거망동(輕擧妄動), 턱없이 과장하여 엉뚱하게 생각함을 이르는 말을 과대망상(誇大妄想), 화는 망령되이 이르지 않는다는 뜻으로 화가 도래함은 다 그 원인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화불망지(禍不妄至), 되는 대로 말한다는 뜻으로 어떤 이야기라도 들려 달라는 것을 이르는 말을 고망언지(姑妄言之) 등에 쓰인다.
▶️ 言(말씀 언, 화기애애할 은)은 ❶회의문자로 辛(신)과 口(구)의 합자(合字)이다. 辛(신)은 쥘손이 있는 날붙이의 상형이고, 口(구)는 맹세의 문서의 뜻이다. 불신이 있을 때에는 죄를 받을 것을 전제로 한 맹세로, 삼가 말하다의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言자는 '말씀'이나 '말'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言자의 갑골문을 보면 口(입 구)자 위로 나팔과 같은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을 두고 생황(笙簧)이라고 하는 악기의 일종을 그린 것이라는 설도 있고 나팔을 부는 모습이라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말소리가 퍼져나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言자는 이렇게 입에서 소리가 퍼져나가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부수로 쓰일 때는 '말하다'와 관계된 뜻을 전달하게 된다. 참고로 갑골문에서의 言자는 '소리'나 '말'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래서 금문에서는 이를 구분하기 위해 여기에 획을 하나 그은 音(소리 음)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言(언, 은)은 ①말씀, 말 ②견해(見解), 의견(意見) ③글 ④언론(言論) ⑤맹세(盟誓)의 말 ⑥호령(號令) ⑦하소연(딱한 사정 따위를 간곡히 호소함) ⑧건의(建議), 계책(計策) ⑨허물, 잘못 ⑩혐극(嫌隙: 서로 꺼리고 싫어하여 생긴 틈) ⑪이에 ⑫요컨대, 다시 말하면 ⑬여쭈다, 묻다 ⑭기재하다, 적어넣다 ⑮소송하다 ⑯이간하다(離間; 헐뜯어 서로 멀어지게 하다) ⑰알리다 ⑱예측하다 ⑲말하다 ⑳조문하다, 위문하다 그리고 ⓐ화기애애 하다(은) ⓑ화기애애 하면서 삼가는 모양(은) ⓒ위엄(威嚴)이 있는 모양(은)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말씀 화(話), 말씀 설(說), 말씀 어(語), 말씀 담(談), 말씀 사(辭), 말씀 변(辯),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글월 문(文), 호반 무(武), 다닐 행(行)이다. 용례로는 말로나 글로써 자기의 의사를 발표하는 일을 언론(言論), 어떤 일과 관련하여 말함을 언급(言及), 사람이 생각이나 느낌을 소리나 글자로 나타내는 수단을 언어(言語), 말과 행동을 언행(言行),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을 언중(言衆),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을 입으로 나타내는 소리를 언사(言辭), 말로 한 약속을 언약(言約), 말을 잘 하는 재주를 언변(言辯), 입담 좋게 말을 잘 하는 재주를 언설(言舌), 말로써 옥신각신 함을 언쟁(言爭), 상대자가 한 말을 뒤에 자기가 할 말의 증거로 삼음을 언질(言質), 말과 글을 언문(言文), 말 속에 뼈가 있다는 뜻으로 예사로운 표현 속에 만만치 않은 뜻이 들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언중유골(言中有骨), 여러 말을 서로 주고 받음 또는 서로 변론하느라 말이 옥신각신 함을 이르는 말을 언거언래(言去言來), 서로 변론 하느라고 말이 옥신각신 함을 이르는 말을 언삼어사(言三語四), 말하고 웃는 것이 태연하다는 뜻으로 놀라거나 근심이 있어도 평소의 태도를 잃지 않고 침착함을 이르는 말을 언소자약(言笑自若), 말인즉 옳다는 뜻으로 말 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언즉시야(言則是也), 말과 행동이 같음 또는 말한 대로 행동함을 언행일치(言行一致), 말할 길이 끊어졌다는 뜻으로 너무나 엄청나거나 기가 막혀서 말로써 나타낼 수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언어도단(言語道斷), 말이 실제보다 지나치다는 뜻으로 말만 꺼내 놓고 실행이 부족함을 이르는 말을 언과기실(言過其實), 말이 천리를 난다는 뜻으로 말이 몹시 빠르고도 멀리 전하여 퍼짐을 일컫는 말을 언비천리(言飛千里), 말 속에 울림이 있다는 뜻으로 말에 나타난 내용 이상의 깊은 뜻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언중유향(言中有響), 들은 말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는 뜻으로 들은 말을 귓속에 담아 두고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말을 언유재이(言猶在耳), 말 가운데 말이란 뜻으로 순한 듯 한 말속에 어떤 풍자나 암시가 들어 있다는 말을 언중유언(言中有言), 두 가지 값을 부르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에누리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언무이가(言無二價), 남의 인격이나 계책을 깊이 믿어서 그를 따라 하자는 대로 함을 이르는 말을 언청계용(言聽計用), 하는 말과 하는 짓이 서로 반대됨을 일컫는 말을 언행상반(言行相反), 말은 종종 화를 불러들이는 일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언유소화(言有召禍), 태도만 침착할 뿐 아니라 말도 안정케 하며 쓸데없는 말을 삼감을 일컫는 말을 언사안정(言辭安定) 등에 쓰인다.
▶️ 聽(들을 청)은 ❶형성문자로 聴(청)의 본자(本字), 听(청)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귀 이(耳; 귀)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呈(정, 청)의 생략형과 나머지 글자 덕(세우다)으로 이루어졌다. 소리가 잘 들리도록 귀를 기울여 듣다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聽자는 ‘듣다’나 ‘받아들인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聽자는 耳(귀 이)자와 壬(천간 임)자, 悳(덕 덕)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갑골문에서는 단순히 耳자에 두 개의 口(입 구)자만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누군가의 말을 열심히 듣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후에 口자는 생략되었고 대신 눈과 심장을 그린 悳자와 壬자가 더해지면서 ‘보고(直) 듣고(耳) 느끼는(心) 사람(壬)’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획이 복잡해지기는 했지만, 단순히 ‘듣는다’라는 뜻에서 ‘듣고 용서하고 살핀다.’까지 모두 표현하려다 보니 이렇게 다양한 글자들이 결합한 것이다. 그래서 聽(청)은 ①듣다 ②들어 주다 ③판결하다 ④결정하다 ⑤다스리다 ⑥받아 들이다, 허락하다 ⑦용서하다 ⑧살피다, 밝히다 ⑨기다리다 ⑩따르다, 순종하다 ⑪엿보다, 염탐하다 ⑫맡기다 ⑬마을 ⑭관청(官廳) ⑮염탐꾼, 간첩(間諜) ⑯이목(耳目)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소리를 듣는 감각을 청각(聽覺), 방송이나 진술 따위를 자세히 들음을 청취(聽取), 강연이나 설교 등을 듣는 군중을 청중(聽衆), 퍼져 돌아다니는 소문 또는 설교나 연설 따위를 들음을 청문(聽聞), 강의를 들음을 청강(聽講), 귀로 소리를 듣는 힘을 청력(聽力), 명령을 들음을 청령(聽令), 송사를 자세히 듣고 심리함을 청리(聽理), 듣고 봄을 청시(聽視), 소리가 귀에 들리는 범위를 청야(聽野), 이르는 대로 잘 들어 좇음을 청종(聽從), 죄의 고백을 들음을 청죄(聽罪), 몰래 엿들음을 도청(盜聽), 눈으로 봄과 귀로 들음을 시청(視聽), 남의 말을 공경하는 태도로 듣는 것을 경청(敬聽), 주의를 기울여 열심히 들음을 경청(傾聽), 듣기 기관의 장애로 듣는 힘이 낮아지거나 없어진 상태를 난청(難聽), 듣지 아니함이나 청하는 것을 들어 주지 아니함을 불청(不聽), 참여하여 들음을 참청(參聽), 소문을 들음 또는 그 소문을 풍청(風聽), 공손한 태도로 조심성 있게 들음을 근청(謹聽), 아무리 귀를 기울이고 들어도 들리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청이불문(聽而不聞), 듣고도 못 들은 체함을 이르는 말을 청약불문(聽若不聞), 길거리에서 들은 이야기를 곧 그 길에서 다른 사람에게 말한다는 뜻으로 거리에서 들은 것을 남에게 아는 체하며 말함을 이르는 말을 도청도설(道聽塗說), 거문고 소리가 하도 묘하여 물고기마저 떠올라와 듣는다는 뜻으로 재주가 뛰어남을 칭찬하여 이르는 말을 유어출청(遊魚出聽), 귀로 보고 눈으로 듣는다는 뜻으로 눈치가 매우 빠른 사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이시목청(耳視目聽),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 보면 시비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겸청즉명(兼聽則明), 남의 말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귀담아 듣는 것을 이르는 말을 세이공청(洗耳恭聽), 자기 자신을 반성하고 남을 꾸짖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내시반청(內視反聽), 여러 사람을 거쳐 전해 오는 말을 들음을 이르는 말을 전지전청(傳之傳聽)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