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列國志 제58회
여이생과 극예는 심복을 시켜, 매일 밤 비정부의 문 앞에 잠복하여 동정을 살피게 하였다. 비정부는 여이생과 극예가 秦나라로 갈 기색이 전혀 없는 것을 보고, 은밀히 기거·공화·가화·추천 등을 집으로 불러 밤늦게까지 의논하였다. 그들은 새벽이 되어서야 돌아갔다.
심복이 돌아가서 자기가 본 것을 그대로 극예에게 보고하자, 극예가 말했다.
“저들이 무슨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있겠는가? 필시 역모일 것이다.”
극예는 여이생과 상의하여, 도안이를 불러 말했다.
“자네에게 화가 닥쳤으니, 어찌하면 좋겠는가?”
도안이가 크게 놀라며 말했다.
“화가 대체 어디서 온답니까?”
“자네가 전에 이극을 도와 어린 주군을 시해하지 않았는가? 이제 이극이 죽음을 당했으니, 다음에는 주군이 자네를 처벌할 걸세. 하지만 자네가 주군을 맞이해 온 공이 있어, 우리는 차마 자네가 죽음을 당하는 걸 보고 있을 수가 없어 이렇게 알려주는 것이네.”
[제55회에, 양오와 동관오가 도안이를 시켜 이극을 살해하려고 했는데, 도안이는 추천의 충고를 듣고 도리어 동관오를 살해하고, 또 탁자와 순식을 살해하였다. 그리고 양요미와 함께 양나라로 가서 이오를 영접해 왔다.]
도안이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저는 일개 용부(勇夫)일 뿐이라, 그저 시키는 대로 했을 뿐 죄가 되는지도 몰랐습니다. 대부께서는 저를 구해 주십시오!”
극예가 말했다.
“주군의 노여움을 풀 수는 없지만, 화를 면할 수 있는 한 가지 계책이 있네.”
도안이가 무릎을 꿇고 계책을 묻자, 극예가 부축해 일으키며 은밀히 말했다.
“지금 비정부는 이극과 같은 도당으로, 주군을 몰아내고 공자 중이를 군위에 세우려고 칠여대부(七輿大夫)와 반란을 일으킬 음모를 꾸미고 있네. 자네는 지난날의 잘못으로 인해 죽을까 봐 두렵다고 하면서, 비정부를 찾아가 그들의 음모에 가담하게. 그리고 그들의 사정을 자세히 알아서 일이 일어나기 전에 먼저 와서 알려주게. 그러면 비정부에게 주기로 했던 부규 땅 가운데 30만 전을 자네에게 주겠네. 그리고 또 자네를 중용할 것이니, 그러면 지난 죄를 근심할 필요가 없을 것이네.”
[‘칠여대부’는 晉나라 2군 중 하군에 속한 일곱 대부를 말한다. 제55회에 나왔다.]
도안이가 기뻐하며 말했다.
“제가 죽다가 살아난 것은 대부 덕분입니다. 힘껏 노력하겠습니다만, 제가 말을 잘 못하니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여이생이 말했다.
“내가 가르쳐 주지.”
여이생은 비정부와의 문답을 예상하여 가르쳐주고, 도안이로 하여금 잘 기억하게 하였다.
그날 밤, 도안이는 비정부의 집을 찾아가 대문을 두드리고, 은밀히 할 말이 있다고 전하게 하였다. 비정부는 술에 취해 잠들었다고 하면서 만나주지 않았다. 도안이는 문 앞에서 밤이 깊도록 돌아가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비정부가 불러들이자, 도안이는 비정부 앞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대부께서는 제 목숨을 살려주십시오!”
비정부가 깜짝 놀라며 까닭을 묻자, 도안이가 말했다.
“제가 이극을 도와 탁자를 시해했다고 주군께서 저를 죽이려 하시니, 어찌해야 합니까?”
비정부가 말했다.
“여이생과 극예가 정권을 쥐고 있는데, 왜 그들에게 부탁하지 않는가?”
“그것이 모두 여이생과 극예의 음모입니다. 저는 그 두 사람의 살점을 씹지 못해 한인데, 어찌 그들에게 부탁하겠습니까?”
비정부는 도안이를 믿지 못해 다시 물었다.
“자네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공자 중이는 인효(仁孝)하여 선비들의 마음을 얻고, 나라 사람들이 모두 그를 군위에 추대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秦나라 사람들도 이오가 약속을 배반한 것을 미워하여, 역시 중이를 옹립하고 합니다. 대부께서 서신을 써 주시면, 제가 밤을 새워 중이에게 전하여 秦나라와 적나라의 군사와 연합하게 하겠습니다. 대부께서는 선세자의 도당을 규합하여 안에서 일어나, 먼저 여이생과 극예를 참수하십시오. 그리하여 주군을 몰아내고 중이를 받아들이면,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자네 뜻이 변하지 않겠는가?”
도안이는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흘리면서 맹세하였다.
“제가 만약 두 마음을 갖는다면, 일족이 모두 죽음을 당할 것입니다!”
비정부는 비로소 도안이를 믿고, 다음 날 자정에 다시 만나 의논을 정하기로 약속하였다.
다음 날 약속한 시간에 도안이가 비정부의 집에 가니, 기거·공화·가화·추천이 먼저 와 있었다. 또 숙견(叔堅)·누호(累虎)·특궁(特宮)·산기(山祈) 네 사람도 왔는데, 모두 선세자 신생의 문하였다. 비정부와 도안이를 합쳐 모두 열 명이 하늘을 향해 삽혈하고, 공자 중이를 군위에 옹립하기로 맹세하였다.
후인이 시를 읊었다.
只疑屠岸來求救 도안이가 구원을 청할 때 의심했었는데
誰料奸謀呂郤為 여이생과 극예의 간계임을 누가 생각했겠는가?
強中更有強中手 뛰는 자 위에 나는 자가 있었으니
一人行詐九人危 1인의 속임수로 9인이 위태로워졌도다.
비정부는 동지들을 잘 대접하고, 모두들 취하도록 마시고 헤어졌다. 도안이는 은밀히 극예를 찾아가 보고하였다. 극예가 말했다.
“자네 말에 근거가 없어. 반드시 비정부의 친필 서신을 얻어야 죄가 입증될 수 있네,”
도안이는 다음 날 밤 다시 비정부의 집을 찾아가, 서신을 써 주면 중이를 맞이하러 가겠다고 하였다. 비정부는 이미 서신을 써 놓았었는데, 그 끝에 열 사람 중 아홉 사람이 먼저 화압(花押)을 해 놓았다. 도안이도 열 번째도 화압을 했다.
[‘화압’은 문서 끝에 자기 이름을 쓰고 그 밑에 자필로 쓴 표지로, 인장 대신 독특한 자체로 쓰는 것을 말한다.]
비정부는 서신을 봉하여 도안이에게 주면서 부탁하였다.
“조심하게, 누설되어는 안 되네.”
도안이는 서신을 받자, 마치 보물을 얻는 양 곧장 극예의 집으로 달려가 서신을 바쳤다. 극예는 도안이를 자신의 집에 숨어 있게 하고서, 서신을 소매 속에 넣고 여이생과 함께 괵사의 집으로 가서 자세한 얘기를 했다.
“빨리 제거하지 않으면, 변란이 언제 일어날지 모릅니다.”
괵사는 밤중에 궁으로 가서 혜공을 알현하고, 비정부의 음모를 자세히 고하였다.
“내일 아침 조회 때 비정부를 대면하여 그 죄를 다스리십시오. 이 서신이 증거입니다.”
다음 날, 혜공이 조회를 열자 여이생과 극예는 무사들을 벽 뒤에 매복시켰다. 백관이 조례를 마친 다음, 혜공이 비정부를 불러 말했다.
“네가 과인을 몰아내고 중이를 맞이하려 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과인이 그 죄를 묻겠노라!”
비정부가 변명을 하려 하자, 극예가 검을 짚고서 큰소리로 외쳤다.
“너는 도안이에게 서신을 주어 중이를 맞이하여 오게 하였다. 다행히 우리 주군의 홍복 덕분에 도안이를 이미 성 밖에서 붙잡아 서신을 찾아냈다. 동모자는 모두 열 명인데, 도안이가 이미 다 실토하였다. 너희들은 변명할 필요도 없다.”
혜공이 서신을 꺼내 책상 아래로 던지자, 여이생이 주워 서신에 적힌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여 무사들로 하여금 포박하게 하였다. 다만 공화는 휴가 중이어서 따로 무사들을 보내 체포하게 하였다. 포박을 당한 여덟 사람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을 뿐, 뭐라고 말할 수도 없고 달아날 수도 없었다. 혜공이 소리쳤다.
“저놈들을 끌어내어 조문에서 참수하라!”
그 중 가화가 큰소리로 외쳤다.
“신은 이전에 선군의 명으로 굴성을 토벌하러 갔을 때 주군을 몰래 놓아드린 공이 있으니, 죽음만은 면하게 해줄 수 없겠습니까?”
[제54회에, 가화는 헌공의 명으로 굴성을 토벌하러 갔을 때 이오에게 몰래 알려 도망치게 했었다.]
여이생이 말했다.
“너는 선군을 섬기면서 우리 주군을 몰래 놓아주었고, 지금 우리 주군을 섬기면서 또 몰래 중이와 통했다. 이런 반복소인(反覆小人)은 마땅히 빨리 죽여야 한다.”
가화는 할 말이 없었다. 여덟 사람은 참수형을 받았다.
[‘반복소인’은 줏대 없이 언행을 이랬다저랬다 하여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없는 옹졸한 사람을 가리킨다.]
한편, 공화는 집에 있다가 비정부 등이 일이 누설되어 죽음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묘(家廟)에 가서 하직인사를 올리고 조정으로 가서 죄를 청하고자 하였다. 그 아우 공사(共賜)가 말했다.
“가면 죽을 건데, 왜 도망치지 않습니까?”
공화가 말했다.
“비대부가 입국한 것은 실은 내가 권한 것이다. 남을 죽음에 빠뜨리고 나 혼자 살아남는다면 대장부가 아니다. 내가 삶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감히 비대부를 배신할 수 없을 뿐이다.”
공화는 체포하러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조정으로 달려가 죽음을 청했다. 혜공은 공화도 참수하였다.
비표는 부친이 죽음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秦나라로 달아났다. 혜공이 이극과 비정부를 비롯한 여러 대부들의 일족을 모두 죽이려 하자, 극예가 말했다.
“죄는 처자식에게까지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예부터의 규범입니다. 변란을 일으키려 한 자들을 죽였으니,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기에 족했을 것입니다. 하필 많은 사람을 죽여 뭇사람들을 두렵게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혜공은 대부들의 일족은 사면하여 죽이지 않았다. 도안이는 진급시켜 중대부로 임명하고 부규 땅 30만 전을 상으로 주었다.
한편, 비표는 秦나라로 가서 목공을 알현하고, 땅에 엎드려 크게 통곡하였다. 목공이 그 까닭을 묻자, 비표는 부친이 모의를 시작한 때부터 죽음을 당한 연유까지 자세히 얘기하고서 한 가지 계책을 바쳤다.
“晉侯는 秦나라의 큰 은혜를 배신하였으며,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서도 원한을 샀기 때문에 백관이 두려워하고 백성이 불복하고 있습니다. 군대를 보내 정벌하시면, 晉나라는 필시 안에서 무너져 폐립의 일을 군후께서 마음대로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목공이 신하들에게 물어보자, 건숙이 대답했다.
“비표의 말대로 晉나라를 정벌하는 것은, 신하를 도와 군주를 정벌하는 것이므로 의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백리해가 말했다.
“백성이 불복한다면 필시 안에서 변란이 일어날 것이니, 주군께서는 변란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가 도모하십시오.”
목공이 말했다.
“과인도 그의 말이 의심스럽습니다. 하루아침에 대부 아홉 명을 죽였는데, 사람들의 마음이 따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군대를 일으켜도 내응이 없다면 성공할 수 있겠습니까?”
비표는 秦나라에서 벼슬을 하여 대부가 되었다. 때는 진혜공 2년, 주양왕 3년이었다.
그해에, 주왕실의 왕자 대(帶)는 이(伊)와 락(雒) 지방의 융족(戎族)들에게 뇌물을 주고 우호를 맺은 다음, 그들이 경성을 공격하면 자신은 내응하겠다고 하였다.
[제47회에, 주혜왕의 장자는 정(鄭)인데 선왕비 강씨 소생이고, 차자는 대인데 차비 진규(혜후)의 소생이었다. 주혜왕은 대를 총애하여 태숙이라 부르며 태자 정을 폐하고 대를 태자로 세우려 하였다. 제환공은 수지에서 제후들과 회맹하고 태자 정을 초빙하여 지지를 선언하였다. 제48회에, 주혜왕이 붕어하고 태자 정(양왕)이 제환공을 비롯한 제후들의 도움으로 즉위하였다. 태숙 대는 몰래 원통해 했지만, 감히 다른 뜻을 드러내지는 못하였다.]
융병이 쳐들어와 왕성을 포위하자, 주공 공과 소백 료가 왕성을 굳게 지켰다. 왕자 대는 감히 내응하지 못하였다. 주양왕은 제후들에게 사신들을 파견하여 위급을 고하였다. 진목공(秦穆公)과 진혜공(晉惠公)은 모두 주왕과 우호를 맺기 위하여 각기 군대를 거느리고 융병을 토벌하여 주왕실을 구하고자 하였다. 융병은 제후들의 군대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동문을 불태우고 약탈을 한 다음 돌아갔다.
진혜공은 진목공을 만나자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을 띠었다. 그때 진혜공은 또 목희의 밀서를 받았다. 목희는 서신에서, 晉侯가 가군에게 무례한 짓을 한 것과, 여러 공자들을 받아들이지 않은 일 등 많은 옳지 않은 일을 꾸짖으면서, 전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秦나라와의 우호를 잃지 말라고 하였다. 진혜공은 진목공을 의심하여 급히 회군하였다.
과연 비표는 진목공에게 晉軍을 야습(夜襲)할 것을 권하였다. 목공이 말했다.
“함께 왕을 지키러 왔는데, 사사로운 원한으로 군대를 움직여서는 안 되오.”
晉軍과 秦軍은 각기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때 제환공 역시 관중으로 하여금 군대를 거느리고 가서 주왕실을 구원하게 하였는데, 관중은 융병이 이미 포위를 풀고 퇴각했다는 소식을 듣고 사자를 파견해 융주(戎主)를 질책하였다. 융주는 齊軍의 위세가 두려워 사신을 보내 사죄하였다.
“저희 융족이 어찌 감히 왕성을 침범할 수 있었겠습니까? 태숙이 저희를 불렀기 때문에 왔을 뿐입니다.”
사실을 알게 된 양왕은 왕자 대를 축출하였고, 대는 제나라로 망명하였다. 융주가 사신을 경성으로 보내 죄를 청하며 화평을 구하자, 양왕은 허락하였다.
양왕은 지난날 관중이 자신의 왕위를 안정시켜 준 공과 또 지금 융족과 우호를 맺게 한 공을 생각하여, 연회를 크게 열고 상경(上卿)에 대한 예로써 대접하고자 하였다. 관중이 사양하며 말했다.
“제나라에 국씨와 고씨, 두 분 상경이 있으므로, 신은 감히 그런 예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관중은 재삼 겸양하여, 하경(下卿)의 예로써 대접받고 돌아갔다.
그해 겨울, 관중이 병이 났다. 환공이 친히 병문안을 가 보니, 그 모습이 아주 초췌하였다. 환공은 관중의 손을 잡고 말했다.
“중부의 병환이 아주 깊습니다. 불행히도 일어나지 못하면, 과인은 누구에게 국정을 맡겨야 합니까?”
그때는 영척과 빈수무도 모두 죽은 후였다. 관중이 탄식하며 말했다.
“애석하도다! 영척이여!”
환공이 말했다.
“영척 말고도 어찌 사람이 없겠습니까? 과인은 포숙아에게 국정을 맡기려 하는데, 어떻습니까?”
관중이 대답했다.
“포숙아는 군자입니다. 하지만 그는 정치를 할 수는 없습니다. 그는 사람됨이 선악을 지나치게 분명히 구분합니다. 선한 자를 좋아하는 것은 좋지만, 악한 자를 미워하는 것이 너무 심하니 누가 견뎌내겠습니까? 포숙아는 남의 한 가지 악행을 보면 종신토록 잊지 못하니, 그것이 그의 단점입니다.”
[관중의 이 말에서, 정치인의 자질이 어떠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관중이 있었기 때문에 포숙아는 정치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지, 관중이 없다면 포숙아처럼 결백한 사람은 정치에 어울리지 않는다. 관중이 포숙아를 평가한 말이 훗날 어떻게 들어맞는지 보라.]
“습붕은 어떻습니까?”
“그런대로 괜찮을 것입니다. 습붕은 불치하문(不恥下問)하고, 집에 있을 때에도 공무를 잊지 않습니다.”
[‘불치하문’은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논어에도 이 말이 나온다.]
관중은 말을 마치자, 한숨을 쉬면서 탄식하였다.
“하늘이 습붕을 낳아 저의 혀 노릇을 하게 하였습니다. 이제 몸이 죽으니, 혀가 어찌 홀로 존재할 수 있겠습니까? 주군께서 그를 오래 쓰지 못할까 염려될 뿐입니다!”
“그렇다면, 역아는 어떻습니까?”
“주군께서 묻지 않아도, 신이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저 역아·수초·개방 세 사람은 결코 가까이 하시면 안 됩니다.”
“역아는 그 아들을 삶아 과인의 입맛에 맞추었으니, 자식보다 과인을 더 사랑한 것이 아닙니까? 어찌 의심하십니까?”
“인정은 자식보다 더 사랑하는 것이 없습니다. 자식에게도 그렇게 잔인했는데, 주군에겐들 잔인하지 않겠습니까?”
“수초는 스스로 거세하여 과인을 섬겼으니, 자신보다 과인을 더 사랑한 것이 아닙니까? 어찌 의심하십니까?”
“인정은 자신보다 더 중시하는 것이 없습니다. 자신에게 그렇게 잔인했으니, 주군에겐들 잔인하지 않겠습니까?”
“위나라 공자 개방은 천승지국의 세자 자리를 버리고 과인의 신하가 되었으며, 과인의 총애를 받는 것을 행운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에도 상례에 가지 않았으니, 그것은 부모보다 과인을 더 사랑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인정은 부모보다 더 친한 것이 없습니다. 부모에게도 그렇게 잔인했으니, 주군에겐들 잔인하지 않겠습니까? 천승의 봉토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크게 탐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천승의 나라를 버리고 주군께 온 것은, 그의 소망이 천승을 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주군께서는 결코 그들을 가까이하지 마십시오. 가까이 하시면 필시 나라를 어지럽힐 것입니다.”
“이 세 사람은 과인을 섬긴 지 오래 되었는데, 중부는 그동안 왜 이런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까?”
“신이 말씀드리지 않은 까닭은 주군의 뜻을 맞춰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들을 물에 비유하자면, 신은 제방입니다. 그래서 물이 넘치지 않게 하였습니다. 이제 제방이 무너지면, 물이 범람하는 화가 닥칠 것입니다. 주군께서는 반드시 그들을 멀리하십시오!”
환공은 아무 말 없이 물러났다.
[수초가 스스로 거세한 일과 역아가 아들을 삶아 바친 일은, 제34회에 있었다. 개방이 환공을 섬기게 된 일은, 제39회에 있었다. 환공은 개방을 수초와 역아만큼 총애하여, 제나라 사람들은 그 세 사람을 ‘삼귀(三貴)’라 불렀다고 하였다. 관중의 사후에 과연 이 세 사람은 어떤 일을 벌일까?]
첫댓글 변함없이 마주하는 열국지
감사드립니다
우리가 역사와 고전을 배우는 것은 "온고지신"의
지혜를 배우기 위함이다.
그리하여 미래의 더 나은 발전을 모색하는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