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하는 날
오늘은 절과 유치원에 김장 담그기를 하고 있습니다.
대식구의 먹을거리라 배추와 무의 양이 대단히 많습니다.
절에는 속은 덜 치지만 그동안 가꾼 배추와 무로 담고 좀 남아서 유치원에도 보냈습니다.
유치원 식구들은 애기들이지만 백 삼십 여명의 입이 여간 크지 않습니다.
며칠 전 추위가 온다고 무도 뽑고 배추도 단속하더니 드디어 어제와 그제 배추를 절이고
무채를 썰고 마늘 파를 다듬으며 갖가지 양념 준비 끝에 드디어 오늘 김장을 합니다.
봄내 여름내 텃밭에 심고 가꿔온 정성스런 배추와 무는
오늘 드디어 빨간 고춧가루와 매캐한 마늘 짠 소금 파와 갓 생강 등의 종합 양념을
거쳐 새로운 변신과 탄생을 준비 하고 있습니다.
토종 먹을거리가 줄어든다고 아우성입니다만 부처님과 대중들에게 공양 올리는 겨울 김장은
가급적 우리 농산물로 일색을 이루며 많은 이들의 입맛을 즐겁게 하기 위하여
한겨울을 발효 되고 익어 가며 우리가 느끼고 감지하지 못하는 틈을 타서 무한한 변화를 꿈꾸고 있을 것입니다.
마치 범부가 성인 되고 미혹을 돌이켜 깨침을 이루는 과정이랄까요!
쌀 알 하나에 여든 여덟 번의 손길이 가는 것처럼 우리가 먹는 배추 김장 한조각도 아마 그렇게 우리 앞에 올 것입니다.
거기에 맛을 더하기 위해 어느 곳에서는 젓갈을 넣거나 굴을 넣어 보쌈김치도 만들고 하지만
절에서는 넣는 것이라야 잘 익은 배와 석박이 무가 전부 일뿐입니다.
마늘은 오신채라 하여 절에서는 피하는데 우리 절에서는 넣어서 김장을 합니다.
김장을 뽑아낸 밭에는 어느새 내년에 캘 마늘을 놓았습니다. 아침 배추절임의 속 고갱이를
하나 먹어 보니 향긋한 맛이 깊게 우러나는 것이 올해 김장은 성공인 것 같습니다.
수도 없이 바쁜 손놀림으로 김장 배추 속을 넣는 우리 보살님들의 손길이 예술입니다.
옛날 순천 송광사에 겨울 방부를 들이고 나니 눈치 빠른 원주 스님이 대중의 손을 빌려 김장을 하고자 하여
밭에 나가 여러 스님들이 배추를 뽑아 나르고 간을 하며 요란하게 김장하던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원주는 눈치가 빨라야합니다. 그래서 대중의 어머니지요 선원과 강원 후원의 대중들이
서로 역할 분담을 하니 김장 울력은 일사 천리로 진행 됩니다 점심 공양 준비를 몇몇 선원 스님들이 맡아
별미 식으로 만두를 준비 하게 되었습니다.
짓궂은 스님들은 만두 속에 고추가루 뭉친 것 소금 덩어리 귤 한조각 후춧가루 덩어리 등으로 속을 채워 넣었습니다.
큰방에 모여 발우 공양을 하는 시간 속을 아는 선원 스님들은 골라 가며 발우에 담고
모르는 스님들은 빛이 곱고 색다른 것을 집어다가 낭패 보기 일쑤 입니다
이때도 방장 스님이나 조실 스님 유나스님 강사 스님은 어른 스님들께 그런 것이 해당 되었다가는
서로 웃음을 참고 상황의 전개를 지켜보노라 긴장감이 맴 돕니다.
사실 일상의 생활 속에서 먹는 것만큼 큰일은 없습니다.
어찌 보면 먹기 위해 산다는 말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집안 살림을 하는 주부들의 하루 일상은 늘 부엌에서 시작해 부엌에서 끝나며
해도 해도 표가 없는 일이 그 일이고 그러면서도 그 손놀림 속에서
가족의 행복이 우러 나오는 걸 보면 우리 어머니들의 손길은 마치 저 대성 자모이신 관세음보살의 마음입니다.
김장 하는 날 이 모든 일이 불사 아님이 없기에 횡야설 수야설 해 보았습니다.
김장 맛있게 담그시고 올겨울은 따뜻한 방에서 굽은 허리 펴고 앉아 척량골에 힘을 주고
천지의 은혜와 부처님의 가르침 염송하면서 적정 삼매에 들어 봅시다.
산당 정야 좌무언
적적 요요 본자연
하사 서풍 동임야
일성 한안 려장천
산중 도량 고요 한데 묵묵히 앉았으니 적적하고 고요함이 그런 듯 하련 마는
서풍이 어찌 불어 임야를 흔들어서 한 소리 외기러기 밤 하늘을 날게 하나
**서풍은 달마 서래의의 일불 가풍이요,
바람도 없는데 파도가 침이라. 눈썹이 다 빠졌네. ㅉㅉㅉ
첫댓글 ♧
나무불 나무법 나무승()()()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고맙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고맙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