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오후 햇살이 따뜻하고 포근하다. 하지만, 바람이 없는 가을날 오후는 적막하고 쓸쓸하다.
가을은 인생에 있어 청춘의 덫과 같은 것일까… 청춘을 바쳐 한길을 판 직장인의 가을이 우울하다.
어제저녁에는 만 30년을 근무하고 퇴직한 분의 송별 회식이 있었다. 회사 사정이 요즘은 아주 안 좋아 공식 회식자리도 못 만들고, 과거 오랜 시간 함께한 고참 직원들과 1/n 하기로 하고 서울 논현동의 일식 집에서 술자리를 같이 했는데, 우리팀하고 그분이 한동안 근무했던 수출팀에서 20여명이 참석하여 오랜만에 진한 술자리를 가졌다. 한 열흘 집에서 놀아보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는 그분에게 우리는 건배하면서 모두 축하합니다를 합창 하였다.
술이 돌고, 과거의 회상이 끝나고, 그리고는 현실로 돌아와 남아있는 후배들을 위한 소회를 밝히라 하니 직장생활 30년 뒤끝에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으며, 회사를 떠나면서 전혀 준비를 못하였음이 후회스럽다는 그분은 대책 없이 한길만 파지말고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빨리 준비를 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회사가 어려워 그 대책 마련하느라고 바쁜 이 마당에 무슨 준비를 어떻게 하라고 하시냐고 물으니 그에 대한 대답은 모르겠고, 무엇이든 준비를 하라고 한다. 그래서 자기처럼 대책 없이 회사를 그만두거나 밀려나지 말라고 한다.
그분은 경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기계과를 졸업한 뒤 대한전선에 입사하여, 대우가 인수한 대우전자에서 촉망 받는 엔지니어로 승승장구 하였고, 대우와 캐리어가 합작으로 우리회사를 세울 때 실무 주역을 맡아 창업공신이 되었었다. 십여 년 전 만해도 그는 걸어 다니는 영한사전이요, 일본어를 모국어 같이하며, 지금 다시 수능을 봐도 서울대 들어갈 실력이 된다는 수재형이었다.
그러다가 구조조정에 휘말리며 보직을 잃고 미국 본사에 파견 나가더니, 한 오년 뒤 돌아왔을 때는 이미 세상이 바뀌었고, 젊은 경영진들 사이에서 이미 퇴물이 되어 있었다. 구태의연한 사고방식과 낡은 관리방식은 새로운 경영자에게 눈엣가시가 되어버렸고, 급기야, 작년이맘때 회사 사장이 바뀌면서 신임사장에게서 퇴출 명령이 떨어졌다. 다행이 까마득한 후배인 우리 연구소장이 1년간 연구소로 와서 근무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으시라고 배려를 해 주었고, 그렇게 1년이 지나서는 밀려나듯이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나보다 11년 연상인 그분이 자네들도 10년도 안 남았다고 큰 소리치는 것을 들으며, 마음이 씁쓸하였는데, 장래 며느리 될 아이가 와서 하는 말씀이 “아버님 노후대책 세우셨어요?” 라고 하는 광고(대책 없는 국민연금 광고이지만…)를 보면서 갑자기 가슴이 뜨끔하였다. 아들과 딸에게 사생결단식으로 올인 하며 뒷바라지하고 있지만, 그 애들에게 우리 노후는 그야말로 짐이 될 뿐이거니와 말로는 그 애들에게 절대로 기댈 일 없을 거라면서도, 넉넉한 노후대책이 마땅히 없음이 또한 걱정이다. 그 애들에게 할 일 다했노라고 얘기 할 때쯤이면(대학마칠 때인가? 아님 결혼시킬 때인가?), 더 이상 우리에게는 일자리도 없을 터인데….
따스한 가을날을 우아하게 보내며, 젊은 청춘을 불 사르며 열심히 일했던 과거를 넉넉하게 회상하며 노후를 보내야 할 텐데, 지금, 회사에 몸바쳐 일하며, 카페에 들러 친구들과 우정을 나눌 여유도 없이 사는 우리 친구들은 얼마나 준비들을 잘 하고 있을까?
첫댓글준비? 별룬데...어쩌나. 연금만 믿다간 큰 코 다치기 싶상이고, 글타구 재주 없으니 투기도 못하고, 하다못해 로또도 꽝이니 할 필요도 없고... 참, 난 질주가 60 넘으면 델쿠 산다고 했는데...든든한 친구가 있는 걸 깜빡 했네~ 초우 부러우면 내 뒤에 줄 서유~~
맞다 우리 친구들도 불연코 다가올 황혼 나 홀로 한숨쉬며 살것이 아니라면 이제부터라도 함께하는 노후의 여정도 설계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유비무환의 임전태세 를 갖추고 노후을 맞이하게 된다면 60 이후 다가오는 세월은 알콩달콩 애틋한 부부애로 그래서 정녕 행복하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노후가 되리라 믿는다.
첫댓글 준비? 별룬데...어쩌나. 연금만 믿다간 큰 코 다치기 싶상이고, 글타구 재주 없으니 투기도 못하고, 하다못해 로또도 꽝이니 할 필요도 없고... 참, 난 질주가 60 넘으면 델쿠 산다고 했는데...든든한 친구가 있는 걸 깜빡 했네~ 초우 부러우면 내 뒤에 줄 서유~~
ㅎㅎㅎ 나두 호수뒤에 줄슨겨~~~
ㅎㅎㅎ,꼭 뒤에 서야하는겨? 옆에 같이 섭시다? 그래도 둘이 벌면 좀 낫겠지...부지런히 쌓아두었다가 노후에 풀어봐.
그럽시다. 옆으로 쭈우욱 서 봅시다. 질주가 설마하니 나란히 서있는 울 싹뚝 못할테니... ㅋㅋㅋ... 질주는 죽었다. 친구들 셋이나 먹여살리려면~ ... 이런 친구들이 있으니 울 친구들은 남보다 조금 더 행복한 친구들~
애들이 쪼그만애 등골빼먹어라~
맞다 우리 친구들도 불연코 다가올 황혼 나 홀로 한숨쉬며 살것이 아니라면 이제부터라도 함께하는 노후의 여정도 설계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유비무환의 임전태세 를 갖추고 노후을 맞이하게 된다면 60 이후 다가오는 세월은 알콩달콩 애틋한 부부애로 그래서 정녕 행복하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노후가 되리라 믿는다.
ㅋ~ 라타 회장님 아니랄까봐서리 편 들긴~~ 그라지말고 사돈도 울 옆에 주루룩 서요 서. 그라면 노후에 우울증 절대 읎구 무지무지 재밌게 살테니까... 생각만 해도 무지 재밌겠다. 호호백발 할아범 할멈 오손도손 사는 모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