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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기차에서의 2번째 밤. 이젠 적응이 된건지 이틀째 밤기차를 타서 그런지 수진이도 나도 잠이 푹 들었던것 같다. 어느새 눈을 떠보니 정동진에 도착하기 30여분을 남겨놓고 이었다. 수진이를 깨우고 기차안에서 세수하고 이빨닦고 나갈 준비를 할려니 창밖으로 갑자기 동해바다가 보인다. 드디어 도착을 한것이다.
정동진역은 전국에서 가장 바다에 가까운 역사라고 한다. 그동안 뭘했는지 그 유명하다는(?) 이곳에 나는 이제야 첫발을 들여놓게 된것이다. 마치 일출 시간에 맞춘듯 기차는 아침7:05경 역사에 도착해서 30분 뒤쯤이면 바로 해돋이를 볼수 있을 터였다. 플랫폼에서 내리면 바로 바다로 연결되어 역사를 빠져나가지 않아도 해변으로 나갈수 있게 되어 있었는데 이곳도 유명세 때문인지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다행이도 기차표를 가지고 있으면 무료 입장이 되는데 버스로 오는 사람들은 아마도 입장료를 내고야 해변으로 들어갈수 있을듯 하다.
이미 해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어슴프래 밝아오는 바다를 보며 해돋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른쪽 멀리엔 배모양의 호텔(썬크루즈호텔)이 보이고 그 앞에 해변의 돌들이 바다로 좀 돌출되어 나와 있었는데 그곳에 많은 사람들이 빽빽히 모여있는것이 정동진 해변에서도 해돋이 보기가 좋은 view point인듯 보였다. 일단 우리도 사람들이 많이 없는 해변쪽에 서서 삼각대에 사진기를 설치한후 해돋이를 기다리기로 했다.
드디어 시작되는 해돋이. 그런데 아차~! 사람들이 왜 아까의 돌무더기에 모여있는지 알게되었다. 해돋이가 바로 정면의 바다가 아닌 썬크루즈호텔이 있는 약간 오른쪽에서 비스듬히 떠오르는 것이었다. 경험상 막 떠오르는 해가 완전히 뜨기까지는 몇분 안걸리는 것을 아는 우리는 서둘러 사진을 찍고 있는데 ... 아뿔사~ 이번에는 내 E-20n이 문제이다. 이 건전지 잡아먹는 괴물(?)이 몇장 찍지도 않았는데 벌써 low battery를 표시하면서 자꾸 꺼져 버리는 것이다. 같은 건전지를 쓰는 수진이의 C3040은 잘도 찍히는 것으로 보아 안그래도 건전지 많이 잡아먹는 내 카메라가 날씨가 추워지면서 전압이 더 떨어져서 더 빨리 건전지가 닳아 없어지는 것 같았다. 결국 그렇게 기다려서 찍은 내 사진은 고작 10장도 안되어 어제산 1G 짜리 메모리가 무색해질련다. 내 기필코 중고 장터란을 뒤져서라도 세로그립을 꼭 구입하고야 말리라~!
해돋이도 끝나고 역사를 통해 밖으로 나와 보니 인터넷에서 알려준데로 몇개의 패키지 관광상품을 예약할수 있는 여행사부스와 호객꾼들이 보였다. 그중에서 우리는 금진관광 부스에서 예정대로 금진 유람선 관광을 신청했다.
대략 코스는 9시에 금진항을 출발하여 해변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서 잠수함전시관 근처까지 간뒤 다시 돌아오는 코스로서 50분정도 소요된다.
[요금]
대인 :15,000원
소인(2세~12세이하) :10,000원
단체(30인이상):13,000원
[시간]
구분 출항시간 입항시간
1항차 6:00 6:50 *오전06:00분부터 오후16시50분
2항차 9:00 9:50 까지 1일 9회 운항.
3항차 10:00 10:50 *선상일출을 관람할 수 있는
4항차 11:00 11:50 항차는 일출시각에 따라
5항차 12:00 12:50 변경될 수 있습니다.
6항차 13:00 13:50
7항차 14:00 14:50
8항차 15:00 15:50
9항차 16:00 16:50
금진항까지 운행하는 여행사 소속 무료셔틀버스가 있는데 8:30분에 출발해서 금진항까지 가는 해안도로(헌화로)의 전경이 정말 멋있다.
금진항에 도착, 유람선 대기소에서 기다리고 있으려니 매점 아주머니가 기러기 줄 새우깡을 사라고 호객행위를 하신다. 이건 올해 강화도 석모도에 갈때도 이미 겪었던 것이었든데 그때 새우깡에 무섭게(?) 몰려들던 갈매기들을 떠올리며 미심쩍어하는 수진이를 구슬려 새우깡 한봉지를 샀다. 기대해봐 수진아 ^^
우리가 탑승한 유람선은 2층짜리로 그리 크지않은 배였는데 추워서 그런지 탑승객들이 별로 많지않아 전망좋은 2층만 사람이 차있고 아래층은 썰렁했다. 배가 출항한후 밖으로 나와보니 벌써 기다렸다는 듯이 갈매기들이 쫒아오고 있다. 수진이와 사람들이 새우깡을 던져주자 그때부터 갈매기들은 더 필사적으로 모여든다. 강화도 석모도갈때 본 광경과 똑 같다. 나도 처음에 참 신기해 했었는데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다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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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고 가다보니 멀리 해안쪽으로 사찰(등명락가사)과 잠수함전시관이 보인다. 여기저기의 볼거리와 이야기를 해주시는 선장님의 재미있는 입담에 모두들 재미있어하는데 알고보니 경북사람이란다. 마침 경북에서 온 아가씨들이 있어서 아저씨도 아가씨들도 더 신나하는것 같다. 선장님은 원래 젊었을때는 꽤 큰 원양어선들도 몰던 잘나가던 선장님이었는데 객기로 여기저기 아가씨들을 만나면서 흥청망청 돈을 쓰다가 지금은 이렇게 작은 유람선을 몰고 있다고 말씀하신다. 같은 남자로써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다. ^^
원래 이곳 정동진 근처 동해바다는 파도가 험하기로 유명하다는데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너무 잔잔하다고 말씀하신다. 보통때 같으면 3~4m 파도때문에 배가 롤러코스터 처럼 요동을 치고 승객들 모두 그 흔들림에 혼이 다 빠진다던데 오늘같은날은 너무 얌전해서 그런 재미도 못 느끼는 우리가 운이 안좋은 거라고 말씀하신다. 좋아,담에 다시 꼭 와서 그 스릴을 맛보기로 다짐해 본다. ^^
유람선이 귀항한후 아까의 셔틀버스가 우리를 태우가 정동진역으로 돌아가는데 도중에 선크루즈호텔앞에 있는 조각공원과 모래시계탑 앞에서 한번씩 정차를 한다. 조각공원은 5000원의 입장료를 내야하고 구경하고 있다가 1시간 뒤에 오는 셔틀버스를 타고 돌아오면 된다고 한다. 우리는 피곤하기도 하고 기차시간도 안되고 해서 그냥 패스~ 모래시계도 차창멀리로 구경하고 역사로 돌아왔다. 그런데 역사앞에서 우리만 내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냥 타고 가는 것으로 보아 이다음에 우리가 모르는 다른 코스가 또 있는지, 아니면 시외버스 이용객들을 태우고 터미널로 가는지 모르겠다.
기차 출발때까지 1시간여 남은 시간에 우리는 가벼이 배를 채울겸 역사앞 분식점에서 오뎅1인분과 김밥 1인분을 시켰다. 그런데 김밥안에 들어가 있는것이 몇게 되지도 않는 것이 얇게도 썰어놨다. 오뎅데 1인분이라는데 달랑 6개에 3천원이나 받는다. 역시 유명관광지에 역 근처라서 그런지 음식한번 참 초라하다. 뭐, 이런데가 다 그렇지뭐 --;
11:01 정동진발 청량리행 열차를 타고 돌아가면서 어제 오늘 정신없이 돌아다녔던 곳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겨 있으려니 피곤했던지 수진이는 여지 없이 꿈나라로 들어가 있다. 이 얼마나 오랜만에 가져본 기차여행이던가. 그것도 밤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무박2일의 여행. 인도 배낭여행에서 죽어라 기차를 탄후 기차여행의 매력에 푹 빠졌던 나였지만 막상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기차를 탄게 일년에 몇번 안됬던것 같다. 나에게도 차가 생기면서 나름대로 차를 타고 여기저기 많이 다녀봤다고 생각했지만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면서 배낭을 메고 두발로 이동을 해야 내게는 좀더 여행의 참 맛이 느껴지는것 같다.
이렇게 여행을 하다보니 우리나라 땅이 좀더 넓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며 인도에서 옆도시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간다며 야간 기차 침대칸에서 밤을 보내던 청년이 생각난다.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야간기차에서 밤을 보내며 이동하는 여행코스를 짜기란 거의 힘든것이 사실이다. 왠만한 곳도 몇시간이면 이동할수 있는 거리라 숙박시설을 이용하지 않기란 힘들기 때문이다.
내년에 내가 어디서 무얼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주말을 이용해서라도 이제는 열심히 여행을 다녀볼 생각이다. 이번 여행때 철도청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기차여행 상품이 있던데 그런것을 이용해 전국을 다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배낭과 카메라를 메고 우리나라 여러 역을 돌며 여행다닐 나의 모습이 상상하니 절로 마음 설래는 것이 벌써부터 다음 주말여행이 기다려진다. 어디 다음번은 태백선 눈꽃열차나 한번 계획해 볼까나? ^^
첫댓글 2004 크리스마스를 기념하여 여자친구와 무박3일로 부산->서울->정동진->진주로 이어지는 기차여행을 계획했었습니다. 그중에서 기차여행에 알맞은 내용일것 같은 세번째날 정동진 해돋이와 금진항 유람선 관광부분의 여행기를 사진과 함께 올립니다.
여행 떠나기전 여기에 있는 글들을 통해 좋은 정보 많이 얻었답니다. 이곳 저곳 발로 뛰면서 꼼꼼히 정보를 모으셨을 분들에게 다시한번 감사의 말 드립니다. 앞으로 저도 부족하나마 기차여행 다니면서 열심히 글로써서 올려볼께요.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참 기차 정보는 정동진발(04.12.26 11:01) 청량리착(04.12.26 17:47) 무궁화호 1670 => 38400원(일반2인) 입니다. ^^
잘 보았습니다,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