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도난마하지 못하면 결국 디프레션이 오는가 봐요. 이제는 책을 보나 일을 하나 밥을 먹으나 잠을 자나 온통 빈자리 뿐이에요. 게다가 오늘은 하늘까지 울상이에요. 혹시 쾌도난마하지 못하기 전에 벌써 디프레션 상태에 있었는지도 몰라요. 디프레션이 먼저 왔고 그래서 쾌도난마하지 못했다 라면 변명이 될런지...만약 그래서 그랬다면 뭔가 이유가 될 텐데 그게 그렇지 못하고 반대로 됬으니 디프레션에 자책감까지 겹쳐요. 아니면 이런 말이 지금 저에게 위로가 될런지...
"어쩌면 우린 오르페우스와 우리를 동일시하고 싶지 않아서일 거야. 왜냐하면 오르페우스는 퇴짜 맞은 실패한 인생이니까...우린 오히려 외리디케가 되고 싶어할 껄. 왜냐하면 아름다움과 동일시하는 편이 훨씬 더 쉬운 일이니까."(요십 브로드스키)
하지만 쾌도난마에 실패한 건 결국 그 몹쓸 고정관념 때문이 아닌가요? 마음 속에 위대한 독재자가 없어서가 아닐까요? 뱀을 죽여야 한다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요? 자유가 운명을 이기지 못해서가 아닐까요? 마음 속의 언론 때문이 아닌가요? 사랑과 아름다움, 그거 의회민주주의로 다가갈 수 있는 거 정말 아닌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