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일정은 블루마운틴 투어를 신청했다
산 이름이 블루마운틴이라 ~~
산이라면 그린이 어울릴 텐데 왜 블루라는 이름을 사용했을까 했는데 설명을 듣고 와~~ 하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결론은 블루이기 때문이다
이곳의 산은 뾰족뾰족한 봉우리가 있는 게 아니고 전체적으로 평평한 능선이 띠처럼 이어져있다
호주에 와서 단 하나를 본다면 블루마운틴을 봐야 한다는 가이드의 블루사랑이 이해가 되었다
이 산의 크기는 우리나라의 경기도 면적과 같다고 한다
녜???
경기도 만한 산이라고요?
블루마운틴이라 부르는 이유는 전체적으로 푸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푸르게 보이는 이유는 산 전체가
거의 유칼립투스나무인데 이 나무에서 뿜어내는 피톤치드 등의 성분이
공기와 만나 푸르게 보인다고 한다
어, 정말 푸르네 하고 느꼈다
청명한 바람과 밝은 햇살이 쏟아지는 날인데도
마치 푸른 안개가 감싸 안은 듯 신비로운 느낌이다
아무도 근접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아우라가 풍겨 나온다
경기도 크기의 산이라고 했으니 우리가 밟은 블루마운틴은 아마 발가락 끝부분이었을 것이다
가이드가 인생샷을 건지게 해 주겠다며 링컨스 락으로 데려간다
포즈까지 알려주며 한 사람 한사람 정성껏 사진을 찍어준다
가이드는 더 위험해 보이게 찍었고 우리가 찍은 건 좀 편안하게 나왔다
그런데 사실은 위험해 보이는 게 맞다
밑은 완전 깊고 깊은 낭떠러지였으니
다른 사람들이 순서를 기다리며 다 보고 있는 데 포즈를 취하기가 여간 쑥스러운 게 아니다
그래도 인생샷 건지려면 참아야지 뭐~~~
이 정도면 인생샷이라고 해도 될 만하다
하하하
실상은 이런 모습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
오늘은 사람이 적어 우리 보고 행운이라고 할 정도이니 알만 하다
실제 너무 시간을 끌어 언성을 높이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조심스레 바위 끝까지 엉거주춤 가야 한다
모자 쓴 가이드가 열일하고 있다
세 자매 봉을 보고 우린 선셋포인트로 다시 차를 타고 달려간다
가는 동안 산 밑의 작은 마을도 만나는 데 참 예쁘다
고급진 주택가도 있고 협곡에 지은 집들도 있는데
협곡의 집들은 너무 추워 우리가 견디기는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선셋포인트에 올라와 놀란 것은 눈 아래 보이는 나무들의 모습이 똑같은 모양이다
마치 일러스트가 반복적으로 ctrl+ v를 눌러준 것 같다
해 지기 전의 부드러운 빛이 온화한 푸른빛을 만들었다
노을이 번지기 시작하면 더 아름다운 빛으로 산이 젖어든다
노을빛을 받은 맞은편 산도 예뻐지기 시작한다
매일, 지는 해를 눈으로 끝까지 지켜보는 일은 일상에선 기회가 많지 않다
기회라기보다는 순간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것이겠지
늘 여유 있게 바라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래서 여행지에서 만나는 노을에 그렇게도 환호하는 지도 모르겠다
해가 산아래로 완전히 넘어가면 노을빛은 점점 더 진하고 아름다워진다
선셋의 여운을 담고 우린 저녁을 먹으러 산을 내려왔다
밤이 되면 쌀쌀해지는 날씨에 패딩까지 챙겨 와 입었건만 꽤 춥다
저녁은 베트남쌀국숫집을 찾아 따끈한 국물까지 후루룩 다 먹었다
어찌나 국물맛이 좋던지 평소보다 그릇에 남긴 국물이 아주 적었다
그리고 이제 별을 보러 다시 깊은 산으로 들어간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어머. 별 좀 봐~~
했더니 하늘을 올려보던 짠딸은 거의 비명 수준의 감탄사를 연발한다
지구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에선 은하수가 더 크게 열려 보인다고 한다
어렸을 때 많이 봤지만 이렇게 바로 머리 위에서 쏟아질 듯 반짝이는 별은 처음인 것 같다
어쩜 저리도 반짝반짝 빛나는지
아주 또렷한 불꽃들이 내 눈과 마주칠 때마다 더욱 빛을 내는 것 같다
은하수를 처음 본 짠딸은 연신
은하수가 저런 모습이었어?
하며 신기함에 어쩔 줄을 모른다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천정화를 볼 때 이후로 이렇게 고개를 들고 오랫동안 올려다본 건 또 처음이다
가이드가 다년간 쌓은 노하우로 사진을 열심히 찍어주긴 했지만 올려다보며 눈에 찍은 사진만은 못하다
별을 보고 산을 내려가는 길에 고라니를 만난 게 아니라 캥거루를 만났다
여긴 호주니까
별구경까지 하고 가이드와 헤어져 호텔까지 걸어가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젊은이들이 거리에 많다
적당히 취기도 있어 보이고 들떠 보이는 청춘들이 거리에 가득하다
호텔에 들어오니 11시가 훌쩍 넘었다
하루가 참 길었다
엄마, 내일은 여유 있는 일정이니 우리 늦잠 자자
좋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