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근길에 국민 TV ‘노종면의 뉴스바’를 듣곤 한다. 말길이 막혔는지, 스스로 입을 다물었는지 정부의 기관지 노릇을 하는 것 같은 기존 언론대신이방송, 신선하고공정하다.‘ 뉴스가이래야뉴스지’싶다. 김준형, 윤상헌 두 교수가 쓴「언어의 배반」에서도 같은 문제의식을 읽는다. ‘좌빨’이든, ‘빨갱이’든 갖다 붙인다고 말이 아닌데, 사람들이‘생각’없이, 주인도 없는 말을 삼키고 뱉는 현실을 잘 설명하고 있다. 말의 본래 의미가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행복’이라는 말도 어쩌면 좌초된 지 오래인 건 아닐까. 노랫말에도 있듯 행복하려면“정말 들어야 하는 건 내 마음 속 작은 이야기”건만, ‘행복’의 조건은‘돈’과‘돈’과‘돈’이니, 우리도 그렇게 살면 정말 행복할까?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다른 행복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대안적 행복을 궁리해 보는 코너‘행복 수업’1교시를 열어 줄 사람으로 양정지건 씨를 만났다. 그의 삶을 보노라면, 마음을 조르거나, 방치함 없이 자신의 마음을 정직하게 들여다본 후에 외부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결정하고 행동에 옮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시절 총학생회 활동을 했다. 당시 학생회 분위기가 NL(민족해방)계열이어서 탈북자 문제를 정직하게 받아들이질 못했다. 탈북자 문제를 미국이 조장하거나 과장한다고들 했는데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중국에 갔다.”고등학교 때 귀를 뚫어서 교회에서 문제아가 되기도 했었고, 지금은 머리 감을 시간이 없어서 7년째 삭발을 하고 다니지만 머리 염색도 각양각색으로 즐겼던 자유로운 영혼의 인생은 중국에서 변곡점을 맞는다.
휴학을 하고 중국에서 1년간 탈북자과 조선족을 도우면서 그는 민족의 현실을 직시하고, 한국에 가득한 모순과 거짓을 보았다. 이후 그곳에서 만난 탈북자들과 한국에서 6년간 같이 살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는 사회 구조의 문제를 개인의 행동만으로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그때 <뉴스앤조이>를 알게 되었고, 채용 공고가 나지 않 은 회사 문을 두드려 자진 입사했다. 당시 그곳은 직원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하던 신생 언론사였지만“이 신문사라면 우리 사회가 지닌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겠구나”라는 믿음으로 성큼 발을 디뎠다.그는 기독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취재했고, 동성애자들의 교회에 직접 출석하면서 우리 사회 죄인 된 소수자로 낙인찍힌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후 재단법인 한빛누리 통일사업팀에서 5년간 일하면서 북한지원 사업, 연변 지역 여행 가이드 등을 했다. 그만둘 때도 그는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였다. “5년 정도 일하니 정체되는 느낌이 들었다.또 육아에 전념하고 싶었다. 살림도 해보고 싶었 고. 무엇보다 나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을 찾았다.”당장 수입이 없어지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다르게 살아도 행복하다 서울 정릉에 살면서 4년간 이웃들과 공동 육아를 하던 그는 1년 전, 양평으로 이사를 했다. 도시 생활을 접고 농촌으로 이주하는 일은, 누군가에겐 무모해 보이고 누군가에겐 주저되는 일이자 비현실적인 일이지만, 그는 복잡한생각없이“아이들키우는데시골이더좋아서”라는이유로이사를결정했다.“ 심각하게생각하지않았다.서울에서는 위험 요소가 너무 많아서 아이들을 밖에 내놓을 수가 없었는데 여기는 아이들 놀 수 있는 공간이많다.”
거창한 이유가 없다는 게 다른 사람들도 부담 없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불안이 사라지진 않는다. 사는 게 불편하지 않을까? 가족과 친구들 모두 도시에 있는데?“행복해지기 위한 여러 길이 있는데 사람들은 한 길로만 가고 있다”는대답이돌아왔다.“ 사람들이말하는생태적삶? 자발적가난? 솔직히 나는 그런 생각 거의 안 한다. 단지 지금처럼 사는 게 더 행복할 뿐이다. 누군가는 농촌에 살면 집 관리도 힘들고, 마트나 학교도 멀다고 하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게 장점이 되기도 한다. 도시에 친구들이 많긴 하지만, 도시에 살 때는 그래서 원치 않는 약속에 휘둘렸다. 농촌에 사니까 내가 주도해서 시간과 공간을 쓸 수 있다. 누군가는 내가 자연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듯 도시의 네온사인을 더 좋아할 수 있다. 문제는 행복과 불행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그런 생각을 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은‘다른 삶이 있다’는 걸 알지도 못한다.”
사람들은 좀더 직설적인 질문을 할지도 모르겠다. 뭘 먹고살지? 그 답 도간단했다.“ 월300만원을벌려면열심히일해야하고그만큼자유 시간은 줄어든다. 만약 조금만 일하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면 그 일을 하겠지만 그런 일은 잘 없다. 그러니 나는 적게 일하고 적게 버는 대신 여유 있는 삶을 선택했다. 지난 3년간 실험해 보니, 월 100만 원이면 우리 가족 다섯 명 생활은 가능하겠더라. 작년에 생계를 위해 공정여행 가이드 일을 시작했는데, 이미 올해 필요한 만큼 벌었다. 그래서 연말까지는 일을 안 할 생각이다. 대신 초과 수입을 어디에 쓸지 고민 중이다.”
장미꽃길이든 가시밭길이든 그는 장미꽃길이든 가시밭길이든 스스로 선택한 길이면 주저 없이 그 길로 들고 나며 서른아홉 해를 살아왔다. 탈북자의 현실이 궁금해서 중국으로 갔고, 숨은 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기자로 일했으며, 늘 마음에 품고 있던 북한을 위해 일했고, 육아를 위해 삶터도 옮겼다. 사람들과 같이 사는 게 좋아 지금은 다섯 가정과 공동체로 살기 위한 예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행복은 선택할 수 있어야 하며, 나는 행복하다’고말한다. 이제우리도질문하자.“ 나는어떻게살아야행복할까?”행복을 위한 선택지가 당신 앞에 놓여 있고,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대뜸)“ 사람들이신앙서적좀그만읽으면좋겠다. (가다듬고) 책은좋은거다. 나도책을읽으면서살아있다고 느끼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보니 책에서 받은 감동과 교훈을 실천해 낼 장이 없더라. 눈앞에서 사건이 뻥뻥 터지는데, 신앙 서적 읽은 사람들이 뭘 하는지 모르겠다. 행동을 취해야 할 때 책에서 의미만 찾으면 그 사이 상황은 끝나 버린다. 지적 유희로 끝날 책이 아니라 현장을 해석해 내는 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책을읽는게중요하다. 나는요즘예전에읽었던책들중,「 문익환평전」,「 뜻으로본한국역사」,「 너자신을혁명하라」,「 사귐의기도」등을다시읽고있다.”
편집부 이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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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양정지건, 누군지 아시죠? 정종숙 권사님 멋진 아드님이십니다.^^ 변치 않는 걸음을 응원합니다.
좋은 글을 올려준 승진자매에게 고마움을...신혼살림 재미있나요?
아~~~좋다^^
비현실적이어서 실현불가능해서 '이상'이라 한다지만 이 형제는 마치 눈앞에 마주한 이상 같아 좋다!~~~
아~ 한참 읽다가, 목사님 댓글보고, 이분이 그분? 그럼 정종숙 권사님은 그런 아드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