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사탕 사줄 게
오늘은 결혼기념일입니다. 화이트데이라 사랑하는 아들과 남편에게 사탕을 선물로 받기도 합니다. 일요일에 미리 간단하게 가족끼리 식사를 했습니다. 선물은 기념일 당일에 주겠다고 기대감을 안겨주면서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벌써 30년이 되었습니다. 어제처럼 느껴지는데 아들이 서른 살이 되었으니 내 자신도 대견하고 가족을 위해서 애쓴 남편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30년 전 오늘 나에게 평생 꽃과 사탕을 선물하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화이트데이에 결혼했으니 잊지 않을 거라고 하면서 싱그럽게 웃던 청년이 눈에 선합니다.
아침에 카카오페이로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사탕 사드세요’ 하면서 카톡이 왔습니다. 사고 싶은 것 있으면 사라고 마음을 담아서 보냈습니다. 현금으로 받기는 처음인데 이것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휴일에 사무실 정리한다고 짐 싸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쇼핑할 시간도 없었거니와 딱히 사고 싶은 것도 없었습니다. 이제는 물건에 대한 집착도 없어집니다. 있는 것도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고마운 마음에 하트를 무한정 보냈습니다.
막내아들이 핑크빛 종이 가방에 사탕을 가득 담아서 선물했습니다. 일러스트 작가를 꿈꾸는 아들답게 아기자기하고 섬세하고 개성이 확실합니다. 마음이 사랑으로 가득했습니다. 고마운 마음에 꼭 안아주었습니다.
큰아들은 잠자는 나를 깨워서 손을 잡더니 ‘선물!’ 하면서 주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수박만 한 사탕을 쥐여 주는 겁니다. 자다 말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역시 공대생답게 화끈합니다. 두 아들이 이렇듯 개성이 확실합니다. 수박만 한 사탕을 안고서 잠을 잤습니다. 남편에게 사진을 찍어서 자랑했더니 ‘두 아들에게 사탕을 다 받아 냈구먼.’ 남자 셋에게 화이트데이에 사랑을 듬뿍 받았습니다. 결혼하면서 한 약속을 지켜주는 남편과 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