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회원국에 지나친 경제적 압박을 가한 국가에 대한 유럽연합 차원의 ‘보복 조치’를 허용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다. 중국이 자국과 외교적 마찰을 빚은 유럽연합 회원국인 리투아니아에 가한 경제 보복 행위를 막기 위한 목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유럽연합(EU) 깃발. 한겨레 자료사진© 제공: 한겨레 28일(현지시각)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의회와 이사회, 집행위가 ‘강압 방지 조치’(ACI) 입법 과정에서 발생한 주요한 미해결 문제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했다”라고 밝혔다. ‘강압 방지 조치’란 유럽연합이 볼 때 제3국이 회원국에 지나친 경제적 강압 행위를 한다고 판단했을 경우 유럽연합이 나서 제3국에 대한 △관세 인상 △수출입 허가 취소 △서비스 또는 공공 조달 분야 제한 등 조치를 하는 것이다. 집행위는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유럽연합과 회원국은 최근 몇 년 동안 고의적인 경제적 압력의 대상이 됐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조치는 제3국의 강압 조치를 완화하고 중단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안됐기에 집행위는 일단 “대화”를 먼저 시도해본다고 밝혔다. 효과가 없을 경우에만 유럽연합 차원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경제적 대응을 한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이 이러한 조치를 도입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중국이 자국과 외교적으로 껄끄럽게 된 리투아니아에 경제 보복을 하면서부터다. 2021년 11월 리투아니아는 수도 빌뉴스에 대만 대표부를 개설했다. 당시 눈길을 끌었던 것은 리투아니아가 대만 대표부의 명칭을 유럽에서는 처음, 전 세계에서는 소말릴란드에 이어 두 번째로 대만(타이완) 명의의 대표부를 설치한 점이다. 대만과 외교 관계를 맺은 대부분의 국가들은 중국을 의식해 국가명이 아닌 대만 수도 ‘타이베이’ 이름으로 대표부를 설립하곤 했다. 당시 중국 외교부는 “리투아니아와의 외교 관계를 대리대사급으로 격하시킬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후 중국은 자국으로 들어오는 리투아니아발 수입품, 리투아니아 부품이 포함된 유럽연합산 수입품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금수 조치를 시작했다. 이에 유럽연합은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고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다만 세계무역기구를 통한 문제 해결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유럽연합이 직접 행동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유럽연합 집행위는 이러한 일이 있은 2021년 12월 강압 방지 조치 도입을 제안했다.
약 여섯달 뒤 법안이 발효되면 모든 회원국은 집행위에 강압 사례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한 국가가 회원국을 강압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에 다른 회원국이 동의하면 27개 회원국 과반이 반대하지 않는 한 잠재적 대응 조처 목록을 작성할 수 있다. 유럽연합 이사회는 ‘무엇이 경제적 압력에 해당하는지를 결정’하는 등 의사 결정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집행위는 유럽연합 차원의 대응조치를 실행할 권한을 가지고 이러한 결정에 회원국 참여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한다. 발디스 돔브로스키 무역위원회 수석 부위원장은 강압 방지 조처 도입을 위한 논의가 진전을 보인 것이 “유럽연합이 개방된 무역을 유지하고 목표에 맞게 위험을 해결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면서 우리 무역 의제를 강화하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라며 “마지막 3자(집행위, 이사회, 의회) 협상에서 협상이 타결돼 이 조처가 가능한 한 빨리 시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다만 일부 유럽 국가들은 해당 법안이 보호주의적이고 무역 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회의적 반응을 보인다고
통신은 전했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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