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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분 / 전체 관람가>
=== 프로덕션 노트 ===
감독 : 로베르토 베니니
출연 : 로베르토 베니니 & 니콜레타 브라시 & 조르지오 칸타리니(아역)
깐느가 그랑프리를 헌사한 이탈리아 영화 천재의 걸작
1998년 칸느 영화제 특별상을 비롯한 전세계 영화제에서 호평받은 작품
1999년 아카데미 7개 부문 노미네이트, 남우주연상을 비롯한 3개 부문 수상 걸작
이탈리아에 천재 코미디언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 각본, 주연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영화 역사상 가장 손꼽히는 명작중의 명작으로 일컬어지는 영화. 2차 대전을 배경으로 독일 나치들이 유태인 말살 정책을 펴는 사회 분위기를 배경으로 평범한 유태인 귀도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 영화는 그동안 잔혹하게만 그려지던 2차 대전의 유태인 말살 장면을 아이러니하게도 아주 유쾌한 코미디로 담아내어 전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비극적인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냄으로써 나치의 비인간적인 면모를 오히려 드러내 페이소스를 더하는 작품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감독이자 주연을 맡은 이탈리아의 국민배우인 로베트로 베니니는 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이탈리아 뿐 아니라 세계적인 배우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기도 하였다. 정치적 입장도 분명한 그는 웃음 속에서도 할말을 다하는 작가적 성향을 항상 잃지 않는 배우. <인생은 아름다워> 속에서도 작고 보잘 것 없는 외모속에 스며있는 재치가, 보는 사람들을 유쾌하게 만든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미국에서 가장 높은 흥행수익을 올린 외국 영화로 기록된 작품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또한, 스페셜 피쳐에서는 2년 여의 제작과정을 거치고, 수용소 장면을 위해 12주 동안이나 스튜디오 촬영을 한 제작 과정을 볼 수 있다.
=== 줄거리 ===
이탈리아에서 극악한 파시즘이 맹위를 떨치던 1930년대말, 귀도는 운명처럼 초등학교 교사인 도라를 만난다. 도라에겐 약혼자가 있지만 그 사랑을 운명이라고 생각한 귀도는 그녀와 함께 마을을 도망친다. 귀도의 순수하고 맑은 인생관과 꾸밈없는 유머에 이끌렸던 도라는 그와 결혼하여 아들 조슈아를 얻는다. 평화롭기 그지없던 이들 가족에게 닥쳐온 불행, 독일의 유태인 말살 정책에 따라 귀도와 조슈아는 강제로 수용소에 끌려간다.
남편과 아들을 사랑하는 도라는 유태인이 아니면서도 자원하여 그들의 뒤를 따른다. 귀도는 수용소에 도착한 순간부터, 조슈아에게 자신들이 처한 현실이 실은 하나의 신나는 놀이이자 게임이라고 속인다. 귀도는 자신들이 특별히 선발된 사람이라며 1,000점을 제일 먼저 따는 사람이 1등상으로 진짜 탱크를 받게 된다고 설명한다. 어릴 때부터 장난감 탱크를 좋아했던 조슈아는 귀가 솔깃하여 귀도의 이야기를 사실로 믿는다. 두 사람은 아슬아슬한 위기를 셀 수도 없이 넘기며 끝까지 살아남는다. 마침내 독일이 패망한다. 그러나 혼란의 와중에서 탈출을 시도하던 귀도는 독일군에게 발각되어 사살당한다.
1,000점을 채우기 위해서는 마지막 숨바꼭질 게임에서 독일군에게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고 믿는 조슈아는 하루를 꼬박 나무 궤짝에 숨어서 날이 밝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그 다음날, 정적만이 가득한 포로 수용소의 광장에 조슈아가 혼자 서 있다. 누가 1등상을 받게 될지 궁금하여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조슈아 앞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탱크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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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다음 백과 / 영화사를 바꾼 명장면으로 영화 읽기 / 신강호 글>
인생은 아름다워
1997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
수용소 병정놀이 장면
숭고한 아버지의 희생
이 영화는 이탈리아의 찰리 채플린으로 불리는 로베르토 베니니의 주연, 감독 작품으로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고 칸영화제에서도 그랑프리를 차지하는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20세기 가장 불행한 사건인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라는 소재를 밝고 유머러스하게 그린 특이함이 세계적으로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현실의 비애를 오히려 코미디로 다룬 것이다.
파시즘이 팽배하던 이탈리아의 1930년대 말, 유머 넘치는 유대인 청년 귀도(로베르토 베니니)는 숙부 밑에서 웨이터로 일하다 어느 날 초등학교 여교사 도라(니콜레타 브라스키)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이미 도라는 파시스트인 읍사무소 서기와 약혼한 사이였다. 하지만 도라는 귀도의 순수한 구애와 사랑을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동화 같은 삶을 시작한 그들 사이에는 아들 조수아가 태어나면서 더욱 행복하기만 하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그들 앞에 불행이 닥쳐온다. 독일의 유대인 말살 정책이 시작되자 귀도와 조수아는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가게 되고, 도라는 유대인은 아니지만 가족과 운명을 같이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들은 격리된 채 비참한 수용소 생활을 하게 된다. 그리고 어린 아들에게 전쟁의 참상을 이해시킬 수 없었던 귀도는 조수아에게 수용소로 끌려온 것이 일종의 게임이고, 천점을 먼저 따는 사람이 일등상을 받게 되는 놀이라고 속인다.
영화 후반부, 어느 날 독일군 파티에 시중들러 간 귀도는 창문을 열고 축음기의 스피커를 수용소 쪽으로 향하게 한다. 아내 도라에게 둘만의 추억이 담긴 노래인 오펜바흐의 뱃노래를 들려주기 위해서다. 카메라는 마치 음악이 흘러가듯 안개가 자욱한 수용소를 향해 다가간다. 밤 깊은 수용소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잠들어 있는데, 누워 있던 도라는 그 음악소리에 잠에서 깨어 일어난다. 그리고 창문을 열고는 그 노래를 들으면서 추억에 잠긴다. 귀도는 아내의 모습을 상상하며 흐뭇해하고 도라는 점점 슬픔과 회한에 찬 표정을 짓는데, 두 사람의 애절한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장면이다.
어느 날 밤, 독일군들이 수용소에서 철수하려고 바쁜 가운데 상황의 긴박함을 눈치 챈 귀도는 조수아에게 마지막 전쟁 게임을 제안한다. 귀도는 조수아에게 사람들이 널 찾고 있는데, 오늘 밤만 들키지 않으면 이 전쟁놀이는 끝날 것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940점을 받았고 내일 아침까지 60점을 받으면 일등을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쓰레기통에서 숨어서 주위가 완전히 조용해지고 사람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절대 나오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귀도는 아들과 철통같은 약속을 하고, 자기는 사람들을 딴 곳으로 유인하겠다며 자리를 뜬다. 그런데 독일군 순찰견 한 마리가 조수아가 있는 쓰레기통을 향해 계속 짖어댄다. 그것을 몰래 지켜보던 귀도는 그 개가 제발 그냥 지나쳐 가버리라고 애타게 주문을 외운다. 정말로 마법처럼 개가 떠나버리자 귀도는 담요를 치마처럼, 스웨터로 얼굴을 감싸고 여자처럼 변장을 한 채 도라를 찾아다닌다.
귀도는 어디론가 트럭에 실려 가는 수용소 여자들 틈에서 도라를 애타게 찾아본다. 그리고 어렵게 여자 수용소 안에 몰래 숨어들어가 보지만 이미 그 안은 텅 비어 있다. 서치라이트를 피하기 위해 창문 틀 위에 매달려 있던 귀도는 결국 독일군에게 발각되고 끌려가게 된다. 귀도는 아들이 숨어 있는 쓰레기통을 지나치게 되자 마치 병정놀이를 하는 것처럼 순간 아들을 향해 한쪽 눈을 찡긋하고는 병정 걸음을 흉내 내며 아들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귀도는 아무도 없는 콘크리트 기둥 뒤로 끌려간다. 그리고 기관총 소리만 들린다.
다음 날 아침, 독일군들이 퇴각하고 숨어 있던 유대인들이 하나 둘 씩 나타나 수용소 밖으로 모두 사라지자 조수아는 드디어 쓰레기통에서 나온다. 그 순간 탱크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거대한 진짜 미군 탱크가 나타나 조수아 앞에 멈춰 선다. 미군은 조수아를 탱크에 태워준다. 탱크에 올라타고 가던 조수아는 미군을 따라가던 유대인 행렬 속에서 엄마를 발견한다. 조수아는 엄마에게 아빠와 자기가 게임에서 이겼고, 그 놀이에서 아빠가 웃겨서 배꼽 빠지는 줄 알았다고 말한다. 이 영화 속에서 잔인한 전쟁과 해맑은 게임 장면이 교차할 때마다 입은 웃고 있지만 한편 슬프지 않을 수 없다. 처형당하러 가는 와중에도 병정놀이처럼 행동하는 귀도의 모습은 아버지의 위대한 사랑을 보여 준다. 귀도는 영화 속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극한의 암울한 상황이지만 아들 앞에서만은 밝고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일관한다. 귀도는 바다보다 깊고 태양보다 뜨거운 안타깝지만 숭고한 희생의 상징인 것이다.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한 지옥, 끔찍한 죽음의 수용소를 하나의 놀이터로 만든 귀도는 결국 목숨까지 내놓지만 마지막까지 웃어 보인다. 베니니는 이렇게 오열하지 않으면서 관객들을 심금을 울리는 것이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아무리 암울하고 힘든 시간일지라도 사람이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그 시간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결국 인생의 주인인 자신에게 달려 있고, 또한 다른 사람의 인생마저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슬랩스틱코미디로 시작되고, 영화의 색상은 따뜻하고 밝으며, 전형적인 지중해 분위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귀도가 체포되어 독일 강제수용소로 이송된 후 죽음의 수용소 안에서는, 사실상 많은 색이 영상에서 빠져 나간다. 오직 몇 가지 빛바랜 피부 톤의 명멸하는 빛만이 가끔씩 수용소와 죄수들의 잿빛 창백함을 강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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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자료 === <2013년 7월 15일 네이버캐스트 / 진회숙 글>
영화 속 클래식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
인생은 아름다워
몇 년 전, 독일을 여행하다가 뮌헨 근교 다하우에 있는 강제 수용소를 찾은 적이 있다. 중세풍의 아름다운 전원마을에 독일 최초로 들어선 이 수용소에는 모두 20만 명이 수감되어 있었으며, 이 중 2만 5천 명이 각종 질병과 영양실조, 자살, 처형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마찬가지로 이 수용소의 입구에도 “노동이 그대를 자유케 하리라(Arbeit Macht Frei)”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그 길을 따라 쭉 들어가니 도망자를 향해 무차별적인 총격을 가했던 높은 감시탑과 한때 고압전류가 흘렀던 철조망, 그리고 멀리 유태인 막사가 나온다. 본래 이 수용소의 적정 수용인원은 한 막사당 200명이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 무려 1,600명을 집어넣었으니 상황이 어땠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막사 안에는 3층 침대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그것을 보니 문득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가 떠오른다. 이 영화의 주인공 ‘귀도’도 수용소로 끌려와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어린 아들과 함께 살았다. 그는 매우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다. 하는 일이 모두 어설프고, 매사에 실수투성이지만 마음만큼은 어린아이같이 천진난만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자기와 신분이 다른 상류사회 처녀 ‘도라’를 만나게 된다. 그녀와는 늘 우스꽝스러운 상황에서 만나게 되는데, 이것도 인연이었는지 귀도는 도라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한다.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고, 그 후 ‘조수아’라는 귀여운 아들까지 얻는다.
세 식구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이들에게 시련이 닥친다. 유태인인 귀도가 강제수용소로 잡혀가게 된 것이다. 귀도는 아들과 함께 수용소로 향하고, 도라는 유태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수용소행을 자처한다. 귀도는 어린 아들이 수용소의 실상을 보고 충격을 받을 것을 염려한다. 그래서 아들에게 거짓말을 한다. 지금 자기들은 재미있는 게임 여행을 떠난 것이라고. 수용소 생활을 하는 중에 온갖 고초를 당하지만 그는 행여 아들이 눈치챌세라 모든 것이 너무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연기를 한다.
어느 날, 귀도는 독일군 장교 숙소에서 열리는 파티에서 음식 시중을 들게 된다. 한창 음식을 나르던 그의 눈에 축음기가 들어온다. 귀도는 여자 수용소 어딘가에 있을 아내가 혹시 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음반에 바늘을 올려놓는다. 흘러나오는 음악은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 중 [뱃노래].
수용소의 차가운 침대에 누워 있던 도라가 정말로 이 음악을 듣는다. 젊은 시절 두 사람이 함께 같은 오페라를 본 적이 있었던 도라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귀도가 자신에게 보내는 노래라는 사실을 알아챈다. 서서히 창가로 다가가는 도라. 귀도가 보낸 뱃노래에 귀 기울이는 그녀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다.
며칠 후, 귀도는 독일군에게 끌려간다. 총살을 당하러 가면서도 그는 아무것도 모른 채 숨어서 자기를 지켜보는 아들에게 윙크를 보낸다. 그 후 곧 여러 발의 총성이 울린다. 귀도가 사살된 것이다. 그렇게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던 아버지. 스스로 희극배우가 되어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아버지. 짧은 몇 발의 총성으로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지만 아들을 보호하려는 아버지의 마음에 하늘이 감동했나보다. 곧 수용소가 해방되고, 조수아는 엄마를 만난다. 그리고 아버지가 약속한 탱크를 타고 수용소를 나선다.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수용소에서 귀도가 틀어놓은 [뱃노래]를 듣고 도라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다. [뱃노래]는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의 3막에 나오는 노래이다. 작곡가 오펜바흐는 독일의 쾰른에서 태어났지만 1833년 가족이 모두 프랑스 파리로 이주한 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평생 이곳을 근거지로 살았다. 오펜바흐는 당시 파리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오페레타 분야에서 남다른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지옥의 오르페우스], [아름다운 헬레네]와 같은 오페레타를 썼는데, 이 작품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그것이 완전히 ‘비현실적인 가공의 세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오펜바흐의 오페레타가 기존의 질서와 권위를 비웃고 풍자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작곡가 스스로 그 권위를 원칙적으로 부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배계층에게는 그다지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들에게 오펜바흐의 오페레타는 제2제정기의 천박하고 냉소적인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유쾌하고 즐거운 자조(自嘲)’일 뿐이었다. 오펜바흐에게 ‘제2제정기의 앵무새’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즐거운 오페레타만 썼던 오펜바흐가 말년에 [호프만의 이야기]라는 진지한 오페라에 도전했다. [호프만의 이야기]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해 모두 5막으로 이루어진 대작이다. [호프만의 이야기]라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오페라의 줄거리는 호프만의 소설에서 따온 것이다. 1막은 [모래 사나이], 2막은 [고문관 크레스펠], 3막은 [섣달 그믐날의 모험]인데, 각 막이 서로 독립된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원작의 주인공은 서로 다른 인물이지만, 오페라에서는 주인공을 호프만 한 사람으로 통일했다.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는 소설에 나오는 각기 다른 세 가지 사랑 이야기를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한 작품으로 여기에는 호프만이 사랑했던 스텔라, 올림피아, 안토니아, 줄리에타라는 네 명의 여인이 등장한다. 옛 애인 스텔라의 초청을 받고 뉘른베르크의 한 술집에 나타난 호프만은 그곳에 모인 학생들에게 자기가 그동안 경험했던 세 가지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중 마지막 이야기 3막의 무대는 이탈리아의 베니스이다. 향락의 도시 베니스에서 호프만은 줄리에타라는 여자를 만난다. 줄리에타는 바람기가 많은 가벼운 여자지만 호프만은 마법에 걸린 듯 이 향락의 화신에게 뛰어든다. 줄리에타는 이미 정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프만을 유혹하고, 사랑에 눈이 먼 호프만은 그로 인해 줄리에타의 정부인 쉴레밀을 죽인다. 그러나 무모한 살인 뒤에 돌아온 것은 철저한 배신뿐. 달빛 흐르는 밤, 줄리에타는 다페르투토라는 남자의 팔에 기댄 채 곤돌라를 타고 그의 곁을 떠나간다.
영화에 나오는 [뱃노래]는 줄리에타가 호프만의 친구인 니콜라우스와 함께 곤돌라를 타고 부르는 이중창이다. 여기서 줄리에타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니콜라우스는 본래 남자지만 오페라에서는 대개 메조소프라노가 남장을 하고 이 역할을 맡는다. 결국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의 이중창이 되는 셈이다. 잔잔한 물결이 뱃머리에 부딪치는 것을 묘사한 하프 반주가 감각적인 느낌을 주는 노래다.
아름다운 밤. 오! 사랑의 밤이여.
우리 기쁨을 향해 미소 지어라.
밤은 낮보다 달콤한 것.
오! 사랑스런 밤.
시간이 흐르면
서로를 애무하던 이 추억도
기억 저 너머로 흘러가겠지.
이곳에서 아주 먼 곳으로
부드러운 산들바람이여!
애무하는 듯한 그대 숨결을 우리에게 보내 주오.
그리고 키스해 주오.
아! 아름다운 밤이여.
오! 사랑의 밤이여.
호프만이 줄리에타의 정부 쉴레밀을 살해한 후 줄리에타의 방으로 가자 호프만에게 칼을 빌려 주었던 다페르투토는 쉴레밀의 사망을 확인하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칼을 거두어 들인다. 사랑에 눈이 먼 호프만은 결국 줄리에타와 다페르투토가 꾸민 음모의 희생자가 된 셈이다. 이렇게 호프만이 무시무시한 일을 저지른 후에도 멀리 무대 밖에서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람들이 부르는 [뱃노래]가 무심하게 들려온다.
아름다운 밤. 오! 사랑의 밤이여.
우리 기쁨을 향해 미소 지어라.
밤은 낮보다 달콤한 것.
오! 사랑스런 밤.
무대 위의 상황은 비극적이지만 이 장면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는 감미롭기 그지없다. 그것은 일종의 반어법이리라. 영화에서도 그렇다. 도라는 사랑하는 이와 닿을 수 없는 차갑고 어두운 공간에서 이 달콤한 노래를 듣는다. 비현실적이기에 더욱 절실하게 가슴에 와 닿는 멜로디. 이 노래와 관련해 귀도와 도라 두 사람은 공통의 추억을 갖고 있다. 비록 서로 다른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오페라 극장에서 두 사람이 함께 [뱃노래]를 들은 것이다. 무대 중앙으로 조용히 미끄러져 들어오는 곤돌라. 그리고 그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 하프 반주에 맞추어 부르는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의 이중창이 마치 꿈속의 멜로디처럼 달콤하고 감미롭게 극장 안을 흐르고 있었다.
노래가 흐르는 동안 귀도는 2층에 앉아있는 도라가 자기 쪽을 바라보도록 텔레파시를 보낸다. 그가 보낸 텔레파시가 효과가 있었는지 도라가 천천히 그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수용소에서도 귀도가 보낸 텔레파시가 도라에게 전달된 모양이다. 멀리서 들리는 [뱃노래]를 듣고 도라가 잠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간다.
이것은 사실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상황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있다. 유태인 출신의 신경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 박사이다. 나치 치하에 아우슈비츠로 끌려가 모진 고초를 당한 후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을 쓴 그는 바로 이 책에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잡혀갔던 두 번째 날 밤의 일을 상세하게 적어놓았다.
나는 지금도 아우슈비츠에서 맞은 두 번째 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날 내가 왜 깊은 잠에서 깨어났는지를. 나는 음악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깼다. 막사 입구에 있는 고참 관리의 방에서 무언가 축하연이 벌어지는 것 같았다. 술에 취해 왁자지껄하는 소리 중에 흔해 빠진 노랫소리도 섞여 있었다. 그런데 그러다가 갑자기 그 방이 조용해졌다. 곧이어 바이올린이 흐느끼듯 토해내는 애끓는 탱고 선율이 조용한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너무 많이 연주되어서 식상하다는 느낌을 주는 그런 곡이 아니었다. 바이올린이 흐느끼는 소리에 나도 덩달아 흐느꼈다. 바로 그날은 어떤 사람이 24번째 생일을 맞는 날이었다. 그 사람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다른 편 막사에 누워 있다. 어쩌면 겨우 몇 백 야드 혹은 몇 천 야드에 불과한 거리에 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절대로 갈 수 없는 그곳에 있는 사람. 그 사람은 바로 내 아내였다.
프랭클은 당시 자기 아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몰랐다. 사실 알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것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내와 영적인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때 그는 이 세상에 남길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여전히 더 말할 나위 없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극단적으로 소외된 상황에서 자기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없을 때, 자기에게 주어진 고통을 올바르게, 그리고 명예롭게 견디는 것만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일 때, 사람은 그가 간직하고 있던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생각하는 것으로 충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프랭클의 아내는 자기 남편이 들었던 그 바이올린 소리를 들었을까. 그래서 [인생은 아름다워]의 도라처럼 지척에 두고도 만나지 못하는 남편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을까. 푸른빛 안개가 자욱한 수용소의 차가운 공기를 위무하는 음악. 생사와 시공을 초월한 그 소리가 간절한 독백처럼 들린다.
시간이 흐르면 이 고통스러운 시간도 기억 저 너머로 사라지겠지.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만나게 되겠지. 음악 소리가 장벽을 넘어 내 귀에 들리듯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들도 죽음의 장벽을 넘어 나에게 다가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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