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아주 재미있는 드라마를 하나 봤습니다.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미드 <나르코스>입니다.
콜롬비아를 배경으로 마약 카르텔과 이들을 잡으려는 미국 마약단속국DEA의 고군분투를 다룬 이야깁니다. 주인공은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 입니다. 그가 어떻게 전 세계 마약 70%를 유통할 정도의 마약왕으로 성장하였고 그리고 어떻게 망해갔는지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데, 도저히 끌 수 없을만큼 흡입력이 강합니다. 덕분에 20편을 2일동안 정말 눈이 빠져라, 보고 말았네요.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에스코바르는 매우 가난하게 자랐지만, 타고난 사업수완과 배짱으로 20대에 최대의 마약 카르텔인 '메데인 카르텔'을 결성하고 콜롬비아를 아우르는 마약왕이 됩니다. 마약으로 엄청난 돈을 벌어 세계 7위 부자까지 오릅니다. 그가 모은 자산은 60조로 추정하는데, 우리나라 제일 부자 이건희 회장 자산이 14조인 걸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주체하지 못해서 땅에 묻어둔 돈들이 매년 10% 이상 썩어 없어질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남아도는 돈으로 그는 고향 메데인에 성당과 병원을 짓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주며 인심을 얻게 됩니다. 그를 기반으로 국회의원까지 당선되죠. 막강한 자금력과 군사력을 보유한 그를 막아설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입니다. 대통령을 좌지우지하고, 대선후보까지 암살할 정도니까요.
그렇게 영원할 것만 같던 그의 제국도 그러나 서서히 기울어갑니다. 에스코바르는 적을 잔혹하게 처단하는 것은 물론 비행기테러, 차량폭탄테러 등을 일으켜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통에 점차 인심을 잃어갑니다. 또 그에 반대하는 세력이 뭉치기 시작하면서 빠른 속도로 세를 잃습니다. 인심을 잃자, 돈도 빠른 속도로 사라집니다. 결국 그는 홀로 경찰에 쫓기다, 총격으로 죽고 말죠. 한 인간의 집요한 욕망이 어떻게 한 나라를 통째 흔들고 또 파멸해가는지- 그 '흥망성쇠'를 지켜보며 내내 이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화무십일홍 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이 없는 것처럼,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지게 마련입니다. 어떤 것도 영원한 건 없습니다. 차면 기울고, 태어나면 죽고, 흥하면 쇠하는 것이 순리입니다. 너무 좋지만 금새 가버릴 봄날씨와 마약왕의 몰락을 지켜보며,'영원한 게 없다'는 걸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남의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지구에서 천년만년 살 것 같아도, 사실 언제고 떠나야 하는 시한부 인생에 불과합니다. 그 날이 언제올지는 모르겠지만, 떠나는 건 틀림이 없습니다. 여기에 생각이 미치면, 정신이 번쩍 듭니다. 이 불타오르는 꽃같은 시간을 잘 보내야겠다는, 마음도 불끈 솟고요.
누군가 삶에 대해 묻자, 유명한 벤처 캐피탈리스트 '나발 라비칸트'는 다음과 같이 조언합니다.
"매일 아침 일어났을 때, 내가 죽을 수 있다는 걸 기억하세요. 내가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로운 삶의 베이스캠프가 되어줄 수 있을 겁니다."
덕분에 오늘 이런 물음이 떠올랐습니다.
만약, 오늘이 내 마지막 날이라면 무엇을 할까?
2020년, 올해가 마지막 해라면, 무엇을 그만두고, 무엇을 할까?
만약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이렇게 살아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