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다. 초순과 하순은 달력의 같은 장에 들어 있는 날일 뿐, 산에서 느껴지는 계절의 변화는 차이가 크다. 초순은 막 겨울을 벗어나는 시기라 햇볕이 약간 따사로워지고 바람이 한결 유순해졌다는 느낌을 받을 뿐이다. 하지만 불과 20여 일이 지나면서 햇볕과 바람뿐 아니라 산 자체에서도 달라지는 모습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얼마 전만 해도 산행 도중 쉴 때면 햇볕 바른 양지를 찾아들었지만, 이제는 흐르는 땀을 식히려 그늘을 찾아든다. 어지간한 근교의 산이라면 생강나무가 노란 꽃을 피운 걸 볼 수 있고 허리를 숙이면 키 작은 야생화가 낙엽 사이를 비집고 나와 원색의 꽃을 피우는 모습도 쉽사리 볼 수 있다.
◇ 능선 따라 산행 내내 분홍빛 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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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 취재팀이 거문산 정상에서 소산벌로 내려가던 중 536m봉에서 진달래 군락과 소산마을을 조망하고 있다. 멀리 보이는 아파트 단지는 정관이다. 소산벌 왼쪽 능선은 망월산과 철마산으로 이어지고 오른쪽은 문래봉 방향이다. |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이 찾은 공덕산(孔德山·290m)~거문산(巨文山·544m) 코스는 멀리 갈 것 없이 부산 지역 안에서 봄기운 물씬 풍기는 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높이에 대한 부담 없이 편안하게 산행할 수 있고 거문산 정상을 전후해서는 완만한 능선을 따라 진달래 터널을 지나는 호사를 누릴 수도 있다. 특히 거문산에서 소산벌로 내려가는 길은 진달래 군락지로 시기를 잘 맞추면 산의 북서쪽 사면이 분홍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장관을 볼 수 있다. 하산 길에 약간 지루한 포장 임도를 걸어 내려가야 하지만 마지막에 기장 팔경 중 제5경인 홍연폭포로 피로한 다리를 달래면 된다.
이번 코스는 금정구 '선두구동 주민센터' 버스정류장을 출발해 조정언비·연꽃소류지~법룡사 입구~공덕산 정상~266m봉 삼거리~임도~거문산 정상~진달래 군락~소산마을~임도~수도암~홍연폭포를 거쳐 기장군 철마면 웅천리 웅천 버스정류장에서 마친다. 전체 산행거리는 11㎞ 정도로 순수 산행시간은 4시간 안팎, 휴식을 포함하면 5~6시간 걸린다.
마을버스가 정차하는 선두구동 주민센터 버스정류장에 내리면서 바로 산행이 시작된다. 정류장 맞은편에서 갈라지는 아스팔트 도로로 들어선다. 곧 주민센터를 지난다. T자형 삼거리가 나오면 '연꽃 소류지' 안내판을 따라 왼쪽 길로 간다. 곧 연꽃 소류지 옆의 당산나무가 나온다. 나무 아래엔 소류지 조성 경위와 공덕을 기린 조정언비가 있다. 제철이 아닌 저수지 가에는 쓰레기가 널려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정면의 콘크리트 길을 따라 계속 간다. 잠시 뒤 법룡사 입구에 닿고 여기서 정면의 산길로 올라간다.
길은 초반에 잠깐 가파르지만 곧 완만해진다. 왼쪽 건너편에 철마산의 우뚝한 모습이 올려다보인다. 등산로를 따라 점점이 진달래가 꽃을 피우고 있다. 5분 정도 가면 삼거리다. 답사로는 왼쪽 오르막이다. 여기서부터는 경사가 조금씩 가팔라진다. 잔돌이 깔려 있어 미끄럽다. 10분 정도면 작은 봉우리에 오른다. 정면에 철마산이 가까이 다가와 있고 그 오른쪽인 동쪽으로는 멀리 거문산이 보인다. 살짝 내려갔다가 잠깐 급경사를 오르면 참호가 있는 봉우리다. 오른쪽에 중리마을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키 큰 나무가 없어 금정산 방향으로 조망이 시원하다. 완만한 능선을 잠시 가면 헬기장이 있는 공덕산 정상이다.
◇ 공덕산은 몸풀기… 거문산 방향 급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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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산 정상 직전에 바라본 금정산. 오른쪽 뾰족한 봉우리가 고당봉이다. |
정상에서는 사방으로 조망이 시원하다. 남서쪽으로 멀리 장산과 센텀시티 빌딩의 모습이 뚜렷하다. 지형도에는 여기서 1㎞가량 능선을 따라 더 가면 나오는 높이 265m의 봉우리가 공덕산으로 돼 있지만 현재는 보호구역으로 출입이 통제돼 있다. GPS로 290m인 헬기장 봉우리가 높이나 전망으로나 공덕산이란 이름을 붙일만 하다. 리본에 '공덕산 290m'로 표기해 걸어두었다. 답사로는 산불감시초소 왼쪽으로 이어진다. 완만한 능선을 잠시 가면 철망 담장과 만난다. 담장 옆으로 길이 이어진다. 10분 정도 가다가 길이 담장과 멀어지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희미한 길로 담장까지 오른다. 오른쪽 뚜렷한 길로 계속 가면 고름재를 지나 회동수원지 상현마을까지 이어진다. 담장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곧 뚜렷한 길이 나타난다.
철망 담장은 지형도에 공덕산 정상으로 표기된 265m봉으로 이어진다. 등산로는 담장과 거리를 두고 사면을 따라간다. 잠시 뒤 능선과 만나 오르막을 가면 266m봉에 오른다. 여기서 직진하지 말고 9시 방향 왼쪽 길로 내려간다. 낙엽에 덮여 희미하지만 일직선으로 가면 된다. 월성 박씨 무덤을 지나면 곧 6기의 무덤이 나온다. 여기서 길이 오른쪽으로 굽는다. 작은 개울을 만나면 왼쪽으로 꺾어 너른 길을 내려간다. 흙길 임도와 만나면 가로질러 정면의 무덤을 지나 다리를 건너 올라간다. 100m가량 가서 콘크리트 임도를 만나면 왼쪽으로 꺾는다. '기도도량' 표지판에서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 가운데 오른쪽 길로 100m쯤 가면 능선으로 올라가는 뚜렷한 길이 나온다. 소나무 숲 속의 능선길 오르막이다.
솔갈비 푹신한 길을 10분 정도 오르면 묵은 무덤을 지나면서 경사가 가팔라진다. 곧 소나무 숲을 벗어나 참나무가 빼곡한 길이다. 잠시 완만한 길을 지나 급경사다. 잔돌이 깔린 흙길이라 발이 뒤로 미끄러진다. 20분 정도 올라 해발 500m대에 접어들면 완만한 진달래 능선이다. 능선과 왼쪽 사면이 온통 진달래밭이다. 잠시 비탈을 오르면 멋들어지게 굽은 소나무가 서 있는 전망대다. 골짜기 너머 철마산이 지척이다. 금정산이 공덕산에서 볼 때보다는 한결 멀어져 있다. 여기서 완만한 길을 조금만 가면 거문산 정상이다. 정상석 뒤로 까마득히 멀리 달음산의 바위 정상이 보인다. 정상석 오른쪽으로 가는 길은 중리·철마면사무소로 이어지고 답사로는 왼쪽이다.
◇ 지루한 임도 내려가 홍연폭포 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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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막바지에 지나는 기장팔경 홍연폭포. |
완만한 내리막에 이어 평지 같은 길이다. 진달래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 10분 정도 가면 다시 오르막이다. 곧 전방으로 시야가 탁 트이는 봉우리에 오른다. 정면에 소산벌과 정관 시가지가 내려다보인다. 길은 오른쪽의 계단으로 이어진다. 진달래 군락지 가운데로 내려가는 길이다. 맞은편 문래봉 자락에 하산로인 임도가 길게 펼쳐져 있다. 진달래 군락지를 벗어나는 지점에서 계단이 끝난다. 여기서 50m만 가면 흙길 임도에 내려선다. 오른쪽으로 간다. 길은 곧 콘크리트 포장으로 바뀐다. 소산곤충마을을 지나 5분 정도면 삼거리다. 직진하는 오른쪽 길로 간다. 여기서부터는 문래봉 자락을 따라 다소 지루한 콘크리트 길을 가야 한다.
경사는 대체로 완만해 걷기에 부담스럽지는 않다. 20여 분을 가면 경사가 급해지며 길이 굽는다. 여기서 오른쪽 흙길로 질러 내려간다. 콘크리트 길과 다시 만나면 곧 아스팔트 포장으로 바뀐다. 답사로는 아스팔트 길 대신 4시 방향으로 꺾어 수도암으로 내려간다. 수도암 종무소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면 주차장이다. 여기서 오른쪽 흙길로 가서 홍연폭포를 보고 되돌아 나온다. 홍연폭포는 45도 경사의 암반을 따라 폭포수가 60~70m를 떨어져 내린다. 되돌아가 도로를 따라가면 저수지를 지나 교량 옆 도로로 내려간다. 다리 아래를 지나 '중리' 표지판이 선 오른쪽으로 간다. 망월산 종합안내도가 있는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300m 정도 가면 웅천 버스정류장이 나온다.
# 떠나기 전에
- 소산벌은 산중에 자리잡은 부산의 오지 거문산 정상에서 진달래 군락을 거쳐 내려가면 나오는 곳이 소산마을이다. 이곳은 부산에서도 농촌지역이라 한갓진 기장군 가운데서도 오지라고 할 만한 곳이다. 해발 544m의 거문산과 맞은편 해발 511m의 문래봉 사이에는 해발 400m 정도의 고지에 예상 못 한 평지가 있다. 흔히 소산벌로 불리는 이곳으로 가려면 철마면 웅천리의 중리마을에서 계곡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야 한다.
두 개의 산자락을 파고들면 나타나는 소산벌은 정관에서 올려다보이는 바위봉우리인 매암바위와 철마산, 거문산, 문래봉을 거쳐 가는 산꾼들 눈에나 들어오던 오지이다. 그런데 소산마을에서 홍류동소류지까지 내려가는 콘크리트 임도에서 계곡을 내려다보면 소파와 아이스박스 등이 끊임없이 눈에 들어온다.
철마면-정관 연결도로에서 소산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망월산 종합안내도의 무신경도 눈에 거슬린다. 거문산에서 소산마을로 내려오는 사면은 오래전부터 진달래밭으로 유명한 곳인데 망월산·매암산 자락의 철쭉단지와 구별 않고 철쭉단지로 표시돼 있다. 진달래와 철쭉은 특히나 피는 시기가 다르므로 정확하게 표기해 혹시라도 헛걸음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 교통편
- 노포동터미널서 2-2번, 2-3번 버스 이용
이번 산행은 출발지와 도착지의 거리가 먼 만큼 승용차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노포동 시외버스터미널 앞 버스정류장에서 금정 2-2, 금정2-3 마을버스를 타고 '선두구동 주민센터' 버스정류장에 내린다. 10분 소요. 버스는 오전 7시25분, 8시5분, 8시45분, 9시40분, 10시25분에 노포동터미널을 출발한다.
산행을 마치는 기장군 철마면 웅천 버스정류장에는 금정 2-3번과 기장 6번 마을버스, 73번 시내버스가 운행한다. 73번 버스는 반송과 기장을 오간다. 노포동 버스터미널로 돌아가려면 금정 2-3번 마을버스를 타면 된다. 20분 소요. 금정2-3번 버스는 웅천에서 오후 3시10분, 3시55분, 5시45분 등 40~50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막차는 밤 10시30분에 있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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