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스런 기도로 영가 천도하고, 육바라밀 실천으로 업장 소멸하세요”
총무원장 스님, 조계사 백중(우란분절) 입재식서 법문 목건련 존자가 아귀가 된 어머니 구제하려 올린 기도에서 '유래' "업장이 있는 한 윤회는 반복...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반야 꾸준히 실천하면 인내력 생겨"
2023-07-13 어현경 기자, 이성진 기자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조계사 대웅전에서 백중 입재 법문을 하는 모습. 이성진 기자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조계사 대웅전에서 백중 입재 법문을 하는 모습. 이성진 기자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백중을 맞아 불자들을 만나 우란분절의 의미와 함께, 육바라밀행을 통한 업장소멸의 중요성을 설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백중기도 입재일인 7월13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법문했다.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봉행된 백중 입재식에 불자들이 대거 동참, 대웅전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고, 조계사 마당에서도 법문을 경청하는 불자들도 많았다.
우란분절은 목건련 존자가 아귀로 태어난 어머니를 구제하기 위해 부처님께 방법을 물어 갖가지 음식으로 스님들을 공양하고, 재를 올린 것에 유래한다. 총무원장 스님은 “100명 스님을 모시고 100가지 공양을 올려 재를 지냄으로써 삼악도에 빠진 중생을 구제하는 기도로 특히 나의 형제, 부모, 조상, 친구 등을 위해 정성껏 기도해야 한다”라며 “여러분들이 조상, 친척과 연결돼 있듯이 삼악도에서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원력을 가지고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우리가 업장이 있는 한 육도를 윤회한다. 아무리 좋은 세상도 복이 다 해서 지옥 아귀 축생으로 떨어지면 또 힘든 세상을 살고, 대가를 치르면 삼선도로 간다”며 “부처님께서 업장을 소멸하면 육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신 것처럼 업장소멸을 해야 한다”고 설했다.
백중기도에 동참한 신도들로 가득한 조계사 대웅전.
백중기도에 동참한 신도들로 가득한 조계사 대웅전.
백중의 의미를 설하고 있는 총무원장 진우스님.
백중의 의미를 설하고 있는 총무원장 진우스님.
총무원장 스님은 “여러분도 삼악도에 안 간다는 보장이 없다. 삼악도에 떨어지지 않으려면 심보를 잘 써야 하는데 그러려면 육바라밀행을 해야 한다”며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행을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육바라밀행 가운데 보시, 특히 법보시를 강조한 스님은 “부처님 법을 전하는 일에 시주하고 기도해야 한다. 49일 동안 정성껏 기도하다 보면 삼악도 중생들이 구제될 것이다”며 “나와 인연 맺은 모든 중생이 구제되면 그 영향이 나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것이 곧 복덕이라고 설명한 스님은 “복덕이 되면 내가 가진 좋지 않은 업장, 삼독심이 사라지고 삼업이 청정해진다. 몸과 마음이 청정해지면 나와 내 가정, 이웃이 편안해진다”며 “백중 기도를 정성껏 올려서 영가천도를 하고, 육바라밀을 잘 행하면 업장이 소멸될 것”이라고 법문했다.
백중기도에 동참한 사부대중.
백중기도에 동참한 사부대중.
스님 법문을 듣고 환희심 내는 불자들.
스님 법문을 듣고 환희심 내는 불자들.
폭우에도 백중기도에 동참한 조계사 신도들.
폭우에도 백중기도에 동참한 조계사 신도들.
총무원장 스님 조계사 백중기도 입재 법문
총무원장 진우스님
총무원장 진우스님
우란분절은 죽은 영가들을 천도시키는 의미를 가지며 백중이라고 한다. 저승에 있는 중생들, 특히 마음이 불편한 중생들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 재를 올리는 게 바로 우란분절이다.
우란분절은 거꾸로 매달려 있다는 의미인데, 거꾸로 있으면 불편하지 않나. 마음이 잘못돼 있으면 마음이 불편하고 괴롭다. 이런 마음을 편안하게 바로 세우는 의미에서 백중절을 지내게 됐다. 부처님께서 증명을 하셨다. 100가지 음식과 100명 스님을 모시고 재를 올리면 천도가 된다고 했다. 그래서 백종이라고 한다. 여기서 100가지는 숫자 100이 아니라, 많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중생은 업을 가지고 있다. 업이 없으면 중생이 아니고, 부처이다. 업이라는 것은 쉽게 말하면 괴로움이 있다는 의미다. 괴로운 마음, 고통스러운 마음, 힘든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삶이 어렵다. 그것을 업이라고 하고 업장이라고 한다. 우리가 업장 소멸을 해야 괴로움에서 벗어난다.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가장 간단한 게 참선, 간화선 수행하면 이고등락 할 수 있는데 힘들다. 업이 좋아야 되는 거지 쉽지 않다. 전생을 잘 산 중생은 금생에 덜 힘들고, 전생이 엉망진창이면 힘들다. 우리가 살면서 힘들면 전생을 살펴야 한다. 원인 없는 결과가 없다. 내가 당장 불편하고 힘들고 괴롭다고 현실에 불만을 표출하면 어리석은 생각이다. 이미 태어나기 전부터 이어온 과보들이다. 단순히 지금 벌어지는 일만 따지면 더 힘들다. 그럴 때면 마음을 탁 놓고, 내가 전생에 남들 거 뺏어 먹고, 다른 사람 속상하게 한 전력이 있구나 하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참회해야 한다. 남 탓하고 싸우면 인생이 꼬인다. 그러면 업장이 더 두터워지고 힘든 일이 더 생긴다.
우리가 인연을 말하는데, 좋은 인연이 된다는 것은 내가 그만큼 업식이 좋다는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인연, 불행한 인연 만나면 내 업장이 잘못됐음을 인식하고 참회해야 한다. 그래야 업이 줄어든다.
업이 큰 중생은 지옥, 아귀, 축생의 삼악도로 간다. 업장이 적으면 인간으로 태어난다. 그런 면에서 여러분은 업이 좋은 편이다. 사람으로 태어난 것도 어렵고, 불법 만나기 더 어렵다고 하지 않나. 이만해도 천만다행이다. 삼악도 중생이 얼마나 힘들고 어렵겠나, 스스로 자족하고 겸허해야 한다. 나만 잘났고, 다른 사람은 나보다 잘 먹고 잘 사는데 나만 왜 이러나 하는 생각만 하면 본인이 삼악도로 갈 수 있다.
삼악도 중생들과 우리의 차이는 하나다. ‘몸’이다. 몸은 살아지는데, 업식, 마음은 똑같다. 감정도 같다. 삼악도 중생은 벌을 받기 때문에 힘들고 어렵고 고통스럽다. 삼악도 중생들을 구제하는데, 우리가 다들 남이 아니다. 여러분들이 조상, 친척과 연결돼 있듯이, 다 연결돼 있다. 삼악도로 떨어진 중생을 건져 내는 게 우리 의무이다. 그들을 건지지 못하면 나도 힘들어잔다. 업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분들을 빨리 구제해야 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방법이 바로 우란분재로, 49일 동안 재를 올려야 한다.
우리 세상을 육도라고 하는데, 천상, 인간, 수라 세계를 삼선도라고 하고, 지옥, 아귀, 축생을 삼악도라고 한다. 우리가 업장이 있는 한 육도를 윤회한다. 아무리 좋은 세상도 복이 다 해서 지옥 아귀 축생으로 떨어지면 또 힘든 세상을 살고, 대가를 치르면 삼선도로 간다. 이를 반복하면 피곤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업장을 소멸하면 그때는 육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육도에서 벗어나는 게 바로 성불,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반야, 피안, 열반, 견성 등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여러분도 삼악도에 안 간다는 보장이 없다. 심보를 잘 써야 한다. 심보 잘 쓰려면, 육바라밀행을 해야 한다.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행을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49일 동안 재를 잘 지내는데, 삼악도에 빠져 고통받는 중생, 특히 나의 형제, 부모, 조상, 친구 등을 빨리 구제해라. 백중 날 지옥문이 열리는데, 열리는 순간 지옥문에 나올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나오지 못하고 걸음도 걸으면 못 나오지 않나. 지옥에 있으면 힘이 없어서 문이 열려도 못 나온다. 아직까지 자기 참회를 못 했다는 것이다. 다시는 나쁜 생각 행동 말 하지 안겠다고 절실한 마음을 가지면 지옥문 빠져나올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문이 열려도 나오질 못한다. 시간이 지나 문이 닫히면 또 갇힌다. 중생에게 힘을 불어 넣어줘야 한다. 삼업이 청정한 마음 가져라, 참회하는 마음 가져라 하는 것이다.
오늘부터 재를 올리면 스님들이 염불을 해주는데, 이 힘을 삼악도 중생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지극한 마음으로 스님 염불하는 옆에서 기도를 해줘야 지옥 아귀 축생 중생에게도 전달된다. 스님이 깨달음의 게송을 읊어도 여러분이 정성을 더하지 않으면 어렵다. 여러분과 인연 있는 중생들이 지옥에 머무르며 고통을 울부짖으면, 그 고통이 나에게 전달된다. 그게 나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육바라밀 가운데 보시가 굉장히 중요하다. 보시 가운데 젤 좋은 게 법보시이다. 제가 오늘같이 부처님 말씀을 대신 전하는 것을 전법이라고 한다. 포교라고도 하는데, 부처님 말씀 잘 듣고 깨쳐서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내 가족을 편안하게 하는 게 전법이고 포교이다. 불사도 하고 부처님 조성하고 경전 만들어내는 것을 부처님 일, 불사라고 한다. 불법을 전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불사라고 하는데, 불사는 그냥 이뤄지지 않는다. 거기에 시주 동참하는 게 바로 보시이다. 여러분이 십시일반 시주도 하고 불전도 놓고 기도 동참하는 모든 게 법보시이다. 그 돈으로 전법하고, 포교하는 것이다. 재보시는 돈이나 물품으로 어려운 이들을 돕는 것이고, 좋은 말로 옆의 사람을 위로하거나 겁먹은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게 무외시이다.
보시하는 데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다른 사람에게 뭔가 줄 때, 이만큼 줄까 저만큼 줄까 재지 않고 흔연하게 주는 게 가장 좋은 보시이다. 내가 누굴 돕고 보시한다면 언젠가는 내게 돌아온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 흔연한 마음으로 보시하면 열배, 백배가 된다. 줄까말까 하다보면 줘도 별로 영향이 없다. 크고 좋은 마음, 아낌없는 마음, 무주상보시 하면 갑자기 하늘에서 바위 만한 금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건 여러분이 보시했기 때문이다.
지계는 법을 잘 지키고, 룰을 잘 지키는 것이다. 법을 지켜서 손해 본다는 생각 말고 인연이 그렇구나 하는 생각하면서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것만 계산하지 말고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 마음을 조급하게 하다 보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 투자해 놓고 내일 당장 더 많은 이득을 갖겠다고 생각하면 올바른 투자가 아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다리면 다시 내게 돌아오듯, 그래서 인욕이 중요한 것이다. 부처님께서 참으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탐진치 삼독심이 일어날 때 참아내야 한다. 그게 인욕이다. 앞서 말한 보시 지계 인욕 정진을 찰나찰나 하다 보면 선정에 든다. 행주좌와 어묵동정, 불편함이 없다. 열심히 기도정진 하면 선정할 수 있는 시간이 온다.
다섯 가지에 이르면 지혜가 생긴다. 지혜가 생기면 천하무적이다. 내 마음대로, 자유자재로 안되는 게 없다. 우주가 내 것이고, 부처님과 같다. 보시하고 기도하라. 49일 동안 정성껏 기도하다 보면 삼악도 중생들이 구제될 것이다. 나와 인연 맺은 모든 중생이 구제되면 그 영향이 나에게 돌아올 것이다. 복덕이 되는 것이다. 복덕이 되면 내가 가진 좋지 않은 업장, 삼독심이 사라지고 삼업이 청정해진다. 몸과 마음이 청정해지면 나와 내 가정, 이웃이 편안해진다. 좋지 않은 일이 안 생긴다. 시절 인연이 좋아진다. 그때 조금만 더 정진, 선정하면 진짜 보살이 된다.
업장이 소멸되지 않으면, 예기치 않게 나쁜 일을 만난다. 내게 좋지 않은 일이 생겼다면, 지금 당장 뭐 잘못했기도 하지만 우연히, 재수 없어서 생긴 게 아니라 내가 가진 업식에 의해 좋지 않은 업이 나타날 시간에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부처님은 좋지 않은 일도 없고, 좋지 않은 인연도 없다. 기분 나쁘지도, 괴롭지도, 불만족스럽지도 않다. 업이 있는 중생은 좋지 않은 업이 아뢰야식 속에 들어있어 그게 나타날 시간에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게 시절 인연이다. 그 생각 없이, 재수 없다고 하고 나는 팔자가 이 모양인가, 운도 없다고 한탄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평소에 업장 소멸하고 복을 많이 지어야 한다. 백중 기도를 정성껏 올려서 영가천도를 하고, 육바라밀을 잘 행하라. 웬만한 일은 참고 넘겨야 마음이 편안해지고 업장이 소멸된다. 열심히 기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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