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사고
이미나
목요일 수업을 대신하여 토요일 아침 수업을 해야 해서 주간보호센터로 들어가는 오르막길을 다른 때보다 아주 조심스럽게 운전하여 올라갔다. 수업하러 들어가니 목요일에 사고를 당한 내게 어르신들이며 사회복지사님, 요양보호사님들이 모두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맞이하였다.
“괜찮으셨어요” ,“병원은 가보셨나요?” 하며 안부를 물어보시고 어떤 어르신들은 “그래도 그만하길 다행이여” 하며 위로를 해주셨다.
나도 인사를 하면서 걱정하시는 어르신들께 “다친 곳은 없으며 조금 놀랐을 뿐이에요”하고 안부를 전했다. 하지만 정말 생각만 해도 아찔한 시간이었음은 틀림이 없다.
이번 주 목요일이었다. 그날도 아침에 두 아이의 등교, 등원을 시켜주고 주간보호센터로 수업하러 바쁘게 차를 몰았다.
수업 시작하기 10분 전에는 센터에 도착해 있어야 하므로 급하게 차를 몰았던 탓일까
그만 차 커브를 크게 돌다가 경사진 논두렁길에 가장자리까지 다다랐다. 당황한 나머지 브레이크를 밟으면 얼마든지 논둑으로 떨어지지 않을 텐데 순간적으로 혼돈 상태가 되어 브레크 밟는 것을 잃어버렸다.
차는 그대로 경사진 오르막길에서 내려가 버렸다.
불행 중 다행으로 차가 내려가면서 액셀러레이터도 브레이크도 안 밟아 차가 뒤집히지 않았던 것 같다. 만약 그리되었더라면 폐차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나 또한 심하게 다쳤으리라는 것이 사고가 난 후 현장으로 달려온 사람들의 말이었다.
사고가 나고 나서 차를 운전하며 운전에 집중하지 못하고 수업 내용을 어떻게 진행할까 머릿속으로 구상하며 운전한 것이 너무나 후회가 되었다.
잠시 방심한 것이 이렇게 큰 결과를 낳는 데 될 줄이야 후회해 봐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런 자책이 나를 힘들게도 했지만 얼마 안 있으면 해야 할 수업은 어찌해야 할지 앞이 캄캄했다.
그래서 나는 서둘러 주간 보호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 사회복지사님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9시 30분 수업을 하는 강사 이미나입니다” “ 제가 수업을 오다가 센터 앞 오르막길을 운전하다가 차가 논두렁으로 떨어졌습니다” “ 수업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문의드렸습니다”
그러자“혹시 다치셨나요?” “괜찮으세요” “ 제가 나가 보겠습니다” 하고 대답하고 사회복지사님이 사고 현장으로 나오셨다. 수업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떠나 내가 괜찮은지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하였다. 사회복지사님은 상황들을 센터장님께 보고하더니 수업은 이틀 뒤인 토요일에 하자고 제안하였고 나 역시 지금, 이 상황으로서는 수업할 경황이 없다고 판단하여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차는 논두렁에 그대로 박혀 버렸고 나는 깨금발로 간신히 논두렁의 물이 빠지지 않도록 피해 위로 올라왔다. 올라와서 보니 차 뒤 범퍼가 다 깨졌다. 앞 논둑으로 가서도 차의 앞을 보니 차 앞 범퍼도 깨져 있었다. 속상한 마음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나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 설명을 하였다. 남편은 화재 보험에 있는 레커차를 불러 주었다. 하지만 약 20분 만에 달려온 레커차의 운전기사는 이렇게 깊이 빠져 있는 차는 끌어 올릴 수 없다고 말하였다. 그리하여 다시 특수레커차를 불러 주고 갔으나 도착한 특수레커차 운전기사도 이 정도의 깊이는 다른 특수 레커차가 감당할 수 있다고 하였다.
또다시 그 운전기사는 대천에 있는 특수레커차를 불러 주었다. 나는 어서 이 사고가 수습되길 바랐지만 멀리 대천에서부터 이제 출발한 차는 역시나 도착이 더뎠다.
날씨조차 우박이 떨어졌다가 다시 비가 오기를 반복하였다.
주간보호센터에서는 사회복지사님이나 다른 종사자분들이 오셔서 연이어 위로의 말을 건네며 특수레커차가 올 때까지 센터 안에 들어가 차를 마시며 몸을 녹이라 하였지만 나는 차를 끌어 올릴 때까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밖에 있으면서 특수레커차가 오길 기다렸다. 그렇게 밖을 서성이기를 1시간 가까이 지나자 이윽고 대천에서 출발한 특수레커차가 도착했다. 기사는 이내 차의 사다리 부분을 작동하여 떨어진 차 위로 내려뜨렸다. 그리고 사다리 고리 부분에서 내린 엇갈린 선에 다시 매달린 봉 양쪽의 갈퀴 부분에 선을 내달아 차체 바퀴까지 묶어서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논두렁 아래에서 공중으로 들어 올린 차는 얼마 후 안전하게 땅바닥으로 착지하였고 사고 후 차 문을 열어 둔 탓에 방전이 되어 다시 화재 보험의 레커차를 불러 차를 수리하러 공업사까지 견인해 주도록 부탁하였다.
공업사까지 차를 견인하는 레커차를 타고 일련의 과정들이 순적하게 이루어지고 수리비가 나오겠지만 다치지 않고 이만하길 다행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하였다.
공업사에 차를 옮긴 후 공업사 측으로부터 얼마만큼의 수리 비용이 든다는 것과 다음 날 오전까지 수리가 될 것이라는 안내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누워 다시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수업할 내용을 운전하면서 생각하다가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운전한 것이 사고의 원인이었다. 운전을 마치고 도착하여 차분히 주간보호센터 앞에서 차를 주차해 놓고 연습하면 될 일이었다. 운전할 때는 오직 운전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신경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마음에 되새겨 보았다. 자나 깨나 안전운전! 마음속에 구호를 외치며 깊은 안도의 한숨을 쉬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