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71) 마태오 복음서
‘교리교사의 복음서’ ‘교회의 복음서’ 마태오 복음
- 마태오 복음서는 미사 중에 가장 많이 봉독되는 복음서이다. 그래서 신약 성경 첫 자리에 배열돼 있다. 아울러 초대 교회부터 신자 교육용으로 널리 읽혀 ‘교리교사의 복음서’, ‘교회의 복음서’로 불려 왔다. 귀도 레니, ‘성 마태오와 천사’, 1635~1640년, 바티칸박물관.
마태오와 마르코, 루카 복음서는 공통된 원천을 바탕으로 쓰였습니다. 그래서 이 세 복음서를 ‘공관 복음(συνοψιs ευαγγελιον-쉬놉시스 에우안겔리온)’이라 부릅니다. 헬라어 ‘συνοψιs’는 우리말로 “함께 보다”라는 뜻입니다. 이를 한자로 ‘共觀(공관)’이라 표기한 것이지요.
공관 복음서는 내용 흐름과 형식이 서로 참 많이 닮았습니다. 마르코 복음서의 80%가 마태오 복음서에, 55%가 루카 복음서에 옮겨졌습니다. 내용도 요한 세례자가 등장하고 예수님께서 그에게 세례받으신 후 갈릴래아로 가서 가르치고 치유 활동을 펼치시다 예루살렘으로 가시어 수난을 겪고 십자가형으로 죽으신 후 부활하셨다는 주님의 공생활을 1년이라는 시간 안에 마무리합니다. 예수님의 공생활 3년을 설명하는 요한 복음서와는 참 다릅니다. 공관 복음서는 시간이라는 물리적 흐름보다 신학적 흐름에 초점을 맞춰 예수님의 생애를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오랜 전승은 마태오 복음서 저자를 로마 제국에 고용돼 갈릴래아 주민에게 세금을 거둬들이던 “레위”(마르 2,14; 루카 5,27)라고도 불리던 세리 “마태오”(마태 9,9)라고 합니다. 그는 주님의 열두 제자인 ‘사도’로 뽑힌 인물이지요. 마태오 사도가 복음서를 썼다고 처음 주장한 이는 2세기 초 히에라폴리스의 파피아스 주교입니다. 파피아스를 그대로 따른 프랑스 리옹의 이레네우스 주교는 「이단반박」에서 “베드로와 바오로가 로마에서 복음을 전하며 교회를 세우고 있을 때 마태오는 히브리인들 가운데 살면서 그들의 고유한 언어로 복음서를 펴냈다”고 했습니다. 이들 주교의 주장으로 말미암아 교회는 오랫동안 마태오 사도가 복음서를 저술했다고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성경학자들은 마태오 사도가 아니라 히브리말과 아람어뿐 아니라 헬라어에 능통한 유다계 그리스도인이 마태오 복음서를 저술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는 유다교 율법뿐 아니라 자선과 기도, 단식을 중시하는 유다인 관습을 잘 아는 율법학자 출신이었을 것입니다. 그 이유로 마태오 복음서에 ‘임마누엘’(1,23), ‘골고타’(27,33), ‘엘리 엘리 레마 사박타니’(27,46)라는 아람어가 나오고, “하늘나라의 제자가 된 모든 율법 학자는 자기 곳간에서 새것도 꺼내고 옛것도 꺼내는 집주인과 같다”(13,52)는 유다계 그리스도인 율법학자의 소명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마태오 복음서 저자는 예수님을 통해 율법이 완성됐고, 구약 성경의 주제인 하느님 구원의 약속이 성취되었음을 강조합니다. 저자는 마태오 복음서 곳곳에서 구약 성경을 인용해 예수님은 참으로 유다인들이 고대하던 메시아, 곧 그리스도이심을 밝힙니다.
마태오 복음서 저자는 10여 년 전까지 성전세를 바쳤고(17,24-27), 초기에 율법학자와 바리사이의 권위를 인정했으며(23,2-3), 십일조도 바치고(23,23), 안식일도 지켰다(12,11-12; 24,20)고 합니다. 서기 70년에 예루살렘 성전이 로마군에 의해 파괴됐고, 이 무렵 마르코 복음서가 쓰였습니다. 그리고 마태오 복음서를 인용한 열두 사도의 가르침 「디다케」가 서기 100년께 저술됐지요. 아울러 마태오 복음서 저자는 예수님을 ‘나자렛 사람’(Ναζωραιοs-나조라이오스, 2,23; 26,71)이라 부릅니다. 이 칭호는 시리아 안티오키아 지역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메시아로 믿고 따르는 이들을 처음으로 ‘그리스도인’(Χριστιανουs-크리스티아노스)이라 부른 것과 함께 사용한 말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마태오 복음서는 서기 80~90년께 시리아의 안티오키아 교회에서 저술됐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마태오 복음서는 서기 50년께 엮은 「예수님 어록」의 원천(Quelle) 사료인 ‘Q문헌’과 마르코 복음서를 참조해 헬라어로 저술됐습니다. 아울러 교회가 간직해온 예수님 전승들이 포함됐지요. 그 대표적인 예가 ‘예수님의 유년 이야기’(1─2장)라 할 수 있습니다. 마태오 복음서는 다섯 개의 예수님 설교(5─7장 산상 설교; 10장 파견 설교; 13장 비유 설교; 18장 교회 설교; 24─25장 종말 설교)를 뼈대로 우리를 대신해 십자가형을 받아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라 고백합니다. 그리고 세상 종말과 그리스도의 재림을 이야기하면서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28,20)라는 주님의 현존을 선포하면서 끝맺습니다.
마태오 복음서가 신약 성경의 첫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주일 미사에서 가장 많이 봉독되는 복음이거니와 교회의 오랜 전통 안에서 가장 먼저 쓰인 복음서로 믿어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마태오 복음서는 ‘교리교사의 복음서’라 불립니다. 일정한 순서에 따라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들려주며, 이를 통해 그리스도인의 삶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비춰주고 있어 초대 교회 때부터 신자 교육용으로 널리 읽혀 왔습니다. 또 ‘교회의 복음서’라 불립니다. 베드로가 물 위를 걷는 기적과 베드로가 부활하신 주님께 사도들의 수위권을 받는 것은 마태오 복음서에만 나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교회를 세우다”(16,18)라는 표현도 유일하게 마태오 복음서에만 나옵니다. 이처럼 마태오 복음서는 다른 복음서와 달리 교회가 할 일, 교회 공동체에서 발생하는 일과 관련된 주제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5월 5일, 리길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