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그리스 사람들이 존경한다는
술통 속의 디오게네스인가?”
“.......”
“말씀하시게, 디오게네스여.
그대가 필요한 것이 있다면
내 무엇이든 드릴 테니.”
“무엇이든 주신다니 고맙기 이를 데 없지만,
지금의 제가 필요한 것은 단 한 가지
대왕께서 옆으로 비켜 서주시는 것입니다.
대왕께서 햇볕을 가로막고
서 계시므로 추우니까요.”
“그런데 어찌 그리 즐겁고도 편안하신가?
버려진 술통 속에서 자고 일어나며,
헐벗은 채 얻어먹거나 주워 먹으며
사는 그대가 말일세?”
“잠시라도 저와 함께 계셔보시면 아실 터,
그러니 제 곁에 앉아 보심이 어떠실지요.”
“그대의 뜻이 그럴 듯도 하지만,
그러나 나는 아직 때가 되지 않았으니,
이번 인도 정벌이 끝나면 나도 그대처럼
즐겁고 편안히 살 수 있을 것도 같군요.”
“그러나 그런 대왕님의 즐겁고 편안한
내일이 언제 올까요?
당장 지금이 즐겁고 편안하셔야
내일도 즐겁고 편안하실 것을 말입니다.”
위의 대화는 2,350년 전후의
알렉산더 대왕이
마케도니아의 지배자로서
그리스와 페르시아를 거쳐 인도를
정복하기 위해 아테나를 지나던 중,
그 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고
벌거벗은 채 버린 술통을 잠자리 삼아
얻어먹거나 주워 먹으며 살았던
철학자 디오게네스를 찾아가
나눈 대화로서, 알렉산더 대왕은
위의 대화를 끝으로
인도를 정복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을 해치고 죽였으나
결국 인도를 정복하지 못한 채
귀국하던 중,
열병에 걸려 33세의
짧고도 젊은 나이로,
태어난 후 단 한 번도 삶이,
세상이 무엇인가는커녕
잠시도 쉬지 못하며
사람들은 물론 자기 자신을
고통으로 몰고 다닌 끝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지만,
디오게네스는 70여 세 전후까지
나름대로 많은 사람을 위하였기에
존경을 받고 살다가 편안하게,
그야말로 편안하게
이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그랬던 디오게네스는
젊은 나이였을 때
가짜 돈을 만들었다는 죄목으로 고
향인 시노페에서 쫓겨났다는데,
그렇듯 물질적인 풍요를 거부했던
그가 과연 돈을 갖기 위해 그런 범죄를
저질렀는지 아니었는지는 확실치 않고,
그런 과정을 거쳐 물질에 대한 욕구가
사람의 삶을 망친다는 경험에서
물질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되었는지도 확실치 않지만,
어쨌건 젊어 고향을 떠났던
디오게네스는
아테네의 유명했던 철학자
안티스테네스의 제자가 되었는데,
안티스테네스가
제자들을 가르치던 어느 날.
거지꼴의 디오게네스가 교실로 뛰어들어
안티스테네스의 제자들이 나가라는 데도
들은 척도 않고 공짜교육을 받겠다며
옥신각신하자, 그런 디오게네스의
성품과 능력을 알아본 안티스테네스는
학비 한 푼 받지 않고
제자로 맞아들였다고 합니다.
그런 디오게네스는
그릇 하나만을 갖은 채 살았는데,
어느 날, 강가에서 물을 핥아 마시던
개 한 마리를 보고,
‘개도 그릇 없이 잘 사는데,
나는 왜 그릇을 든 채 불편하게 사는가?’라고
하면서 한 개의 그 그릇마저도 버린 후,
그 개가 죽을 때까지 함께 살면서,
그 어떤 동식물들이나 것들과의 대화도
서슴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한, 그는 밝은 대낮에도
항상 등불을 켜 든 채 다녔으므로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묻자
‘내가 등불을 켜고 다니는 것은
바른 사람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하며, 아테네의 한 부자가
디오게네스를 초대하여
집 자랑을 늘어놓자,
디오게네스는 대뜸 부자의 얼굴에
침을 뱉은 후 길길이 뛰며
화를 내는 부자에게
‘그대의 저택이 너무 훌륭해서
침 뱉을 곳이라곤
그대의 얼굴밖에 없었다.’
라고 한 후 껄껄거리며 그 저택에서
나갔었다고 하는데,
그런 안하무인격인
디오게네스를 존경하는 사람들이
말릴라치면 ‘어차피 언젠가는 죽어야 할
목숨이고, 목숨밖에 가진 게 없으니,
무엇이 두려워 그들을 바르게 타이르지
못할 것인가?.’라면서 사람들의 어리석음과
이기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살았는데,
그리스의 냉소 또는 부정적(cynical)이란
말은 그에게서 나왔다고 합니다.
그런 디오게네스는
무소유만이 일체의 번뇌와 고통 등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하면서,
더하여 사람들이 진정 행복하고자 한다면
자연과 하나가 되어, 모든 인습이나
권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는데,
그런 그가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면
사람들이 보든 말든 아무 곳에서나
몸을 섞기도 했다고 하며,
그의 사상은 후일 자연적이자
금욕주의적인 스토아학파의
바탕이 되었다고 합니다.
냉소주의(cynicism)라는 뜻인
그리스어의 어원은 ‘개 같다(dog-like)’로서,
냉소주의 철학자들은
‘개처럼 가볍고 자유롭게 산다.’라는 뜻인
‘견유학파(犬儒學派)’로도 표현하는데,
근대 이후의 사람들은 그들의 사상을
모든 기성 가치를 부정하거나
무시하며 비뚤어진 시각으로도 봤지만,
그리스 시대에는 권력과 재력과 명예 등등의
헛되고도 공허한 모든 기존의
욕망에서 벗어나 아무런 소유물 없이
아무 데서나 먹고 자고 사랑하면서
진정한 정신적 행복을 추구했던
사람들로 봤다고 합니다.
첫댓글 철학적인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