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
장정자
꽃피우면서 늙는 나무가 있다
꽃피면서 죽는 나무가 있다
업고 뛰던 메뚜기는 잡혀서도 업고 있다
짝짓기 끝낸 수컷을 암놈 사마귀가 아작아작 먹고 있다
부채질하다 알이 깨어나자 탈진해 죽은 수컷 얼룩동사리
큰가시고기 둥지 지어 천 개의 알을 낱낱이 흔들어주다 파리해져 죽다
그다음 날 부화 된 새끼들 아비를 먹다
까치에게 들킨 꼬마 물새 떼 어미, 날개 부러진 척 절뚝절뚝 걷고 있다
물자라 수컷, 등에 잔뜩 실린 알에 눌려 납작하게 헤엄치고 있다
남생이는 파낸 구덩이에 열두 개의 알을 낳았다 여덟 시간이 걸렸다
긴 산고에 뒷다리가 주저앉아 겨우겨우 우포늪에 몸을 담는 남생이
각시붕어가 긴 산란관을 통해 조개 속에 알을 낳는다 조개를 툭툭 건드려 본 다음이다
바위 구절초도 갓 피어날 때는 발갛다
나무도 새순 틔울 때는 빨간 액막이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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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생태계에 살고 있는 생물들의 생물에 관한 이야기다. 나무 중에는 꽃을 피우면서 늙어가는 것도 있고, 꽃피는 것이 곧 죽는 것인 것도 있다. ‘꽃을 피우면서 늙는 것’은, 꽃을 피워주는 대신 늙어가는 것이다. 마치 어머니가 자신의 청춘을 들여 아이를 키우고 늙어가듯이, 나누는 꽃을 피우고 늙어간다. 이와 비교하면 ‘꽃피면서 죽는 것’은 스스로가 꽃을 피우고 그것이 곧 죽음으로 연결된다는 의미로 읽힌다.
평생을 결려 단 한 번 꽃을 피우고 그것으로 자신의 생을 마치는 것, 이는 땅 속에서 칠 년을 있다가 여름 한철을 울고 죽는 매미의 일생과도 흡사하다. 그러나 이러한 생리에 대하여 슬프다거나 당연하다거나 하는 시인의 생각은 나타나지 않는다. 짝짓기 끝낸 수컷을 방금 교미한 암놈이 먹어 치우거나 알을 돌보다 죽은 아비 가시고기를 부화한 가시고기 새끼들이 먹거나 하는 일들은 그저 자연에 있는 생물의 생명 현상일 뿐이다. 시인은 이러한 이야기를 투명하게 그리고 자분자분하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문혜원 (문학평론가)